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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 교수의 성서문화와 역사- 솔로몬은 십계명을 어겼는가?

성전에 세워진 그룹에 대한 우상 논란 
구약학자 “2계명 어긴거 아니다” 해석
 
 서기전 167년 12월 팔레스타인 지역을 통치하던 시리아의 안티오코스 4세는 유대교 탄압의 일환으로 예루살렘 성전에 ‘가증스런 파멸의 우상’을 세웠다(마카베오상 1:54). 이에 격분한 유대인들은 모디인 마을의 마타티야 가문을 중심으로 독립운동을 펼쳤다. 이 집안의 셋째 아들의 이름을 따 ‘마카비 혁명’이라 일컫는 대규모의 민중 봉기는 시작된지 3년 만에 예루살렘을 점령하고 성전의 우상을 철거하였다. 그 후 유다 왕국은 다윗-솔로몬 시대에 버금가는 약 100년 동안의 독자적인 하스몬 왕조를 유지할 수 있었다.

 

헤롯 성전의 황금 독수리 상
 신약 시대에 들어와 기존의 소규모 성전을 헐고 로마 시대 최대 규모의 성전을 신축한 헤롯 왕은 성전 입구의 대들보 위에 로마 제국을 상징하는 황금 독수리 상을 설치하였다. 그런데 우상을 만들지 말라는 십계명의 제 2계명을 강조했던 두 명의 랍비 유다와 마티아스는 제자들에게 헤롯이 설치한 우상의 죄악성을 신랄하게 비판하였다. 격분한 그의 제자들은 곧 성전으로 달려가 황금 독수리상을 끌어 내려 도끼로 부숴버렸다. 이에 화가 난 헤롯은 이들을 모두 체포하여 산채로 화형에 처했다.

 이처럼 이스라엘 역사상 제 2계명을 철저히 지켰던 시대는 서기전 167년 마카비 혁명부터 서기 135년 바르 코크바 혁명까지 약 300년 동안이다. 고고학적 발굴에서 출토된 이 시대의 동전에는 인물이나 동물상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심지어 로마의 후광으로 유다의 왕으로 임명된 헤롯이 찍어낸 동전에도 그의 초상은 새겨져 있지 않고 오직 식물적인 모티브만 나타난다.

 

성막과 성전의 그룹은 우상인가?
 야훼는 직접 이스라엘 민족에게 성막 안에 위치한 법궤를 덮는 두 마리의 그룹을 만들 것을 명령했으며(출 25:18-22) 성막의 천에도 여러 개의 그룹들을 장식하도록 하였다(출 26:1). 솔로몬은 예루살렘 성전의 지성소에 올리브 나무로 만든 길이 4.5m, 높이 4.5m 크기의 그룹 두 마리를 설치했고(왕상 6:23-28) 성전의 내부 벽과 문짝에도 그룹들을 부조로 새겼다(왕상 6:29-35).

 구약성서의 그룹은 고대근동의 일반적인 수호신인 이집트의 스핑크스나 메소포타미아의 라마수와 유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고대 이집트인들과 메소포타미아인들은 일찍이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완벽한 존재로서의 합성 생물을 희망해왔다. 이러한 꿈은 고대 이집트에서는 인간의 머리와 사자의 앞 부분, 황소의 뒷 부분과 독수리의 날개로 이루어진 스핑크스 형상으로 구체화되었으며 메소포타미아에서는 황소의 몸체에 인간의 얼굴, 그리고 독수리의 날개가 부착된 라마수(Lamasu) 석상으로 표현되었다. 과연 솔로몬 성전의 그룹 두 마리는 제 2계명에 저촉되는 것일까?  

 

우상으로 숭배할 신상은 만들지 말라
 구약성서 오경에 등장하는 우상제작 및 숭배금지 조항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단순히 살아있는 생물의 형상을 만들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야훼가 금지시킨 것은 신적인 존재로 숭배할 목적으로 만드는 우상 제작 금지라는 것이다. 즉, 솔로몬이 그룹 두 마리를 만들었을 때 그는 그것을 자신의 수호신을 숭배할 의사가 없었기 때문에 제 2계명과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견해는 서기 12세기 스페인 출신의 위대한 유대교 학자인 마이모니데스의 십계명 해설에 기초하고 있다. 마이모니데스는 십계명의 첫 세 가지 계명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첫째, 다른 신을 갖지 말고, 둘째, 그것에 절하지 말며, 셋째, 그것을 섬기지 말라는 것이다. 어떤 형태로든지 살아있는 동물의 형상을 만들지 말라는 명령은 곧 신격화되는 것에 한정되며 만일 신으로 섬기는 것이 아닐 경우에는 형상을 만들어도 괜찮다는 것이다. 이러한 해석은 출애굽기 20장 23절에서 야훼가 만들지 말라고 금지시킨 것은 일반적인 형상이 아니라 신적인 존재로 숭배되는 신상들이라는 점과도 일맥상통한다. 나아가 대부분의 구약학자들은 십계명이 구체화된 시기를 서기전 5세기 페르시아 시대로 보고 있기 때문에 솔로몬이 그룹을 만들었다하더라도 우상숭배 금지 계명에는 저촉되지 않는다고 해석한다.

 

에스겔의 네 생물
 솔로몬 성전의 그룹은 에스겔 예언자의 환상에서 더욱 구체화된다. 에스겔의 그룹은 각각 인간, 사자, 황소, 독수리 등 모두 네 개의 얼굴을 지녔다(겔 1:10). 이러한 구약의 전통적인 그룹은 신약시대에 들어와 요한의 환상 가운데에도 각각 사자, 송아지, 인간, 독수리의 네 생물이 주님의 보좌 주위로 배치돼 있음을 알 수 있다(계 4:7).

 한편 서기 4세기 비잔틴 시대 이후로 기독교 예술에서 자유스럽게 성서의 인물과 동물들을 형상화하는 분위기 속에서 에스겔서와 요한 계시록의 네 생물은 신약의 4복음서를 상징하는 모티브로 정착됐다. 마태는 인간, 마가는 사자, 누가는 황소, 그리고 요한은 독수리로 각각 상징된다는 것이다.



 

 

 

 

 

 

 

 

 

앗시리아의 황소 인간 라마수(Lamasu)
1840년대 메소포타미아 첫 발굴에서 출토된 가장 중요한 유물은 서기전 8세기 앗시리아 궁전 입구에 설치된 수호신 라마수 석상들이다. 오늘날 대영박물관과 루브르 박물관의 메소포타미아 전시관을 장식하고 있는 라마수 석상들은 왕관을 쓴 사람의 얼굴에 황소의 몸, 그리고 독수리의 날개가 합성된 생물로 표현된다.

 

 

기사입력 : 2006.07.16. am 07:13 (편집)
이미나기자 (mnlee@fgtv.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