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째 폐휴지 모아, 폐지 참모총장이란 별명 붙어
양천대교구 박연수 집사(71)는 매일 오후 9시면 양천구 일대를 다니며 폐휴지를 수집한다. 자정을 넘기면서까지 폐휴지를 모으다보니 그지역 주민들이 종종 신고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구청과 경찰서에서는 수상한 사람이 아니라는 확인증을 만들어 줬을 정도다.
박 집사는 지난 1992년 5월 주일예배를 드리던 중 ‘폐휴지로 심장병 어린이를 도울 수 있다’는 조용기 목사의 말에 정신이 번쩍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자신의 집이 있는 양천구 일대에서 폐휴지를 모으기 시작했다. 박 집사의 폐휴지 수집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계속됐다. 지난 14년동안 자녀들 결혼식 때만 빼고는 단 하루도 이 일을 쉬어본 적이 없다. 그의 폐휴지 수집은 남다른 이유가 있었다.
“예수님을 믿기 전 저는 주먹과 술로 살아왔습니다. 그때는 주먹만 있으면 안되는게 없을 정도였죠. 91년 겨울이었는데, 공사장에서 일하고 대접으로 술을 한병 마셨어요. 집으로 오는길 골목에서 빙판에 넘어졌어요. 다시 일어서다가 또 엎어졌죠. 머리가 얼얼했지만, 그냥 툴 털고 집으로 돌아왔어요. 다음날 장인어른 생신이라 안동에 내려갔어요. 어른들에게 인사하고 일어서는데 의식을 잃고 말았죠. 뇌진탕이었던 거죠. 뇌수술울 받고 혼수상태로 한 달 후에 깨어날 수 있었어요. 그리고 퇴원 후 교회를 나가기 시작했어요”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던 박 집사는 폐휴지를 모으자는 얘기에 심장병 아이들이 병실에 누워있는 모습과 자신이 병원에서 있던 모습이 오버랩됐다고 한다. 남의 일 같지 않았던 것이다. 폐휴지 모으는 것이 본인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박 집사는 남선교회 새생명실에서 봉사하며 매주 2톤 정도의 폐휴지를 모아서 교회로 가져오고 있다. 일주일에 2톤씩 14년간, 총 1456톤은 넘게 모았다는 얘기다.
박 집사의 형편이 넉넉해서 폐휴지를 모았던 것이 아니다. 박 집사는 구청에서 봉사하며 받는 20∼30만원정도의 월급으로 생활하고 있다.
“남들은 제가 모은 폐휴지를 팔아서 생활비에 보태래요. 하지만 제가 폐휴지를 모으면서 생활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한 적이 단 한번도 없습니다. 하나님은 모든 것을 채워주셨어요. 저는 ‘다시 살게 된 삶을 남을 위해 바치고 싶다’는 생각으로 폐휴지를 모았어요. 생명을 살리는 폐휴지 수집을 죽을 때까지 할 겁니다”
박 집사는 교회가 폐휴지를 모아 1000명의 아이들에게 새 생명을 찾게 해줘서 그 중 500명이라도 전도할 수 있다면 정말 대단한 일이 아니냐며 활짝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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