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대화 노출 빈도 따라 아이 수준 틀려
쉽게 책을 접할 수 있는 환경 구축이 중요
영국의 아동 연구가이자 교육가인 고든 웰스는 글과 대화에 노출되어 사는 어린이와 그렇지 않은 어린이의 차이를 알기 위해 부모의 동의를 받고 다름과 같은 실험을 했다.
L의 부모는 식료품 가게를 운영했고, J의 아버지는 평범한 회사원, 어머니는 전업 주부였다. 15개월부터 만 5세가 될 때까지 이 어린이들을 계속 관찰한 결과는 상이했다. L이 부모에게서 듣는 이야기는 “저 상자 가져와”“이 박스 갖다 버려라” 등 식료품에 관계된 실용적인 대화가 대부분이었다. L은 활자나 책, 그림, 동화 등에 노출될 기회가 없다시피 했다. 반면 J의 부모는 아이에게 틈틈이 책을 읽어 주고, 이야기를 들려 주고, 계속 대화를 나눴다. J는 할머니에게 편지를 쓰는가 하면 냉장고 문에 글자로 된 자석을 갖다 붙이고 읽으며 자랐다. J가 5살이 될 때까지 활자에 노출된 기회는 5000번이 넘었다. L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영국의 초등학교에는 대부분 입학시험이 있다. 아이들의 수준 측정이 목적인데,이 두 어린이를 추적 조사한 결과 L은 맨 하위권, J는 맨 상위권에 속했다. 이처럼 고든 웰스의 조사는 어려서부터 책과 이야기, 대화, 그림, 글자에 자연스레 많이 노출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고든 웰스의 실험이 아니더라도 어려서부터 부모와 함께 책을 읽고 자란 아이는 스키마(schema:도식, 배경 지식 또는 선험지식으로 스키마가 많을수록 읽기 능력이 향상된다)가 발달되고, 글을 잘 쓰게 되며, 발표력도 향상된다. 그래서 독서능력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능동적 독서인, 바람직한 독서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가족 구성원 모두의 노력이 요구된다.
행복한 독서가족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책을 가까이 두어 언제나 책을 볼 수 있는 분위기가 되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텔레비전이 있던 거실을 가족이 함께 책을 읽을 수 있는 서재로 꾸미는 것이 좋다. 그리고 텔레비전은 가급적 멀리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습관적인 텔레비전 시청은 시간을 좀먹기 때문에 의도적으로라도 책 읽는 시간을 만들는 습관을 갖고, 길러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책을 선정할 때는 대형서점의 베스트셀러를 알아보거나 신간코너를 눈여겨 보면 도움이 된다. 읽을 때는 한 분야의 책만 고집하기 보다는 다양한 분야의 서적을 골고루 읽어주는 것이 균형있는 독서가를 만들어준다. 어린이 도서를 선택할 때는 아이가 즉각적으로 지각할 수 있는 책, 객관적인 지식을 제공해 줄 수 있는 책, 그리고 생활에 도움을 주는 책이라야 한다. 정기적으로 ‘가족이 서점가는 날’을 정해 필요한 책을 서로 골라주는 것도 책 읽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일본의 경우 효율적인 독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아침 시간을 활용하는 예가 많다. 아침 독서가 다른 시간대에 비해 오랜 기억을 갖게 하기 때문에 매일 15분씩만 먼저 일어나 책을 읽는 습관을 갖는다면 시간관리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다.
자신이 읽은 책에 대한 메모를 반드시 남기고 기억될 부분을 스크랩하는 것이 좋다. 자녀에게는 독서일기를 쓰도록 권하면 좋다. 어떤 책을 읽었고, 얼마만큼 책 내용을 기억하는지 그리고 책 내용 중 감명깊게 읽은 부분에 대해 대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머릿속에 아무리 많은 지식이 들었다해도 표현력과 발표력이 없으면 큰 효과를 보기 어렵다. 따라서 책 내용을 자신의 생각과 어떻게 연결시킬 수 있는지 질문해 표현하고 발표할 기회를 준다면 이해력, 논리적 사고력, 표현력이 향상될 수 있다.
휴가와 방학이 있는 7,8월이다. 올 여름 독서계획을 세워 독서휴가를 즐겨보자. 계획을 어떻게 세워야 할지 모른다면 명사들의 경험담을 활용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도서관이 세계에서 제일 많다는 미국 어머니들의 경우는 아기에게 쉬지 않고 끊임없이 이야기를 들려준다고한다. 휴가철이 되면 아이에게 읽어줄 책을 먼저 챙긴다고 한다. 책 읽는 습관을 길러주는 엄마들의 영향으로 미국 어린이들은 책과 이야기를 통해 어휘력이 늘어가고 성인이 되어서 책 읽는 습관을 버리지 않는다고 한다.
책은 지식 뿐 아니라 말하는 논리, 글을 쓰는 논리도 가르쳐 주기 때문에 어려서 부모와 함께 책을 읽은 어린이는 말을 잘할 뿐 아니라 글도 잘 쓰게 된다. 또한 어려서부터 대화의 기술을 익힌 자녀는 어른이 되어서도 대화하는 가족, 대화하는 부부 관계를 맺게 된다. 그렇다면 힐러리 클린턴이 “아이는 부모만이 아니라 온 동네가 함께 키워야 한다”고 말한 것처럼 아이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함께 책을 읽고 대화하는 분위기를 이제부터 만들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