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여! 눈 뜨기를 원하나이다” (마 20:33)
인물과 풍광의 비율 정확하게 맞춰져 
여리고성과 예수님의 자세 대조, 시선집중
     
 예수님은 이 세상에서 소외 받고, 가난하며 병든 자들에게 일차적 관심을 두었다. 이제 예수님은 병들고, 놀림 받고, 그늘 속에 살아야 했던 장애인들의 친구이자 구원자임을 다시 여러 곳에서 확인시키고 있다.

보지 못하는 사람 두 명이 길가에 앉아 있다가, 예수님께서 자나가시는 소리를 듣고 외쳤습니다. “주님, 저희들을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다윗의 아들이시여” 사람들이 그를 꾸짖으며 조용히 하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 사람들은 더욱 크게 소리 질렀습니다. “주님, 저희들을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다윗의 자손이시여!” 예수님께서 가던 길을 멈추시더니 그 사람을 불러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너희에게 무엇을 해 주길 원하느냐? “그들이 대답하였습니다. “주님, 눈을 뜨기를 원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보지 못하는 사람들을 불쌍히 여기시고, 그들의 눈을 만지셨습니다. 그 즉시 그들은 시력을 회복하였습니다. 그리고 나서 예수님을 따랐습니다. (마10:30-34)

 이 일은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여리고 성을 떠날 때 일어난 사건이다. 이때까지 예수님은 병을 고치는 여러 차례의 기적을 행해 왔었다. 베드로의 장모의 열병을 고치고 문둥병자(마8:2-4), 혈루증환자, 중풍환자를 낫게하며 심지어 죽은 자를 세 번이나 살렸다. 이러한 소문은 아주 급속도로 퍼졌을 것이다. 그의 메시아 되심을 흠모하여 따르는 자도 많았겠지만 병 고침을 원하는 수많은 사람이 그 중에 또한 무리를 이루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때 그리스도께서는 그의 죽음을 예비하고 있는 예루살렘으로 가는 중이었다. 이때 그들의 간절히 소리쳐 메시아인 예수를 절규하듯 부르는 소리를 듣게 된 것이다. 갈길은 바쁘고, 제자들조차 예루살렘으로 가는 이유를 잘 모르고 있는 그 고독의 행려였다. 착잡한 심정의 여정이었지만 예수님은 마다하지 않고 돌아서 그들의 청을 들어 주고자 했다. 그에게 접근을 막으려는 제자들의 태도와는 대조적이다. 이 일은 예루살렘 입성전의 마지막 기적이 되는 것도 이런 정황 때문이다. 

 사실 성경에는 장애인에 대한 내용이 160회(구약 89회, 신약71회)나 기술되어 있다고 한다. 그러나 구약의 경우 장애인들에 대한 태도는 그것이 죄의 대가, 또는 어떤 벌, 저주의 결과와 같은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앞의 제자들의 접근저지도 그 같은 선입견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신약시대에 예수님은 그런 장애인관을 혁명적으로 타파하고, 장애인이 장애인이 됨은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라는 개념을 재정립 시켰다. 

 벙어리가 말하고 불구자가 건전하고 절둑발이가 걸으며 소경이 보는 것을 무리가 보고 기이히 여겨 이스라엘의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니라.(마 15:31)

 예수님이 장애인을 치유하는 방법 또한 매우 시사적이다. 대부분 손으로 만져 접촉하는 경우이고, 그렇지 않은 경우라도 말씀 그 한마디로 온전케 할 만큼 권위가 넘쳤다. 치유의 몸짓이 축복의 자세와 동일하다는 것 또한 흥미롭다. 무엇보다 그 고침을 받게 되는 핵심적 고리가 무엇인지를 늘 가르치려 하였다. 그 때문에 기적을 행한 후 그리스도께서는 어김없이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고 선포한다. (막 5:34, 막 10:52, 마 8:10) 그가 문제시 하는 것은 신체적인 장애가 아니라 영적이요, 정신적인 것이라는 것을 명시적이고 실증적으로 증명했다. 

 니콜라스 푸생(Nicolas poussin, 1594-1665)은 프랑스에서 태어났지만 그의 화가 생활은 거의 대부분을 이탈리라에서 보냈다. 그가 활동했던 17세기는 아카데미적 미술이론이 형성되고 생기를 얻었던 시기였다. 푸생의 작품 또한 아주 전통적인 화풍을 지키며 또한 그런 분위기에 기여 하였다.
 푸생의 ‘두 소경을 고치는 예수그리스도’ 작품도 아주 잘 짜여진 빈틈없는 그림이다. 밝은 햇살아래의 풍광 자체도 그 비율이 정확하게 맞추어져 있고 인물들은 더욱 그렇다. 멀리보이는 여리고성이 매우 조용히 솟아있다. 대조적으로 맹인의 눈에 손을 얹은 그리스도의 자세는 온 세상의 흐름을 멈추게 하듯 모든 것을 거기에 집중시키고 있다. 맹인이 지팡이를 아직 들고 있는 것으로 보아 아직 눈뜨기 직전인 듯 하고 좌측의 제자 중 한사람이 다른 소경을 제지하려하고 있다. 

 믿음이란 무엇일까 자문할 때가 있다. 하나님의 능력과 약속을 믿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참으로 어려운 일이지만 시련, 좌절, 고통을 통해 한걸음, 한걸음씩 가까이 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이석우 교수(경희대 중앙박물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