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행복으로의 초대 > 행복향기
번지점프

지난주에 뉴질랜드의 퀸스타운이라는 곳에서 번지점프를 했다. 1988년 세계에서 최초로 세워졌다는 그곳은 두 개의 산자락을 연결한 다리의 한 가운데서 43미터 아래로 세차게 흐르는 강물로 뛰어내리는 곳이다. 점프대의 끝자락에 서서 하얀 거품을 일으키며 공룡의 울음과도 같은 소리와 함께 흘러가는 강물을 내려다 볼 때의 그 공포감이란 아찔함, 두려움, 막막함, 그 어떤 단어로 그때의 공포감을 표현할 수 있을까? 그냥 서서 내려보기만 해도 아찔한데 그곳을 향해 뛰어내려야 한다니. 안내원은 내 등뒤에서 강물을 내려다보지 말고 먼 곳을 바라보며 뛰어내리라고 했지만 발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왜 내가 비싼 돈을 줘가면서까지 이런 극한의 공포를 체험하려는 것일까? 그러나 허공에 몸을 날렸다. 마치 죽음을 향해 뛰어내리는 자살자처럼? 그건 아니었다. 이 세상에 태어나 단 한번도 맛보지 못했던 쾌감을 느끼기 위한 자유의 몸짓으로 두 팔을 벌려 소리를 지르며 발을 점프대에서 힘차게 차고 날랐다. 젊은이의 대담함을 얘기할 수 없는 40대의 중년의 남자가 그렇게 극한의 공포 속에서 뛰어내릴 수 있었던 이유는 단 두 가지 뿐 이었다.

먼저 내 발목을 든든히 붙잡고 있는 280여 가닥의 탄력 좋은 밧줄을 믿기 때문이었으며 그 밧줄은 88년 처음 생긴 이후 지금까지 단 한번도 끊어지는 사고가 없었다는 그 말을 믿었기 때문이었다. 내 목숨을 그 밧줄 하나에 맡겨버리다니. 그리고 내 눈으로 확인하지도 않았던 그 무사고의 행진을 그냥 말 한마디로 믿어버리다니. 경황이 없어서 뛰기 전에는 전혀 떠오르지 않았던 생각들이 뛰고 난 다음에서야 드는 이유는 또 뭘까?

우리는 어쩌면 날마다 번지점프를 하며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언제 어떻게 교통사고가 날지 모르는 위험한 세상, 언제 어떻게 위험에 노출될지 모르는 세상, 그 세상을 향해서 우리는 아침마다 눈을 뜨고 뛰어내리는 것이다. 도대체 우리는 무얼 믿길래 이 위험하고 살벌한 세상 속에 날마다 뛰어드는 것일까? 그것은 내 발목에 예수님의 밧줄을 묶여 있기 때문이다. 280개의 고탄력 고무줄 보다 더욱 튼튼한 밧줄, 이제까지 예수의 밧줄을 묶고 삶의 번지점프에서 단 한사람도 사고가 난 적이 없는 완전무결한 생명의 밧줄이 내 발목과 내 가슴과 내 온몸을 아주 든든하게 묶어 주기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하나님 감사합니다. 나를 붙잡아 주심을. 난 오늘도 당신의 밧줄만 믿고 삶의 번지점프대에서 뛰어내립니다.

김종철(방송작가) Http://jongchul.fgtv.com

 

기사입력 : 2006.06.02. pm 16:57 (편집)
박재형기자 (kevin@fgtv.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