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 허물 감싸줄 때 가정 회복 돼
부부관계 성숙시키려는 하나님 계획
가정은 벌거벗는 장소이다. 외출해서 집으로 돌아오면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기 위해 외출복을 벗어야한다. 깨끗이 씻기 위해서도 벗고, 부부 관계를 위해서 벗기도 한다. 치장 안한 얼굴과 몸매가 그대로 드러날 수 있는 곳이 가정이다. 벗어서 드러나는 것이 외향 뿐은 아니다. 가정 외의 장소와 관계 속에서는 겉치레하고 억제하던 속마음도 가정 안에서는 그대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남들은 모르는 자신의 실상과 진면목이 그대로 드러나는 곳이 가정이다.
한 남편의 고민을 들어보자. 직장에서 자기는 책임감이 있고, 성실하며, 꽤 괜찮은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는단다. 과묵하고 감정 노출을 잘 안하니까 속을 모르겠다는 평가도 있지만, 업무 능력이나 대인 관계나 별로 지적당할게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내가 자신에게 하는 말은 상식도 부족하고, 너그러움도 없고, 게으르며 자기중심적이라는 것이다. 밖의 사람들은 자기를 인정도 하고 알아주는데 아내를 통해서 반영되는 자신은 늘 평점 이하라서 위축되고 화가 나며 힘이 든다는 것이다. 기도하고 얻은 아내이고, 하나님의 뜻이라는 확신을 얻고 결혼하여 가정을 이루었는데 자신이 이렇게 부족한 사람으로 드러나니 과연 하나님께서 인도하신 결혼이 맞는지 혼란스럽다고 했다.
아내를 만나보니 그 아내도 남편을 사랑해서 결혼했고, 하나님 뜻대로 가정을 세워보고자 애쓰는 자매였다. 그런데 아내 또한 남편과 시댁의 요구를 들어주며 섬기는 일에 지쳐있었다. 감사는 없고 받는 것을 당연시하는 시댁 식구들과 아내의 마음을 읽어줄 줄 모르는 남편에 대한 야속함이 점점 커져 힘들고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아내 또한 자신이 결혼과 배우자에 대한 하나님의 계시를 잘못 받은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에 빠졌는데, 행복하지 않은 것은 물론 힘들고 지쳐서 더 어찌해야할지 모르겠고 이대로 계속 사는 것이 하나님의 뜻인가도 회의하는 상태였다.
나는 이 부부가 보여주는 모습이 바로 죄로 깨어져서 벌거벗으면 부끄러워 할 수밖에 없게 된 부부 관계의 전형이자 어느 가정이나 가지고 있는 통상적인 한 단면이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이 부부는 하나님을 믿고 용서의 은혜를 체험한 부부이다. 그래서 서로 사랑하고 순종해야함을 잘 알고 있고, 서로의 연약과 허물을 감싸주고 용서해야 하는 것 또한 알고 있다.
결혼 초엔 그런대로 말씀에 순종도 하고 기도의 힘으로 견디기도 하며 살았지만 지금 시점에선 서로의 부정적인 모습이 더 커져 있어 위와 같은 혼란 상태에 이르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 부부는 과연 잘못된 계시와 확신으로 결혼했다고 여겨야 되는 것일까?
사실 배우자 외에 누가 나를 그렇게 속속들이 보게 하고 알 수 있게 하겠는가! 가정이 아니면 내 본질과 실상이 그렇게 드러날 곳이 과연 어느 곳이겠는가!
하나님께서는 죄인이라고 고백한 우리를 하나님의 가족으로 받아주신 후에, 가정 속에서 특별히 부부 관계 속에서 구체적으로 우리의 본모습이 드러나도록 허락하신다. 그리고 그런 자신을 직면하기를 원하신다. 배우자를 통해서 드러난 내 실상을 보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이를테면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이기적이고, 인색하고, 째째하고, 게으르며, 두렵지만 허풍을 떠는 자신을 보는 일이다. 사랑이 없을 뿐만 아니라 미워하며 웬 화는 그리 잘 내는지….
숨겨진 내 실상이 거울에 비친 것처럼 배우자를 통해 드러나게 될 때 자신과 배우자에게 또 다시 화가 나고, 밉고, 죄책감과 좌절을 느끼며 원망하게도 된다. 그래서 남보다도 못하니 차라리 이혼하고 갈라서는 것이 더 낫겠다고 판단하게 된다. 결국 어떤 부부들은 하나님을 믿으면서도 이혼을 하고 배우자를 떼어냄으로 자신의 본모습을 외면하려 한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배우자를 통해 내 죄인된 실상을 보게 하심으로써 이미 경험한 주님의 용서와 용납, 사랑을 더 깊이 간구하게 하시고, 하나님의 은혜를 통해 우리를 치유함으로써 부부관계를 성숙케 하시려는 깊은 뜻과 섭리가 있으신 것이 아니겠는가!
가정은 부부가 서로 사랑하고 섬기려는 노력으로 세워진다. 그러나 우리의 인간적 노력으로는 도저히 어쩔 수 없어 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하나님은 더 깊은 용서와 은혜로 부부를 이끄셔서 그 가정을 회복시키시고 세우신다. 결국 사례와 같은 상황에 놓인 부부일지라도 둘이 만나 결혼을 하게 하신 것이나, 시간이 가면서 혼란스러운 상태에 이르게 된 것도 모두 주님의 섭리 안에서 일어나는 일임을 인정하고, 모든 것을 드러내놓고 전적으로 하나님을 의지할 때에 가정 세우기가 가능해진다. 어떤 상황에서도 하나님과 그 은혜가 가정을 세워나가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한사랑기독상담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