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 사는 한 소년이 처음으로 우리나라를 방문했다. 소년은 공항주변의 나무들을 보자 입을 딱 벌렸다. “우와! 온통 초록빛 세상이군요!”

 물이 귀하고 나무가 귀한 나라 아프리카에서 온 소년에겐 우리나라가 지상의 낙원으로 보였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는 참으로 복 받은 나라이다. 전쟁 이후 황폐한 산야에서 초근목피로 연명하던 당시와 요즘의 실상을 비교해보라. 엄청난 축복을 받은 것을 금세 알 수 있다. 잘 사는 나라일 수록 숲이 울창하고 가난한 나라일 수록 산은 헐벗고 피폐하다. 그 만큼 나무가 우거진 숲은 삶의 질을 재는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다.

 나무들이 새 잎을 피우는 봄철에 찾아드는 불청객이  바로 황사이다. 거센 바람과 함께 누런 모래바람이 안개처럼 온통 시야를 가로막을 땐 갑작스런 재해를 만난 것처럼 두렵고 당황스럽다. 황사가 있는 날은  향기로운 봄날의 산책은 물론 빨래를 널거나 창문을 열지도 못한다. 중국 북부의 타클라마칸 사막과 몽골의 고비사막에서 모래와 황토같은 작은 먼지들이 상층바람을 타고 날아오는 현상인 황사는 멀리 중국 대륙과 서해를 지나는 동안  걸러지고 가라앉아 우리나라에 도달할 때는 먼지의 농도가 처음보다 훨씬 더  약해진다.

 그럼에도 우리의 자연환경에 커다란 위해를 주는 그 황사바람을 직격으로 맞는 중국 본토인들의 고통은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을 것이다. 황사를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나무를 심어 사막을 녹지대로 바꾸어야한다. 그러나  물도 없고 유기물도 없는 광대한  사막을 녹지대로 바꾸는 일은 인간의 한계를 초월할 만큼 힘겨운 일이다. 중국 대륙과 연결된 우리 국토는 매년 황사의 사정거리에서 벗어날 수 없으니 안타까울 수밖에.

 광야 같은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마음도 여차하면 사막화되기 쉽다. 욕심과 미움과 거짓의 황사가 끊임없이 마음밭으로 날아들기 때문이다. 이 황사를 막기 위해선 무릎을 꿇고 기도와 사랑의 나무를 심는 것이 제일이다. 이 나무들은 세상의 온갖 유혹을  막는 방풍림 역할을 넉넉히 해 낼 것이다. 기도가 혹은 사랑이 심령을 채우는 날은 마음에 평안의 숲이 울창하게 우거지고 기쁨의 샘물이 분수처럼 솟구쳐 오른다. 이 얼마나 경이로운 일인가!

조임생 집사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