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철(방송작가)

 한 달 전에 아내와 두 아들을 앉혀놓고 가족회의를 했다. 집안에 무슨 커다란 일이 있는 줄 알고 깜짝 놀라며 둘러앉은 가족들에게 나는 부활절을 앞둔 3주간 동안 온 가족이 새벽기도회를 가자는 내 제안에 아이들은 또 한번 경악을 했다. 아침에 학교 갈 시간도 빠듯하게 늦잠을 자는 아이들에게 새벽기도회를 가자는 건 말 그대로 마른하늘에 청천벽력과도 같은 제안이 아닐 수 없었다. 나 역시 밤늦게 책상에 앉아 원고를 쓰는 사람으로서 새벽 기도회는 아주 중대한 결단임에 틀림없었다.

 내가 이런 제안을 하게 된 데는 몇 해 전 인터뷰 때문에 만났던 사람들 중에서 ‘새벽기도회를 통해 중요한 인생의 문제들을 하나님께로부터 응답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었고, 또 ‘우리가 그리스도인으로 살면서 이 정도쯤의 신앙적 이벤트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하는 생각이 작용했었기 때문이다.

 적어도 믿음의 가정에서 자라는 자녀들에게 평생 잊지 못할 신앙의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기도 했다. 그런 내 제안에 동정과 반항이 적당히 담긴 채 나를 바라보는 아이들에게 나는 이런 말을 했다. 우리가 예수를 믿었으니까 3주간 새벽 기도회를 나가는 정도지, 만약에 우리가 알라신을 믿는 모슬렘이었다면 어쨌을까? 그들처럼 우리도 한 달 간 라마단 기간을 거치며 금식을 해야 한다. 그 말에 유난히도 먹는 걸 좋아하는 둘째 아들은 ‘차라리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교회 다녀온 뒤에 맛있는 아침식사를 하는 게 더 낫겠다’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만약에 우리가 부처를 믿는 불교신자였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티벳의 신자들처럼 머리를 삭발하고 양 팔꿈치와 두 무릎 그리고 이마가 땅에 닿을 정도로 절을 하며 수백 킬로미터를 가야 하는 오체투지라는 걸 해야 한다. 하루빨리 학교를 졸업하고 머리를 제멋대로 가꾸고 싶어하는 큰아들에겐 이것 또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차라리 새벽기도회를 가면서 머리를 기르는 게 백 번 낫다고 생각했던가 보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새벽 공기를 가르며 교회로 차를 몰기 시작했다. 그리고 차안에서 기도를 했다. “하나님, 이건 우리 가족의 엄청난 역사입니다. 신앙생활 최대의 이벤트입니다. 졸린 눈을 비비며 아버지를 따라 나서는 이 아이들의 삶과 미래를 책임져 주옵소서” 3주간의 새벽시간에 가족을 위해서 그렇게 차분하게 앉아서 하나님께 기도해 본 적이 그때가 처음이었다. 부끄럽게도 그렇게 시작한 3주간의 우리 가족 새벽기도회는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성공리에 마쳤다. 특별 새벽기도회가 끝나는 마지막 날 아들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아빠 우리는 예수 믿는 게 정말 다행이다. 그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