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3부 학생들 ‘사명선언문’ 작성

4월의 둘째 주인 9일, 고등3부 학생 400여 명은 박용식 담임목사님의 인도 하에, 자기 인생의 좌표이자 나침반이 되는 사명선언문을 작성했다. 그리고 그것을 타임 캡슐에 넣고, 학생 대표와 함께 비전 선포식을 하였다. 지난 해에 이어 두 번째의 장엄한 팡파르였다.

한국의 고등학교 3학년은 안팎으로 고달프다. 졸업 후의 진로로 인해 본인의 맘이 편치 않은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학교를 가나 집에 가나 기대하는 눈망울들이 장난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바다에는 해삼, 산에는 산삼, 집에는 고삼이라 했을까. 학교나 가정에서 시달린 만큼 교회에 와서만은 좀 편하고 싶은 게 이들의 솔직한 심정이기도 할 것이다. 그런데 웬 사명선언문?

 이전까지 듣지도 보지도 못한 것을 해보겠다고 했을 때 그들은 사실 어안이 벙벙했을 것이다. 그러나 3주에 걸친 목사님의 치밀하고도 진지한 비전을 향한 행진에 교사와 학생 모두는 어느덧 거대한 흐름을 따라가고 있었다.

 목사님을 중심으로 고등3부 교사 모두는, 학기 초부터 ‘비전 선포’에 관한 것을 연간 계획에 올려 놓고 준비하면서 친구들에게 암암리에 비전에 관한 생각을 품게 하였다. 역할을 나눠 프로그램을 짜고, 성전을 꾸미고, 음악을 고르고, 비전함을 준비하고, ‘사명선언문’ 작성용 색지를 출력하는 등 우리는 꽤나 많은 준비를 하면서 친구들이 자기 삶의 방향 키를 일단 잡을 수 있기를 위해 나아갔다. 

 사명선언문이란 ‘인생의 의미와 목적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나타낸 대단히 유용한 문서이다. 사명서는 우리가 의사를 결정하고 행동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지침이 되는 개인 헌법의 역할을 해 준다’ 

 에이브러햄 링컨의 사명은 미 합중국의 분열을 막는 것이었고, 프랭클린 루즈벨트는 대공황에 종지부를 찍겠다는 사명을 가지고 있었다. 넬슨 만델라는 인종차별을 종식시키는 것을, 테레사 수녀는 굶주린 사람들에게 자비와 연민을 베푸는 것을, 잔 다르크는 프랑스 해방을 사명으로 가졌다. 그리고 느헤미야는 예루살렘의 성벽을 재건하는 사명에 충실했다.

 김구 선생의 사명은 ‘대한독립’이었고, 박정희 대통령의 사명은 ‘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세’였다.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사명은 남북한 7000만의 복음화라고 해야겠지…?

 염려와는 다르게 은은히 음악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친구들은 묵상을 하면서 마음 정리를 하고 이내 쓰기 시작했다. 그들은 진지했고, 행여 자신들의 마음 한 자락이라도 놓칠세라 꼼꼼이 적어 내려갔다. 스위스의 철학자 카알 힐티는 “인간 생애의 최고의 날은 자기 인생의 사명을 깨닫는 날이다. 하나님이 나를 이 목적에 쓰겠다고 작정한 그 목적을 깨닫는 것이다”고 했다.

 친구들은 자신들의 사명을 예쁜 색지에 적어 한 장은 비전함에, 한 장은 자신의 가슴에 품고 돌아갔다. 이제 그들이 성장해 감에 따라 역할이 바뀌고 사명서의 내용 또한 조금씩은 바뀌겠지만, 어린 시절 품은 사명은 그들을 원하는 항구로 이끌고 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고등3부 이임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