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대학원 개강총회에서 모 교수님이 재미있는 얘기를 들려주셨다. 어떤 사람이 교회에 가서 “로또복권 1등에 당첨되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했단다. 간절히 기도하는데 갑자기 뭐가 번쩍했단다. 그러자 그 사람은 “응답이 오는구나”라고 기뻐하며 고개를 들었단다. 그때 하나님이 이렇게 말씀하셨단다.

“야！ 이 녀석아, 로또복권이나 사놓고 기도해라！”

교수님은 문학을 전공하는 우리들에게 “일단 작품을 써라. 작품을 써야 뭐가 돼도 될 거  아냐”라는 말씀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나는 1993년에 중편소설로 문단에 데뷔했지만 생업에 휘둘려 도통 소설 쓸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늘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는 소설가가 되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했다. 어느 날 “소설을 써놓고 기도를 해야 이뤄주실 거 아냐, 쓰지도 않는데 어떻게 좋은 소설가가 되게 해 주시겠나” 이런 마음이 들었다.

정말 바빴던 작년에 드디어 <17세>(동아일보사刊)라는 장편소설을 썼고 “하나님 당선되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했더니 ‘38년 전통의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 통과’라는 응답을 주셨다. 요즘은 “<17세> 많이 팔리게 해주세요. 다음에 더 좋은 소설 쓰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하고 있다.

주변 친구들과 얘기해보면 다들 이런 저런 계획들이 많다. 이걸 하겠다, 저걸 하겠다, 이런 제목을 놓고 기도한다, 말은 많지만 실제로 그 일을 위해 노력하는 친구는 드물다. 천연덕스럽게 “아직 때가 아닌지 여건을 안 만들어 주시네”라고 말하는 친구도 있다. 분명한 것은 ‘우리가 살아있다는 사실 자체가 일 할 수 있는 여건’이라는 것이다. 계획 단계부터 철저히 기도하면서 일을 진행하면 하나님께서 반드시 당신과 함께 하실 것이다.

자, 무얼 계획하고 계십니까. 당장 기도하면서 시작하십시오. 살아있는 지금 이 순간이 바로 당신의 꿈을 실현할 때입니다.

이근미 (소설가,  www.rootle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