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교회든 창립기념예배는 중요하다. 교회가 성장할수록 그 중요성은 더욱 높아진다.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 중에서도 외부의 훌륭한 강사를 초빙하는 일은 가장 중요한 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담임목사는 신중에 신중을 기하며 특별한 강사를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

 올해로 14년째를 맞는 서울K교회에서는 창립 1주년 때부터 낙도에 있는 목회자나 외국에 나가서 헌신하는 선교사를 강사로 모신다는 기본원칙을 정해 놓았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교회개척 당시의 초심을 잃지 않고 교회를 부흥시켜 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며 강사료를 나름대로 풍족하게 지급하고 소원 하나를 들어주는 전통을 기쁨으로 여기며 실천해 오고 있다.

 이번 강사로는 그리스 데살로니가에서 길거리의 집시들을 상대로 사역하는 김수길 선교사가 결정되었다. K교회 담임목사는 동유럽에서 선교하는 사역자 11명을 소개받았다. 그런데 김 선교사를 선정한 배경이 진한 감동을 자아낸다.

 그리스에서 공부하는 큰 딸이 미국의 대학으로부터 입학허가와 장학금의 일부를 지원 받았는데도 필요한 돈이 없어 미국에 가기를 포기할지도 모른다는 안타까운 사연을 교회 홈페이지를 통해 읽고 돕고 싶은 마음이 생겨났다. K교회 담임목사는 신분을 밝히지 않은 채 김 선교사에게 국제전화를 걸었다. 자녀의 유학과 관련한 궁금한 사항들을 물어본 후 필요한 경비 1만3000달러만 후원받으면 그 다음부터는 현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공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러자 “그건 저희 교회가 담당하겠습니다”라고 말하면서 “창립기념 예배 강사로 오셔서 은혜의 말씀을 전해주세요”라고 부탁했다. 

 이 소식을 들은 선교사 부부는 “꼭 꿈을 꾸는 것만 같다”며 “하나님의 기도응답에 그저 감사할 뿐”이라고 말한다. 이들 부부는 정말 살아서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느끼며 이국 땅에서 선교하며 받은 온갖 어려움과 서러움이 한순간에 달아나버리는 것 같은 평온한 마음이 찾아왔다고 고백한다. 서울K교회 성도들은 교회의 아름다운 결정에 감격하면서 감사와 영광을 하나님께 돌리고 있다.

양병무(한국인간개발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