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범섭 장로(양천대교구)

 내가 처음 신앙을 갖게 된 것은 직장 내 직장선교회를 통해서였다. 사장님은 매주 월요일 아침에 예배를 드리고 일과를 시작했다. 예수님을 영접하기 전이었던 난 거부감이 먼저 들었다. ‘직장에서 왜?’라는 생각에 불편함을 감출 수 없었지만 마지못해 예배에 참석했다. 그런데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사장님과 같은 동네에서 살던 나는 구역예배에도 참석하라는 사장님의 권유까지 받았다. 더욱이 구역예배를 위해 일찍 퇴근하라는 배려 아닌 배려(?)도 있었다. 그 때는 부담이 되고 싫었지만 구역예배 참석은 내 신앙이 자랄 수 있는 텃밭이 되었다.

 하지만 당나귀를 물가에 데려갈 순 있어도 물을 마시게 할 수는 없듯이 마음속에 하나님을 온전히 모시지는 못했다. 이런 나에게 신앙의 불꽃을 점화하는 전환점이 생겼다. 결혼을 하고 2∼3년이 지났을 때 아내는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하늘이 무너질 것 같다’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절감하게 되었다. 

 초등학교 교사로 발령받지 얼마 되지 않았던 아내는 많은 꿈과 기쁨을 안고 일을 하고 있었다. 나 역시 가장이라는 이름하에 최선을 다할 때여서 상황은 억울하기까지 했다. 유방암에 대해 무지하던 우리 부부는 담당의사의 설명만 듣고 수술을 결정했다. 다행이 수술을 받고 완쾌되는 듯 했으나 2년 후 아내의 손등으로 암이 전이 된 것을 발견되었다. 

 의사는 “상황이 전보다 더욱 안좋다”고 했다. 난 아내를 잃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낙심하고 두려움에 빠졌다. 하지만 아내는 2년 전과 달랐다. 아내는 이미 마음속에 예수님을 영접하고 치료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아내는 수술실에 들어가기 전 나에게 “성경책을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다. 아내는 수술실에 들어가면서도 성경을 보며 주기도문을 읽었다. 1시간이라는 수술 시간 동안 난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낙심과 고통 속으로 나를 밀어 넣었다. 그런데 수술을 마치고 회복실에서 만난 아내는 평안한 표정으로 나를 맞이하고 있었다.

 아내는 “하나님께서 절 고쳐주셨어요. 그러니 걱정하지마세요”라고 말했다. 아내는 수술 중에 하나님께서 자신을 치료하시는 모습을 보았다고 나에게 증거했다. 그 후 거짓말같이 아내는 완쾌되었고 “마흔 살을 넘기기 힘들지도 모른다”는 의사의 말은 이미 부도난 수표가 되어 효력을 잃어 버렸다. 

 아내가 접한 하나님의 사랑은 나에게도 기적의 체험이었다. 하나님의 사랑을 체험하는 것은 특별한 사람에게만 일어나는 것인 줄 알았다. 하지만 아내의 일을 계기로 갖고 있던 생각이 바뀌었다. 난 ‘하나님은 언제나 날 사랑하신다, 아니 사랑하고 계셨다’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 후 난 변화된 마음으로 (사)실업인선교연합회에 가입하고 봉사를 시작했다. 기획실에서 홍보를 담당하며 조용기 목사님의 말씀을 많이 접했고, 해외선교에도 동참할 수 있었다. 특히 아프리카선교를 통해서 얻은 선교현장 체험은 나의 신앙의 뿌리가 되었다. 또 집사와 안수집사를 거쳐 장로 직분에까지 오르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우리 가족은 매일 아침 한자리에 모여 기도로 하루를 시작한다. 하나님의 사랑이 우리 가족에게 임하고 있음을 알게 된 후부터 지금껏 감사의 기도가 끊이질 않고 있다. 하나님의 사랑을 체험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하나님은 지금도 당신을 사랑하고 계십니다”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