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6남매 장손의 큰 딸로 태어났다. 대를 잇는 것을 중시하는 한국사회에서 부모님은 아들을 달라고 간절히 기도하셨지만 여동생이 태어나 부모님은 남다른 가슴앓이를 했다고 한다. 초등학교 때다. 어머니가 신학을 공부하시는 바람에 외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우리를 돌보기 위해 집으로 아예 들어오셨다. 할머니 할아버지로 인해 난 꿈이 생겨났다. 우리 조부모님과 부모님, 그리고 더 나아가 많은 노인들의 노후를 책임지고 싶다는 꿈이었다. 열아들 부럽지 않는 딸이 되고 싶어 노인전문의사가 되어야겠다는 꿈을 품게 됐다. 의대를 가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다. 하지만 좌절하고 말았다. 차선으로 경희대에서 식품영양을 전공하면서도 의사에 대한 꿈은 버릴수가 없었다. 의대에 편입하기 위해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하지만 또 낙방이라는 고배를 마실 수 밖에 없었다.

 나는 꿈과 타협을 했다. 노인전문의사가 못되더라도 노인복지시설을 운영하면 되지 않을까해서 연대 대학원 사회복지학과로 진학했다. 식품영양학 공부를 했으니 노인의 식단을 작성하고, 노인들 가까이에서 건강상태를 체크하면 되지 않을까해서다. 정말 보람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꿈을 포기할 수 없었다. 스스로 타협해 들어간 대학원을 그만두고, 다시 의대에 가기 위해 공부를 시작했다. 바로 그때다. 하나님의 역사가 일어났다. 기존에 있지 않았던 ‘의학대학원’ 제도가 생겨난 것이다. ‘의학대학원’은 4년제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과목시험을 치러 학생을 선발, 그들이 4년간 대학원 과정을 거쳐 국가고시에 합격하면 의사가 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하나님이 나를 위해 이런 제도를 만들어 주신 것 같았다. ‘의학대학원’을 가기 위한 공부가 시작됐다. 친구들은 대학을 졸업해 직장을 다니면서 부모님께 용돈도 드리는 것을 보면서 부모님에게 너무나 죄송하면서 감사한 마음뿐이었다.

 몸과 마음 고생은 갈 수록 심했다. 점심시간이 아까워 빵을 먹으며 공부했다. 몸무게는 계속 빠졌고 손과 발의 붓기는 빠지지 않았다. 하지만 난 꿈이 있었기에 이겨낼 수 있었다. 기도할 때마다 꿈을 다시 점검하며 하나님의 도구가 되기를 바랐다.
 ‘의학대학원’ 시험 일자가 발표됐다. 전국적으로 동일한 날 시험을 치르기 때문에 어디에다 지원해야 되는지 몰랐다. 가족들과 여러번 대화를 했다. 우리 가족 모두는 하나님께 물어보자며 특별새벽기도를 드리기로 작정했다. 새벽기도 첫째날 조용기 목사님이 꿈에 나타나셨다. 나는 목사님 앞에 바로 무릎을 꿇었고 목사님은 머리에 손을 얹고 기도해 주셨다. 다음날 내 동생 영신이도 같은 꿈을 꿨다. 조 목사님은 ‘어떤 기도를 해줄까?’라고 물었다고 한다. 영신이는 본인 기도를 받고 싶었지만 언니를 위해 기도해달고 했단다. 조 목사님은 “언니한테 맘 편하게 가지라고 하라”고 말씀까지 하셨단다. 우리 가족은 나에게 의사가 될 수 있다고 응답받았다고 격려했다. 전북대 의학대학원에 원서를 냈다.

  중학교 때 임종달 목사님 성회 때 성령 받은 것이 기억나 엄마와 난 전주순복음교회를 찾아갔다. 임 목사님은 “의료선교사를 보내달라고 기도하는 중이었는데 하나님이 너를 보내셨구나”하시면서 “하나님께서 넌 이미 합격했다고 말씀하시니 담대하게 면접을 치르라”고 말씀하셨다. 면접 방법은 교수 5명앞에서 주어진 문제에 대해 설명하는 것인데, 나의 면접 문제는 ‘고령화 사회의 문제점과 대책’에 대해 물어보는 것이었다. 당시 이슈였던 줄기세포, 난자제공, 교원평가제를 물어보는 것이 아니라 나의 꿈을 묻는 것이 었다. 나는 알고 있었던 것들을 담대히 말하고 통계치까지 설명했다. 면접관들은 어떻게 노인 문제에 대해 상세하게 아느냐며 본인들이 배워할 정도라고 말했다. 면접이 끝나고 하나님이 하신 일들을 생각하니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몇주 후 합격통지서를 받을 수 있었다.
 나는 이제 꿈을 실현하기 위해 한걸음 내디뎠다. 앞으로도 의술과 인성을 겸비한 의사가 반드시 될 것이다. 주님의 영광을 위해 살고 싶다. 할렐루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