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주 교회에서 만난 후배에게 “나의 2006년 계획은 모든 모임에 지각하지 않기, 정리정돈 잘하기로 정했어”라고 밝혔다. 그러자 후배는 뭐가 그렇게 한가하냐는 듯한 표정으로 “나는 정말 대단한 계획을 세웠는데… 걱정거리가 없나봐”라며 의아해 했다.
 나도 해마다 으리으리한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한 해가 갈 때쯤 달성하지 못한 목표 때문에 마음이 으스스해지곤 했다.
 평소 우스개 소리처럼 나는 “너무 잘난 분을 많이 만나서 어쩔 수 없이 겸손해진 인간”이라고 말하곤 하는데, 실제로 그러하다. 10년 넘게 인터뷰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다보니 성공한 사람을 만날 기회가 많았다. 그 분들의 공통점은 지나치게 부지런하면서 약속을 칼같이 지킨다는 것이다. 아침 7시에 인터뷰나 식사를 하자고 하신 분도 있었다. 7시에 맞추려면 그야말로 꼭두새벽부터 일어나야 한다. 지각하여 비몽사몽간에 취재를 하면서 ‘정말 고치기 힘든 일은 습관’이라는 걸 곱씹곤 했다.
 어릴 때부터 일삼아온 지각하기와 정리정돈 안 하는 일 때문에 피곤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지각하면 도착할 때까지 불안하고 정작 약속장소에 가서는 난처한 얼굴로 사과부터 해야 한다. 정리정돈이 안되어 있으면 짜증이 나는 데다 뒤죽박죽 엉켜 있는 자료 때문에 진이 빠져 일을 그르치는 경우도 있다.
 올해 내가 세운 목표는 사소한 것 지키기, 기본부터 다지기라고 할 수 있다. 어마어마한 목표를 세워놓고도 기본과 사소한 것을 지나쳐버리면 결국 화가 닥쳐온다. 좋지 않은 일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사람의 코스는 ‘작은 것을 무시하기’에서 시작된다.
 올해는 ‘작은 일에 충성하리라’고 다짐한다.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잠언 16장9절)라는 것을 명심하면서. 계획을 세우는 것보다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를 따라가면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정리정돈을 잘해 내실을 다지고, 지각을 안 해 밖에서도 인정받자는 것이 올해 나의 목표다.
이근미 소설가 (www.rootle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