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주님 세계 알리는 예술 전도사

지난해 12월 ‘운두령…’ 한국문학상 수상
딸의 죽음을 계기로 신앙 되돌아 보게 돼
고희 넘긴 나이지만 9집 준비 중인 청춘              

  (사진=김용두 기자) 지난 12월 26일 시인 이성교 원로장로는 시 ‘운두령을 넘으며’로 제42차 한국문학상을 받았다. “상을 받으니 좋다. 나는 복 받은 자”라고 소감을 전한 그는 일흔 다섯의 나이에 생각치도 않은 상을 받아 그 기쁨을 말로 다 표현 못하겠다는 했다.

 “인생 칠십이면 황혼긴데 귀한 상을 받게 되었네요. 정년퇴직 후 ‘청춘의 봄’을 빼앗긴 듯 했는데 상 덕분에 청춘을 돌려받은 기분입니다”
 한국문학상을 받은 ‘운두령을 넘으며’는 시인의 8번째 시집이다. 고향에 대한 각별한 애정이 담긴 이 작품에는 소박하고 간결한 어휘와 연상, 시각과 청각 이미지를 조화시킨 향토적 소재의 시 100여 편이 담겨 있다.

 이 중 ‘운두령을 넘으며’는 동료 문인 임인진(아동문학가) 작가가 들려준 이야기를 토대로 쓰여졌다.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으며 고통과 고난의 삶을 살았던 가족의 애환을 담은 시는 사람들에게 향수를 자아냈다. 조남익 시인은 “누구에게나 친숙하게 다가오는 향토적 신앙의 빛을 담은 시는 일관된 운율을 추구, 미학적 완성과 문학적 성과를 이뤄내고 있다”고 평하기도 했다.

 입안에 감도는 향기처럼 읽고 나면 무엇인가 남는 시를 쓰고자 했다는 이성교 장로. 저자의 동심과 신앙의 세계는 저자의 상상력을 갈등보다는 조화로, 비관보다는 낙관으로, 모순보다는 합리성으로 바라보는 따스한 시선을 낳게 했다. 모든 것이 ‘신앙의 밑바탕 덕’이라고 그는 말했다. 

 그러나 처음부터 기독교 세계관의 그의 시상을 지배한 것은 아니었다. 이성교 장로는 24살인 1956년 미당 서정주 시인의 추천을 받아 문단에 등단했다. 데뷔 후 발표한 첫 시집 ‘산음가’로 그는 현대문학상을 수상했다. 당시 2.3개에 불과했던 문학관련 상을 고려해 본다면 수상은 대단한 일이었다. 

 초창기 그의 시는 격동의 시대를 보내고 있던 여느 시인들과 마찬가지로 회의적 내용이 많았다. 술과 담배, 인생의 고뇌를 응당 즐겨야 한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의 틈바구니 속에 그도 있었다. 교인이었지만 ‘나이롱 신자’로 살았기에 시 내용은 늘 상처뿐이었다.

 그런 그에게 어린 딸의 죽음은 인생의 전환점을 가져다 주었다. 성신여고 교사로 있던 1964년 그의 집 앞 골목에서 놀던 다섯살배기 어린 딸이 택시에 치어 죽자 아내는 아이의 죽음 앞에 회개기도를 했다. 그러나 이성교 시인은 밤새 술을 마셨다. 가슴의 상처를 달래려고 밤새 술에 의지했다. 고통을 잊으려 시 ‘밤비’를 짓기도 했다. 그래도 고통의 방망이가 그의 가슴에 멍 자국을 새겼다.  

 “권사인 장모는 아이의 죽음을 계기로 ‘신앙을 점검해보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저에게 서대문에 한 교회가 있는데 그 곳에 가면 은혜를 받을 수 있다고 알려주셨죠”

 장모가 말한 교회는 순복음교회였다. 젊은 목사님가 불을 뿜듯 품어내는 설교는 이성교 시인의 가슴에 이전과 다른 새로움을 안겨주었다. 순복음교회로 교회를 옮긴 뒤 그의 신앙은 180도 달라졌다. 남선교회 전도차장으로 활동하며 교도소, 병원 등에 생명의 복음을 전했다. 복음을 전할수록 은혜를 받는 것은 “이성교, 자신이었다”고 그는 회고했다.

 그의 안에 주님으로 인한 소망이 생기자 시를 지배하는 세계가 긍정적이고 희망적으로 변했다. 그가 쓴 시집 중 4집 ‘눈 온 날 저녁’은 신앙시의 최고조라 할 수 있다. 십자가 보혈 등 직접적인 기독교 용어를 사용하진 않았지만 명절 전 날의 어슴푸레 스며드는 저녁 빛깔과 축제 분위기를 표현한 시로 그는 월탄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기독문학의 선두주자격인 이 장로는 기독 문학가들이 작품을 통해 희망을 노래하길 원한다. 어려움을 모르고 자란 세대가 요즘 세대라 삶을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그는 한탄했다. 시의 기본 구조를 지키되 시 속에 하나님의 영광을 반드시 담으라고 그는 젊은 시인들에게 당부했다.  

 이번 수상이 보약을 먹은 것 같다고 표현한 이 장로는 “상이란 건 지금까지의 나를 돌아보게 함과 동시에 앞으로의 나를 어떻게 담아야 할지 고민하게 만든다”며 “작품속에 기독교의 향취를 더 많이 담아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하나님의 마음을 품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소망이라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야말로 시로 복음을 전하는 ‘예술 전도사’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고희를 넘긴 나이지만 9집을 준비 중이라는 이성교 장로의 힘찬 포부속에서 신선한 청년의 바람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