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로 하나님 찬양합니다”

성경판소리 ‘모세전’ 제작 공연
우리 소리로 하나님 영광 돌려

 “우리 것이 없다” 교회 안에서 간혹 이런 말을 듣는다. 힙합 등 다양한 외국 문화로 찬양하는 것은 더 이상 낯선 문화가 아니다. 그러나 우리 고유 문화로 하나님을 찬양하는 것은 아직까지 우리에게 낯설게 다가온다. 이런 상황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하는 사람이 있다. 우리교회 연예인선교회에서 봉사하는 김형철 집사(국립 창극단원)가 그중 한 사람이다. 그는 말씀과 판소리를 결합한 ‘성경판소리 모세전’을 만들어 지난 10월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장애인 돕기 김형철의 성경판소리 모세전 한마당’을 개최했다.
 장애인을 위한다는 명분도 있지만 우리나라의 정치중심 국회에서 하나님의 말씀이 울려 퍼진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히 기쁜 일이었다. 김 집사는 “자랑스러운 우리의 소리 판소리로 하나님의 말씀을 엮어 만든 성경판소리로 전세계에 복음을 전하는 것이 꿈이다. 홍해 앞에서 모세전을 공연하는 것이 소망”이라며 “국회에서의 공연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모세전의 줄거리는 우리가 아는 것처럼 모세가 홍해를 가르는 이야기가 전부다. 하지만 고수의 북소리에 맞추어 창, 말, 몸짓을 섞어가며 모세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을 듣고 있노라면 자신도 모르게 “얼쑤∼”라는 추임새가 나오게 마련이다. 언뜻 들어서는 기존의 성경판소리와 다를게 없다고 푸념 할 수 있다. 그러나 모세전은 듣는 즐거움과 극적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합창과 방창을 집어넣은 것이 특색이다. 김 집사는 “특히 모세가 홍해를 가르는 대목에서는 합창과 방창 그리고 모듬북이 어우러져 스펙터클한 장관을 소리로 엮어낸다”며 모세전의 하일라이트를 강조했다.
 사실 판소리를 창작하는 것이 그리 녹록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는 성경을 놓고 공부하고 연구해서 모세전 제작에 착수했다. 그는 ‘외국에는 그들만의 소리로 하나님을 찬양하는 것이 익숙하고 쉽게 볼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는 생각에 기도로 준비했다. 그러나 그는 우리 소리에 대한 벽이 높은 교회의 시선과 국악계에서 보는 성경판소리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 때문에 걱정이 앞섰다.
 더불어 사람들이 우리나라 음악의 뿌리를 무속신앙과 타종교에서 찾다보니 교회에서 우리 민족 고유의 음악으로 하나님을 찬양하는 것을 허용하는 일이 드물었다. 국악계에서 조차 “선율만 국악이다”라며 국립극장에 올리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는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면서 너무나 힘들어 중도 포기를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사전에 포기란 없었다. 김 집사는 “특히 어머니의 기도 때문에 다시 시작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가 어렸을 때 그의 집안은 무속신앙이 가득했다. 하지만 어머니가 교회를 출석하기 시작하면서부터 그의 삶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어머니의 강한 신앙이 신앙의 모태가 되었다. 대학에 입학해 판소리를 전공하던 그에게 ‘판소리로 하나님을 찬양하겠다’는 비전이 생겼다.
 현재 순복음대학원대학교에 재학 중인 그는 무엇보다 성령님의 임재하심 없이는 모세전을 완성하지 못했을 거라고 강조했다. 혼자 모세전 대본을 쓰고, 작곡하고 소리까지 내다보니 너무 힘이 들었다. 그는 힘들 때마다 기도로 하나님께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면 하나님은 그 때마다 김 집사의 손을 끌어주시고 도움의 손길을 붙여주셨다. 시나리오가 막힐 때는 문예창작을 공부하는 제자를 만나게 하시고, 목사인 친구로부터도 많은 조언을 들을 수 있었다. 비록 국립극장에 올리지는 못했지만 우리나라 정치 1번지인 국회에서 그의 공연을 할 수 있도록 하나님은 그를 도우셨다. 뿐만 아니라 미주 한인 이민 100주년이 되는 2003년에는 LA컨벤션센터라는 세계적인 무대에 그를 세우셨다.
 하나님의 이끌림에 완성된 모세전을 두고 김 집사는 “몇 백년에 걸쳐 만들어진 기존의 판소리에 비하면 어설픈 작품”이라며 겸손히 웃었다. 그는 지금까지 모세전을 비롯해 국악찬양집회만 500회 이상했다. 그래도 그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한다.
 김 집사는 2006년의 첫 번째 프로젝트로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성도들이 선율을 이용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고유의 선율을 넣어 읽는 세계에 하나뿐인 성경읽기”라며 “성도들의 성경완독을 돕기 위한 구상으로 현재 방송국들에 의견을 타진 중에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또한 우리교회 창립 50주년에 맞추어 조용기 목사의 사역을 판소리로 엮는 작업을 구상 중에 있다고 한다.
 앞으로도 김 집사는 우리 민족 고유의 소리, 문화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기 위해 고군분투할 것이다. 그의 앞에는 판소리에 대한 편견, 시대적 이질감 등 아직 큰 홍해가 가로 막고 있다. 하지만 그는 하나님께 기도함으로 그런 홍해들을 “쫙쫙쫙” 가르고 도포자락을 휘날리며 하나님을 찬양할 것이다.
글·정승환 / 사진·김용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