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은 남보다 나를 더 풍요롭게 하지요”

초겨울 문턱을 넘으며 월동준비가 한창이다. 예전 같지 않다지만 주부들의 대표적인 겨우살이 준비라면 뭐니뭐니해도 김장김치 담그기 아닐까. 요즘 많은 가정에서 김치를 사다먹는다지만 최근 불어닥친 수입김치파동으로 이제 그마저 녹록치 않다. 또 가격도 만만치 않다. 여하튼 김장김치를 담그는 것은 주부들의 고민이자 큰일임에 틀림없다. 형편이 어려운 가정이야 두 말할 나위 없다.

이웃들의 이런 고민을 10년째 해결해 주고 있는 임금자 집사를 만났다. 올해도 1000포기의 배추를 담가 소년소녀가장, 무의탁 노인, 지체장애자, 어려운 교회 등 26곳에 보냈다.

말이 쉬워 1000포기지 배추를 씻어 절이고 속에 들어갈 양념을 손질한다는 것은 엄두내기 힘든 일임에 분명하다. 이번에도 5교구 식구 30여 명이 사흘을 매달려서야 겨우 일을 마쳤다. 그래도 모두가 “좋은 일 한다”며 힘든 줄 모르고 끝냈다.

넉넉지 않은 가정형편에 앞서 말한 것처럼 10년을 하루같이 김장을 담가 이웃과 나누는 까닭이 궁금해 물었다. 임 집사는 “김장을 담가 나눈 것이 10년이지 장애자 가정을 돌본 것은 그보다 앞섰다”고 했다. 얘기인즉, 25년 전 산후조리를 잘하지 못한 임 집사는 건강이 극도로 쇠약해졌다. 아이를 돌보기는커녕 기력이 달려 자신의 몸조차 돌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때 주변에서 ‘예수를 영접하면 병이 낫는다’며 교회에 갈 것을 권했고, 더불어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봉사의 삶을 권했다. 걷기도 힘든 형편이었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대로 했다. 홀로 생활하는 장애자 가정을 방문해 밥도 짓고, 목욕도 시켜줬다. 그리고 기도했다. “내 몸을 건강케 해주시면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삶을 살겠다”고. 기적은 그렇게 시작됐다. 2개월 후 감쪽같이 몸이 나았다. 좋은 약을 먹어도 낫지 않던 몸이 가벼워졌다.

“그때부터 제 삶은 덤으로 얻었다고 생각해요” 하나님 앞에 약속한대로 임 집사는 장애자 가정 봉사를 병이 나은 후에도 계속했고, 10년 전부터 이들의 겨우살이를 위해 김장김치를 담가 나누고 있다. 처음 50포기로 시작한 김장김치 나눔도 해를 넘기며 500포기, 700포기로 그 수를 불려가고 있다. 올해의 경우 수입김치파동이후 배추 값이 천장부지로 올라 걱정을 많이 했지만 다행스럽게도 아는 분이 1000포기 배추를 무상으로 주셨다.

“이 일을 하며 하나님의 은혜를 많이 체험해요. 봉사와 나눔은 언뜻 남을 위한 일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실상 일을 하면 할수록 내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지름길인 것 같아요”

세상이 각박하다고들 하지만, 그이의 미소 속에서 각박해진 세상이 온기를 잃지 않는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