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식 집사(개그맨, 뉴욕성서교회)

“하나님∼ 밥풀떼기 이제 돌아왔어요”

미국 유학 중 예수님 사랑 체험
장애인, 어린이 돕기에 앞장서

 
 1980, 90년대 개그계를 주름잡던 밥풀떼기 김정식 집사. 그는 “형님∼ 알라들 앞에서∼” 유행어를 만들어내며 안방 브라운관을 넘나들었고 남녀노소 시청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1989년과 91년에는 백상예술대상을 연달아 수상하며 그의 인기를 증명했다.
 1998년 돌연 미국으로 떠났던 그가 돌아온 후 달라졌다. 우리에게 웃음보따리를 풀어놨던 인기 개그맨 김정식 집사가 지금은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희망보따리를 풀어놓고 있다. 신문과 방송에서는 그의 달라진 소식을 전하기에 바빴고 한동안 빡빡한 인터뷰 일정을 소화해야 했다.
 “요즘 얼굴이 바뀌었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요. 개그맨으로 일할 때도 웃는 얼굴이 아니었어요. 그런데 이젠 늘 활짝 웃는 얼굴을 하고 있으니 사람들이 다 놀라죠”
 그는 개그맨이라는 직업을 내려놨다. 대신 장애인을 위한 인터넷 방송 ‘사랑의 소리’(대표 이은경) 본부장으로 일하며 ‘김정식의 세상 속 이야기’를 통해 장애인들에게 힘이 되고 있다. 특히 난치병 아이들을 위한 모임인 ‘여울돌’ 등 소외된 이웃을 위한 일이라면 발벗고 나선다. 또한 총회신학대학원 2학차 학생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로 활동하느라 하루 24시간이 모자르다. 지난 4월에 과로로 쓰러진데 이어 7월에도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의사는 심장에 문제가 있다고 진단했지만 제 몸 돌볼 시간이 없어요.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위해 어서 일해야죠. 의사는 하나님이신데 무슨 걱정이 있어요?” 그는 이미 하나님이 치료자라는 것을 뼛속깊이 체험한 적이 있다. 그가 미국에서 2년만에 돌아왔을때 잘 계시리라 생각했던 어머니가 치매로 아들의 얼굴도 알아보지 못했다. 그의 눈물과 기도로 지금은 10년 전까지 모두 기억 하신다고. “모두 중보기도 덕분이에요. 어머니가 기억을 되찾은 것은 병원 의사들도 모두 놀랄 일이었어요”라고 웃는다.
 요즘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에 하나가 건강도 안챙기면서 왜 돈도 안되는 일을 하고 있냐는 거다. 그리고 돈을 못벌면 생활비는 어떻게 하냐는 것. 그는 “하나님은 우리의 필요를 채워주시는 분이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라고 짤막하게 대답한다.
 “처음 예수님을 만난 얘기를 하려면 일단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해요” 이어지는 말이 기대됐다. 그는 한창 개그맨으로 주가를 올리던 90년대를 떠올렸다. 그는 피아니스트인 아내의 클래식 공연을 위해 미국에 간 적이 있었다. 아내의 공연을 앞두고 이것저것 안좋은 일들이 겹쳐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그 때 갑자기 아내가 기도해 달라며 내 앞에 무릎을 꿇는거예요. 당황했지만 아내가 불안해하니 기도하는 흉내라도 냈죠. 기도같지도 않은 그 기도에 조건을 붙였어요. 눈앞에 닥친 어려움이 해결되면 나중에 교회에 나가겠다고요” 기도가 끝나고 4시간 후, 막막했던 상황이 급반전됐다. 거짓말처럼 문제가 해결됐고 공연도 대성황을 이뤘다.
 “이제 정말 교회가야 되나? 걱정이 앞서더군요. 하지만 우리집은 기독교는 절대 반대였기 때문에 어머니에게 순종하기 위해서 못간다며 핑곗거리를 생각했죠” 하지만 며칠 후 어머니의 한 마디로 모든 고민을 접을 수 밖에 없었다. “아범아 교회 안가냐? 너 가보고 좋으면 나두 한번 가볼려구 그런다”
 그 때부터 그는 기독교인이 됐다. “하지만 교회간다고 폼만 잡는 무식한 성도였죠. 착하게만 살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가 1998년 영화공부를 하기 위해 미국으로 떠났을 때 IMF가 겹쳐 경제적으로 어려웠다. “당장 식구들이 지내야할 집도 못구해 잔디밭에 무릎꿇고 2∼3시간동안 펑펑 울면서 기도했어요. 하나님께 모든 것을 맡기고 가족들을 데리러 공항에 가는데 기적이 일어났죠”
 대기자가 1년씩 기다리고 있는 아파트에 보증인도 없이 들어갈 수 있었고, 집 근처에 한인교회도 있었다. 모든 것이 술술 잘 풀려나갔다. “그 때 하나님께 구하고 맡기면 응답해주시는 분이라는 것을 확실히 깨달았어요” 그리고 기도원에 올라가 3일간 철야예배를 드리면서 “주님의 영광을 나타내는 사람이 되겠습니다”라고 서원했다.
 미국에서 돌아오자 사람들 눈에 그는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 연예인으로 활동하던 예전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이젠 어려운 이웃을 먼저 돌보고 있으니 말이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어머니가 고생을 많이 하셨어요. 코미디언이 된 것도 어머니 약값을 벌기 위해서였죠. 집안 환경이 어려웠던 것도 하나님의 계획이신 것 같아요. 제가 어려움을 겪어봤으니 어려운 사람의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있잖아요”
 전문적인 봉사를 위해 늦깎이 대학생으로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그는 사회복지 대학원 석사과정 입학을 앞두고 있다. 최근에는 장애인들을 위한 치과의사 모임인 ‘스마일 협회’ 홍보대사로도 활동하게 됐다. 또한 치매노인 이야기를 다룬 영화 ‘노을이 아름답다’의 시나리오와 아이들을 위한 ‘아이사랑운동본부’도 준비 중이다.
 그에게 예수님은 어떤 분이시길래 부와 명예를 모두 버리고 좇을까? “예수님은 추운 겨울날 따뜻한 무릎덮개 같은 분이세요. 우리가 늘 손만 뻗으면 따뜻하게 덮을 수 있지만 그것을 몰라 오들오들 떠는 사람이 많죠. 하나님은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분이죠. 늘 우리를 도와주고 싶어하시는 좋은 분인 것을 많은 사람들이 깨달았으면 해요”
글·이미나 / 사진·김용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