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악을 들려주면 더 잘 자라는 화초 이야기를 텔레비전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식물에게도 느낌과 감정이 있다는 과학적 증명의 기사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아파트 베란다의 난 화분에 물을 주거나 찬송가 40장을 흥얼거리며 아름답게 단풍진 가을 숲을 거닐 때 식물의 생명체에 대해 생각합니다. ‘생명 가진 것의 도덕’으로 보자면 숲의 나무처럼 완벽한 이타적 존재도 드물지요. 살아있을 때는 맑은 산소와 휘튼치트라는 유익물질을 내뿜어 인간에게 건강한 환경을 제공하다가 죽어서는 목재로써 인간에게 아낌없이 줍니다. 가능만하다면 우리는 나무와 같은 존재로 말없는 도덕의 실천자가 되어야 옳으리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식물의 생명가치라고 해서 동물의 그것에 비해 열등해야 할 이유가 없건만 우리 인간의 이기주의는 자기 편할 대로 ‘윤리’를 만들어놓고 그것을 잣대삼아 선이니 악이니 하면서 멋대로 재단합니다. 벌레 한 마리라도 살생하면 안 된다-라면서 지렁이도 밟지 않고 생선이나 육류 등 고기도 먹지 않는 종교가 있지만 저들은 산야의 약초나 나물 등 식물의 생명체를 가차 없이 뿌리 뽑아 먹는 데는 일언반구가 없습니다. 그것이 인간의 한계입니다. 동물을 보호하자면서 밍크 옷을 배격하고 코리안 보신탕도 꾸짖어 매도하는 선진국형 도덕군자들이 수시로 출몰하지만 저들이 소와 닭과 양과 칠면조를 학살하여 먹는 행위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얘기가 없습니다. 그것이 바로 도덕적으로 완벽할 수가 없는 인간의 한계입니다.
그 한계의 시발점을 파보면 그곳에 우리 인간의 피할 수 없는 원죄가 그렇게 숨어 도사리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살기 위해 우리는 인접 생명계의 이웃들을 끊임없이 살생하여 잡아먹어야 합니다. 감정을 가진 식물의 생명체, 감정은 물론 지능까지도 지닌 동물의 생명체를 가차 없이 죽여서 먹어야 합니다. 그 이치를 생각하면 우리 인간은 어느 경우에도 생명세계에서 도덕적 우월감을 내세울 수가 없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먹고 조금이라도 덜 소비하면서 자연 앞에 겸손해져야 한다고 그래서 주님께서는 가르치셨을 것입니다.
이만재 (카피라이터,‘막쪄낸 찐빵’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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