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생각하면 참으로 아찔한 기억이 있다.
여러 해 전, 어느 문학 단체의 시상식에서 사회를 맡았을 때의 일이다. 모처럼 한복을 차려입고 여유있게 시간을 계산해 지하철을 탔다. 사회자가 하객들보다 먼저 행사장에 도착하는 것은 기본적인 상식이다.
 식전 40분에 도착할 예정이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생겼다. 경복궁 후문에 내리긴 했는데 널따란 길이 이상하게 낯설었다. 출구를 잘못 빠져나와 어림으로 접어든 길이 청와대 앞길이었던 것이다. 택시를 타려고 해도 좀처럼 보이지가 않았다. 10분, 20분…. 시간이 흘러가자 마음이 점점 다급해지기 시작했다.
 어느새 행사 15분전！ 하객들이 행사장을 채우고 마이크를 주목할 시간이 코앞에 다가왔다. 그런데 사회자는 아직도 길에서 배회하다니！ 오, 하나님. 도와주세요！ 단발마의 기도가 튀어나왔다. 그때였다. 길가에 경찰차가 서더니 경찰이 내리는 게 보였다. 즉각적인 응답이리라. 앞 뒤 가릴 것 없이 달려갔다.
 “저, 죄송하지만 급한 일이 있으니 좀 태워주세요”
 “네, 어서 타십시오”
 그 때의 감사함을 말로 다 할 수가 없다. 그동안 부정적이던 경찰의 이미지가 민중의 지팡이로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불과 오 분 만에 경찰차는 내가 가야할 장소 앞에 정확하게 내려주었다.
 선입견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그동안 내가 가진 경찰의 이미지는 시민을 보호하고 돕는 친구로서의 경찰이 아니었다. 무뚝뚝하고 목이 곧고 거북스러운 느낌이 들어 외면하고 싶었다. 그 경찰이 이렇게도 친절하고 편안하게 내 문제를 일시에 해결해 줄 줄이야. 그들이 금세 아름다운 친구처럼 느껴졌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감사기도가 절로 나왔다.
 살아가노라면 누군가의 실상에 대해 잘 모르면서 경솔하게 판단하고 행동할 때가 많다. 그것은 생각의 모순을 낳는 무례한 일이며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중요한 것은 선입견을 버리는 것이며 고정관념을 깨트리는 것이리라.
 종종 신앙의 가치를 모르는 사람들이 경솔하게 신앙을 판단하는 것을 본다. 내가 경찰을 민중의 지팡이로 여기지 않았던 것처럼.
 그 집에 들어가 보지 않고, 그 집의 주인을 만나보지도 않은 채 자기 잣대로 판단하는 것은 허망한 일이다. 신앙을 가지고서야 함부로 신앙인들을 폄하하던 이전의 내 모습이 참 미련했다는 생각이 든다.
 조임생 작가(시인)

사진설명:백 일을 꽃 피우며 사랑을 고백한다는 백일홍. 충남 고대도 들길에 활짝 피었다.
고대도는 최초로 한국을 방문한 귀츨라프 선교사가 복음을 전한 곳.
평생 주님의 사랑을 고백했던 선교사를 닮은 것같아 백일홍이 더욱 아름답다.      글·사진 김용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