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 때 집사람과 함께 변산반도 일대와 진안 마이산을 관광하고 용담댐의 아름다운 호수길을 달리고 있었습니다. 도로 표지판이 잘 되어있는 편이었는데도 금산을 거치지 않고 곧장 연산까지 질러가는 길이 없을까를 시도하다가 그만 길을 잃고 말았습니다. 한 마을을 지나자 웬 콘크리트 새마을 도로가 나오는가 싶더니 이내 비포장 산길로 들어서고 말았습니다.
 

비탈진 산길은 군데군데 파여 있었고 황토 물웅덩이가 그대로 고여 있는 곳도 많았을 뿐만 아니라 잡초 무성한 길의 가운데 부위가 솟아올라 차의 하체 철판을 마구 긁어대는 소리가 났습니다. 그런 고약한 비포장길에 갇혀 쩔쩔 맨 시간이 아마 시간 반 남짓이나 되지 싶습니다. 아쉬운 지경에 처하니까 우리 내외의 입에서는 자동으로 기도소리가 나왔습니다.

 기도 덕분인지 얼마 후 드디어 탈출로를 찾았고 차는 마침내 아스팔트 포장국도를 달리게 되었습니다. 비포장도로에서 포장도로로 올라섰을 때의 형언하기 어려운 그 흡족감을 아마 경험해보셨을 테지요. 나도 모르게 입에서 “아, 이게 바로 실크로드 아닌가!” 하는 탄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포장도로라는 게 이렇게도 고마운 사회 기반시설임을 평소에는 잊고 살기가 쉽습니다.  
교회가 없는 이슬람권을 여행하고 돌아온 친구가 있습니다. 여행을 마치고 인천공항에 당도하여 공항버스를 탔는데 서울로 들어오는 동안 제일 반갑게 눈에 박혀오는 것이 길가 동네마다 솟아있는 교회 첨탑 십자가였다는 고백이었습니다. 흔한 풍경 중 하나인 교회 십자가가 그렇게 반가운 존재였던 것을 평소에는 모르고 살았다는 것입니다. 옆자리 사람이 듣거나 말거나 입으로 연방 “할렐루야∼”를 흥얼거렸다는 얘기였습니다. 

 눈을 감고 자기 주위의 인물들을 한 사람씩 떠올려서는 그 사람들이 제 곁에 없게 되는 만약의 경우를 상상해보다가 소스라치게 놀라 그 한 사람 한 사람의 존재가 얼마나 귀하고 고마운 자기의 일부인가를 새삼 깨우쳤다는 주일학교 교사의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세상에 살아있는 동안 우리가 할 일은 자기를 감싸고 있는 모든 사물들에 대한  감사여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발가벗은 채 맨주먹으로 세상에 태어난 우리에게 그래서 주님께서는 ‘감사’를 가르쳐 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