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때가 되면

  오늘은 민속 명절인 추석이다. 보름달만한 즐거움을 안고 고향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새삼 고와 보인다. 명절 때가 되면 다수의 그리스도인들이 겪는 갈등이 있다. 조상제사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때마침 이 문제를 다룬 책 한 권을 읽고 느낀바가 있어서 그 내용을 간추려 본다. 부모에 대한 효도는 예부터 우리 민족의 도덕과 윤리의 기본 강령이자 하나님의 명령이기도 하다. “네 부모를 공경하라. 그리하면 너의 하나님 나 여호와가 네게 준 땅에서 네 생명이 길리라.”(출20:12) 이같이 효가 자식 된 근본 도리요, 하나님의 계명일진대 어떤 핑계로도 자식은 부모를 경홀히 여길 수 없는 것이다. 예수님도 효자 중 효자이셨다. 하나님 아버지를 늘 순종함으로 섬기셨고 육신의 부모에게도 최고의 효도를 하셨다. 특히 십자가에서 임종의 고통을 당하시면서도 제자들에게 어머니 마리아의 봉양을 부탁하신 것은 효의 극치를 보여주신 것이다. 기독교는 참 효도의 종교이다. “그렇다면 왜 교회에서는 조상 제사를 반대하는가?”라는 질문이나 비난이 자주 나오고 있다. 그에 대한 이유는 이렇다. 첫째로, 조상제사는 본래 우리의 것이 아닌 다른 나라로부터 수입된 외래문화이기 때문이다. 사가들의 연구에 의하면 조상제사는 고려때 중국의 유교에서 나온 주자학이 우리나라에 전래되면서 함께 유입된 것이라고 한다. 그 후 이태조가 무력으로 정권을 잡자 이에 불만을 품고 돌아선 백성의 민심을 수습하고 그의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 유교를 국교로 삼고 무학대사와 함께 제사를 널리 장려함으로써 만연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는 전적으로 정치적 술수였다. 한 예로 제사상에는 필수로 세 가지 실과를 올리게 했는데 씨가 하나인 대추는 이성계를 의미하고 한 송이에 알이 세 개인 밤은 그를 돕는 삼정승을 그리고 여섯 개의 씨를 가진 감은 육판서를 의미했다. 이를 모르고 조상제사를 하늘이 낸 신조처럼 고집하며 우기는 것은 아직도 이성계의 술수에 속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로, 이방인의 제사는 귀신에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고전 10:20). 사람은 죽으면 어느 누구를 막론하고 영혼이 현세와는 전혀 차원이 다른 영적 세계로 격리된다. 예수님께서는 한 부자와 거지 나사로의 비유에서 이 사실을 말씀하셨다.(눅 16:19∼31) 그러므로 제사를 할 때 조상들이 와서 음식을 먹고 절을 받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오히려 조상의 모습으로 둔갑한 간교한 귀신들을 떼거지로 집안에 불러들여 불행을 자청하는 일이 되고 마는 것이다. 끝으로 제사가 조상을 신격화하기 때문이다. 소위 ‘○○○신위(神位)’라는 지방을 붙여놓고 그 앞에 절을 하는 것은 조상을 신격화 내지는 우상화하는 행위로써 십계명 중 제 일과 제 이계명을 어기게 하는 마귀의 술책임을 알아야 한다. 이러므로 우리 기독교에서는 이런 제사가 아닌 추도식을 통해 효를 나타낸다. 불신자들처럼 음식을 차리거나 절을 하지 않고 살아계신 하나님께 예배를 드리고 난후 후손들이 정답게 둘러앉아 조상의 은공을 기리고 음식을 나누며 화목을 다지고 신앙을 권장하는 것이다. 이 얼마나 은혜로운 모습인가!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효도는 부모님이 살아계실 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돌아가신 다음에 하는 효도가 과연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 “어버이 살아실 제 섬기기를 다하여라” 올 추석에는 더 밝은 보름달이 우리의 마음속에 떠올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