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이끈 새벽기도 능력, 학교경영에도 탁월
총장 4년 봉급…학교발전기금으로 헌납
‘청렴결백’ 공직생활, 신앙인 위상 높여

올해 3월 숭실대학교 총장에 취임해 평양 숭실의 옛 명성을 회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이효계 장로를 만나 성령하나님과 함께 걸어온 지난 삶에 대해 들었다.

한국전쟁이 끝나고 숭실대가 재건된 후 첫 입학생이었던 이 장로의 인생여정에는 ‘최초’라는 수식어가 많이 붙는다. 숭실역사 최초의 고시합격생이자, 최초의 장관이다. 또한 숭실역사 최초의 모교출신 총장으로 이 장로의 걸음이 숭실역사의 한 페이지를 기록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싶다. 전라남도지사, 내무부차관, 한국토지공사사장, 농림부장관 등 주요 공직을 두루 거쳤지만, 본디 그의 꿈은 목회자였다.

목회자를 향한 길에서 공직자의 길로 선회하게 된 까닭이 궁금해 물어봤다. “1958년 목회자의 꿈을 안고 법학을 공부하고 있는 제게 아버지는 공직자가 되라고 하셨습니다. 제 꿈과 아버지의 바람이 달라 갈등했지만, 아버지는 기도의 사람이셨기에 아버지의 말씀을 따르기로 했습니다” 전남 구례군수를 지낸 아버지는 재직 당시 극심한 가뭄으로 군민들이 아우성치자 하동지방을 바라보며 산꼭대기에서 기절까지 하며 금식기도를 하셨다. 기도 후 적당한 양의 비가 내려 풍년을 이루었고, 이런 신앙체험은 하나님의 실존을 실감케 했다.

아버지의 요구대로 이 장로는 1961년 행정고시(13회)에 합격, 공직의 길에 들어섰다. 목회자가 되고자했던 그의 꿈을 하나님은 동생을 통해 이루셨다.

공직 입문 후 이 장로의 첫 발령지는 총리실이었다. 얼마 후 내무부로 옮겨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버클리대학으로 유학을 떠나 행정학을 공부했다. 한국에서 지방자치제를 실시하기 훨씬 전부터 하나님은 이 장로에게 학문적 준비를 하도록 하셨다. 이후 청와대행정관 전주시장 충북부지사 부산부시장 등을 거쳐 서울시 행정을 총괄하는 총리실 제3조정관에 부임했다. 1983년 12월부터 4년 6개월 동안 조정관으로 근무했는데, 이 기간동안 그의 후배들은 줄곧 지방장관으로 내려갔다. 4∼5명의 후배들이 그보다 먼저 지방장관으로 내려가며 주위사람들로부터 그의 존재는 점점 잊혀지는 듯 했다. 그러나 이러한 심리적 압박 속에서도 신앙은 더욱 불이 붙었다. 매일 새벽 하나님께 무릎 꿇었고, 하나님은 이 시간을 통해 그를 단련하셨다.

중학교 2학년 무렵부터 시작된 그의 새벽기도는 55년이 지나는 동안 늘 한결같다. 언제 어디서든 새벽 4시30분이면 무릎을 꿇고 하나님을 만난다. 어떻게 중학생 때부터 새벽기도를 시작하게 되었는지 궁금해 물어봤다. “어느 날엔가 기도를 하는데 ‘기도하라’는 음성이 들렸어요. 깜짝 놀라 주위를 둘러봤는데 아무도 없었어요. 잘못 들었나싶었는데 다시 ‘기도하라’는 음성이 들렸습니다. 누군가 장난을 치나 싶어 다시 주위를 살폈는데 역시 아무도 없었습니다. 이때 다시 ‘평생에 기도하라’는 음성이 들렸어요” 하나님이 주시는 이 음성을 들은 후 그는 매일 새벽 4시면 일어나 몸을 정갈히 하고 기도시간을 갖는다고 했다.

1990년 6월 그는 광주시장으로 발령을 받았다. 당시 광주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에 관한 법률 제정에 관한 문제로 매일 시위가 계속되고 있었다. 정부와 시민간 견해차가 커 문제는 쉽사리 매듭지어지지 않았다. 사람의 방법으로는 문제해결의 끝이 보이지 않는 그때도 그는 하나님 앞에 납작하게 엎드려 하나님의 도움을 구했다. 호주머니 속에 들어있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관련자들의 명단을 꺼내 하나 하나 이름을 불러가며 기도했고, 광주의 전 교회에 기도를 요청했다. 그렇게 문제해결의 실타래가 풀렸고, 시장으로 재임하며 이 장로는 시장 집무실에 아예 별도의 기도골방을 꾸려 틈만 나면 이 곳에서 하나님을 만나 지혜를 구했다. 무슨 일이든 하나님의 뜻을 먼저 구하자 하나님은 더 큰 일을 그에게 맡기셨다. 1992년 4월 이 장로는 전남지사로 발령을 받았다. 부임하던 그해 우루과이라운드의 태풍이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농민들은 경운기에 벼를 싣고 각 군청 정문에 몰려와 ‘전량수매’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시위가 극에 달하며 벼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지르기도 했다. 마음이 답답해 오던 그에게 방법은 오직 ‘기도’뿐이었다. 7일간의 금식기도를 마쳤을 때 서울에서 뜻밖의 전화를 한 통 받았다. 전남출신의 한 기업인이 쌀을 구매해 직원들에게 나눠주겠다는 것이었다. 도시와 농촌간 협동과 나눔을 통해 살아갈 길을 보여주신 것이다. 이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이 장로는 그해 11월 서울 교육문화회관에서 ‘전남 가을쌀 예매제’를 실시, 어려움을 슬기롭게 헤쳐 나왔다.

1997년 농림부장관을 끝으로 공직에서 물러날 때까지 그가 경험한 기적릴레이는 끝이 없다. 특히 고급 공무원의 금품수수를 당연시하는 풍토 속에서도 이 장로는 40여 년의 공직생활 동안 단 한차례도 징계를 받은 적이 없다. 국가에서 주는 월급 이상의 돈을 가져가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지만 이 일이 대단해 보이는 것은 사회의 풍토가 그만큼 변질됐기 때문일 게다.

올 3월 숭실대 총장으로 부임한 후 이 장로가 가장 먼저 한 일은 기도편지를 발송하는 것이었다. 총장부임 후 이 장로는 숭실의 현실을 알리는 편지를 동문과 8000여 교회에 보냈다. 편지는 사학 10위권 진입과 학교발전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관심을 갖고 기도해달라는 내용이었는데, 편지를 쓰며 하나님께 기도했다. 여느 때처럼 새벽에 기도하고 있을 때 하나님은 ‘너부터’란 마음을 주셨다.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바라는 손을 벌리기에 앞서 듣게 된 ‘너부터’란 음성은 그에게 임기 4년 동안의 연봉을 학교발전기금으로 헌납케 했다. 이 사건은 대학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고, 이후 여러 대학의 총장들이 벤치마킹하고 있다.

총장이 되면서 후배(숭실대학생)들과 교직원들에게 내건 슬로건이 ‘한 손에 신앙을, 또 한 손에 실력을’이다. 그가 내건 슬로건이나 “숭실의 정신인 ‘진리와 봉사’가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그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것은 그의 지나온 삶의 무게가 가볍지 않음에 있다. 이제껏 그래왔듯 ‘오직 믿음으로 숭실호를 이끌겠다’는 이 장로의 모습에서 숭실의 장밋빛 미래를 예견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