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양평은 서울 도심에서 2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가까운 곳임에도 불구하고 자연이 잘 보존되어 있다. 아이들 방학이 서서히 끝나가는데 가족끼리 휴가도 변변히 다녀오지 못했다면, 혹은 가는 여름이 아쉬워 가벼운 마음으로 하룻동안 편히 다녀올 수 있는 곳을 찾는다면 양평이 제격이다. 양평에서 농촌 체험으로 추억을 만들고, 오염되지 않은 자연휴양림에서 새 힘을 충전해 보자.

외할머니처럼  따뜻한 - ‘신론리’ 농촌체험

 어린 시절 방학이면 할머니댁에서 감자며 고구마를 아궁이나 화로에 구워먹고 고추나 깻잎을 따는 등 추억을 한아름 가져왔다. 내 기억속에는 땅을 일구어 농작물을 수확하고 잔치를 벌이며 기뻐하던 동네사람들의 풍경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요즘 그런 추억을 지닌 아이들이 얼마나 있을런지. 농산물을 내 손으로 수확하는 기쁨은 귀한 경험이다. 아이들에게 신론리에서 시골의 추억을 선물해보자. 상상할 수 있는 것 보다 많은 농촌체험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국도를 신나게 달리다 ‘청운향토마을’이라고 씌여있는 표지판 아래로 미끄러지듯이 들어가면 어느새 높지 않은 산세로 둘러싸인 조용한 마을 하나가 나타난다. 이 마을에는 각종 농작물들이 이쪽 저쪽 논밭에서 길러지고 있다. 땅의 어느 부분도 놀리는 것 없이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모습은 퀼트를 보는 것 같다.
 길을 따라 걷다보니 트랙터를 개조한 꼬마차가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알록달록 아름다운 차는 아이들을 어떤 세상으로 인도할까? 농촌체험에 나선 아이들을 실어나를 꼬마차는 도심 속 학원 차들과는 그 생김새부터 남다르다.
 겨울에 눈썰매가 있다면 여름인 지금은 냇가에서 송어도 잡고 뗏목도 탈 수 있다. 인공풀장의 세련미와 화려함이 부럽지 않다. 청정 자연에 푹 안겨서 물고기를 잡다보면 햇볕에 살이 그을리는 것도 모를 지경이다. 한참을 놀아 배가 고플만도 한데,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잡은 송어들로 가득한 통을 보면 안 먹어도 배가 부르다. 어부가 느끼는 만선의 기쁨이 이럴까? 아이들은 신기한지 송어를 들었다 놨다한다. 마을 어른이 “자꾸 만지면 살이 딱딱해져서 회 못먹는다”라고 말을 하니, 곧 싱싱한 송어회를 맛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다시 한번 아이들은 웅성인다.
 자리를 옮겨 마을 식당으로 가면 떡메를 쳐서 만들어진 떡살에 고소한 콩가루에 묻혀 쫄깃쫄깃한 인절미를 만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떡을 싫어하는 아이들에게도 제 손으로 만든 인절미는 세상에 둘도 없이 맛있는 음식이다. 한켠에서는 작은 돌을 들고 감자 껍질을 벗기고 있다. 감자를 다 손질했으면 감자전을 붙여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신론리에서는 달걀서리, 수박서리가 합법이다. 또 벌건 황토 진흙에 마음껏 구를 수 있는 자유도 있다. 흙투성이가 되어 웃는 아이의 가슴속에는 흙내음이 가득 고인다.
 농촌체험은 오는 가을에 더욱 풍성하다. 벼베기를 비롯해 각종 가을 작물들을 수확할 수 있고 논에서 메뚜기 잡기, 산에서 밤줍기 등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각계절에 맞는 프로그램이 언제든 준비되어 있어 신론리는 늘 바쁘게 돌아간다. 두부 만들기, 된장 만들기, 김장철이면 김장 담그기 등 농촌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모두 체험할 수 있다. 일정도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마을 주민들과 상의를 통해 조정이 가능하므로 여유있는 체험이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곡식이 익어가는 신론리에서 외갓집의 정을 느끼고 자연을 배우다 보면 길어지는 그림자만큼 마음의 키도 부쩍 자라 있을 것이다.
▶경기도 양평군 청운면 신론1리 / 문의 010-9818-2909 http://www.sinnon.net
▶찾아가는 길 : 팔당대교->6번 국도->양평->용문->용두리->44번 국도->다대휴게소(전방 300m 청운향토마을 간판에서 우측으로 진입)->신론리

넓은 자연의 품속을 느끼자 - 산음자연휴양림

 산음자연휴양림은 용문산의 그늘로 음지가 된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산음리에 위치해 있다. 차 두대가 겨우 교차주행할 수 있을 만한 구불 구불 오솔길을 따라가면 울창한 숲이 사람들을 반긴다. 낙엽송, 잣나무, 참나무, 단풍나무, 층층나무 등이 빽빽히 자라난 산 속에 들어서는 순간. 세상과 단절되어 차분함과 고요함을 느낄 수 있다. 맑은 물이 시원한 소리를 내며 흐르는 계곡을 바라보고만 있어도 가슴이 얼어붙는 것 같다. 이와 함께 딱따구리 등 각종 새소리를 들으며 멧돼지, 오소리, 너구리, 고라니, 노루, 고슴도치, 다람쥐, 산토끼 등을 볼 수 있다.
 산음자연휴양림은 자연과 잘 조화된 각종 시설과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 방문객들이 자연을 느끼며 공부할 수 있도록 산림체험코스와 산책로, 산림문화 휴양관, 숲속수련관, 야영장 등이 마련되어 있다. 1.5km로 조성된 산림체험코스는 자작나무, 박쥐나무, 굴참나무, 신갈나무, 다래덩굴, 국수나무, 싸리나무, 노린재나무, 산뽕나무 등 다양한 수종을 자랑한다.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오전 10시와 2시에는 2시간 동안 숲체험교실이 열려 숲 해설가와 걸으면서 숲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일반인들은 보아도 알 수 없었던 나무, 흙, 자연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이다. 휴가 성수기인 8월까지는 평일에도 같은 시간 숲 해설가들을 만날 수 있다.
 숙박시설로는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가 살고 있을 것 같은 숲속의 집을 비롯해 휴양관과 수련관에는 7평에서 19평의 다양한 크기로 시설이 조성되어 있다. 이를 즐기려면 미리 예약을 해야하는데, 예약은 매월 3일 아침 9시부터 다음달 예약을 선착순으로 받고 있다(인터넷 접수 http://www.huyang.go.kr ). 숙박시설을 이용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실망은 금물. 휴양림에 입장료만 내고 들어가 숲을 즐기는 것만으로도 심신의 안정을 충분히 얻을 수 있다. 또 천사봉과 봉미산, 싸리재 등의 등산 코스는 수려한 경관으로 등산객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지난 5월에는 우리나라 최초로 산악승마장을 개장해 휴양림을 빙두른 순환 임도를 코스로 만들었다. 산악승마장은 휴가 성수기가 끝나는 9월부터 활발하게 운영되어 다른 휴양림과는 차별화된 이색적인 그림을 연출할 예정이다.
▶문의 031)774-8133(관리사무소), http://www.huyang.go.kr
▶찾아가는 길 : 6번 국도(횡성, 홍천 방면)->용문터널 지나 ‘단월, 백동’ 표지판에서 우회전->산음자연휴양림

양평=글·복순희 / 사진·김용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