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항변, 특정 상대 전제로 성립

김종선 변호사(법무법인 부일 대표변호사, 법조선교회)

문: (갑)은 (을)로부터 물품을 공급받고 그 대금 지급방법으로 (을)에게 어음을 발행하여 교부하였는데 물품에 중대한 하자가 있음이 밝혀져 물품을 이미 반환하였는데 아직 어음을 반환받지는 못하였다. 그런데 그 사이에 (을)로부터 위 어음을 취득한 (병)으로부터 어음금 지급을 요구받았을 때 (갑)은 어음금을 지급하여야만 하는가?

답:
1.인적항변의 제한
원칙적으로 갑은 병에게 어음금을 지급하여야만 한다.
어음의 ‘인적항변’이란 어음의 발행인이 특정한 청구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 항변을 말하는 것으로 위 설문의 경우 (갑)은 (을)에게 하자 있는 물품을 이미 반환하였으므로 (을)에게 어음금을 지급할 의무가 소멸하였고, 만약 (을)이 물품대금이나 어음금의 지급을 요구할 경우 그 지급을 거부할 수 있는데 이를 인적항변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인적항변은 특정한 상대방을 전제로 한 것이며 어느 누구에게나 대항할 수 있는 ‘물적항변’(예를 들면 어음이 위조된 것이라는 ‘위조의 항변’)과 구별된다.

2.인적항변의 절단
어음은 불특정 다수인에게 유통될 것을 전제로 하고 있으며, 이와 같은 유통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어음채무자가 특정 소지인과의 특수한 관계에 의하여 주장할 수 있는 항변을 할 수 없도록 어음법에서 정하고 있는데(어음법 제17조), 이를 ‘인적항변의 절단’이라고 부른다. 따라서 설문의 경우 (갑)은 (을)이 어음금을 청구하면 물품의 하자를 이유로 어음금 지급을 거절할 권리가 있지만 (을)이외에는 누구에게도(설문의 경우 ‘병’) 어음금 지급을 거절할 수 없는 것이다.
어음이 아닌 일반 채권의 경우 채무자는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 이유로 모든 채권양수인에게 대항할 수 있어 어음거래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따라서, 만약 (갑)이 물품대금으로 어음을 발행하지 않았다면, 설사 (병)이 (을)로부터 물품대금채권을 양수하였더라도 (갑)은 채권양수인인 (병)에게 물품의 하자를 이유로 대금지급을 거절할 권리가 있는 것이지만, 설문의 경우와 같이 어음거래를 하였을 경우 (갑)은 (병)에게 어음금 지급을 거절할 수 없는 것이다. (갑)의 (을)에 대한 항변은 위 어음이 (을)에서 (병)에게 양도될 때 이미 절단되었기 때문이다.

3.항변절단의 예외
그러나, 이와 같은 어음거래에서의 인적항변의 절단은 어음소지인(병)이 어음채무자(갑)를 해할 것을 알고 그 어음을 취득한 때에는 그렇게 되지 않으며(어음법 제17조 후단), 이 때에는 어음채무자(갑)은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