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부터 성격이 밝고 외향적인 아이가 어느 날 자신은 못났다며 부정적인 생각에 빠져든다. 고등학교 1학년 때 학교를 자퇴한 뒤 밤과 낮이 바뀐 생활을 하며 16시간 이상 잠만 잔다. 깨어있을 때에는 컴퓨터게임을 한다. 벌써 2년 가까이 이 생활이 진행되고 있다. 간혹 식구들에게 욕을 하고 폭력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당신의 자녀도 이와 비슷한 행동을 하는가. 혹시 은둔형 외톨이는 아닌지 주의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스스로 벽을 만드는 아이
언젠가부터 사회에 ‘은둔형 외톨이’라는 말이 번져가고 있다. 일본에서 시작된 이 말은 일본어로 히키코모리. ‘(방 안에) 틀어박히다’라는 뜻인 히키코모루의 명사형인 히키코모리는 6개월 이상 가족 이외의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않으면서 일체의 사회적인 관계를 거부하고 방 안이나 집에서 거의 나오지 않고 지내는 사람을 지칭한다.
일본에서는 1970년대 입시에 시달리던 학생들이 무단결석하며 낮에는 집 안에 있다가 밤이 되면 외출하는 형태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부등교 현상은 1990년대 중반부터 과격한 행동으로 변모,사람들을 폭행하거나 살인하는 끔찍한 범죄로까지 이어지게 됐다.
일본에서는 히키코모리의 60% 정도가 20∼30대로 이미 청소년 문제를 벗어나 사회문제로까지 심화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인구 1억 2000만 명 중 1%에 달하는 120만 명의 젊은이들이 히키코모리 상태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은둔형 외톨이’이라는 이름으로 히키코모리와 같은 유형을 나타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차이점으로는 은둔형 외톨이가 히키코모리보다 은둔기간이 짧고, 2차적인 증상도 일본만큼 심하지 않다는 것이다. 여인중 박사가 최근에 출간한 ‘은둔형 외톨이(지혜문학)’에 따르면 일본은 평균 은둔기간이 약 3년 3개월인데 반해 우리는 1년 6개월 정도로 나타나고 있다. 등교거부, 대인공포 등 원인은 비슷하고 남자가 여자보다 2배 이상 많은 것도 비슷하지만 가정내 폭력 현상은 일본이 60%이상이고, 우리는 약 30%정도이다. 자살시도도 일본은 약 30%이고 우리는 10% 이내이다. 그렇다면 은둔형 외톨이는 어떤 환경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일까.
‘나홀로’가 가져온 병폐
은둔형 외톨이가 탄생하게 된 배경으로는 크게 세 가지의 원인을 들 수 있다. 첫째가 가정이다. 사회가 발달하고 핵가족화 되면서 가족 간의 대화가 없어지고 무관심해져가고 있다. 식사 리듬도 틀려 따로 먹는 경우가 많다.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아이의 전체 행동을 보기보다는 바로 앞에 보이는 행동만 보고 아이를 평가한다. 아이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는 관심 밖이다.
대화가 없다보니 서로가 무슨 생각을 하고 지내는 지 잘 모른다. 와중에 아이들은 자신의 문제를 의논하려고 부모와 여러차례 대화를 시도하다가 자신이 원하는 대답을 얻지 못한채 대화를 포기하고 만다.
둘째 원인은 학교다. 일본에서는 중학교 3분의 1에 해당하는 숫자가, 우리나라에서는 대략 1만명의 숫자가 학교를 중도탈락했다. 학교에서의 문제는 소위 왕따, 은따, 학교폭력의 희생 등이다. 이런 아이들은 쉬는 시간, 소풍 등을 싫어한다. 학교 가는 것이 싫어 잠을 잘 못자고 고등학교에 들어가면 또다시 왕따가 될까 두려워 자퇴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보니 우울감에서 비롯된 무력감과 의욕상실의 증상을 보인다. 의외긴 하지만 타인에 의해서가 아닌 의도적으로 학교를 거부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셋째 원인은 사회다. 은둔형 외톨이가 20∼30대로 확대되면서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이 되질 않아 집안에 틀어박히는 경우가 있다. 취업에 대한 의욕을 상실한 이들은 아르바이트조차 포기해 바깥출입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정신적 장애 동반한 증세 보이기도
은둔형 외톨이가 되는 가장 또다른 원인은 ‘친구가 없다’는 것이다. 왜 친구가 없는 것일까. 다양한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우선 외톨이들은 대개 정신질환을 갖고 있다. 정신질환이란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을 뜻한다. 외톨이들이 가지고 있는 정신질환들은 크게 6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정신병의 일환인 정신분열증이나 정신증적 장애. 우리가 흔히 아는 자폐증이 이런 분야에 속한다.
둘째 신경증세가 있다. 청결함을 유지하려고 애쓰는 결벽증이나 사람을 만나는 것을 두려워하여 피하는 대인공포증 그리고 자신이 뚱뚱하거나 못생겼다고 생각하고 남에게 자신을 보이는 것을 두려워하는 섭식장애 등이 이 범주에 속한다.
셋째 성격장애를 들 수 있다. 내성적인 성격이 심해 사람을 피하는 회피성 성격장애, 변덕이 심한 경계성 성격장애, 분열성 성격장애 등이 포함된다.
넷째 외상이 생긴 후 생기는 스트레스 장애가 있다. 이는 사고나 학교폭력 등으로 생긴 외상 때문에 수치심을 느낀다거나 쇼크로 인해 생긴 장애를 말한다.
다섯째 적응장애가 있다. 이 경우에는 대부분 원인을 확실히 밝혀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정신과적으로 어떤 증상을 밝혀내지는 못하고 있는데 이 경우 무조건적으로 등교거부 등의 증세를 보인다. 이 밖에도 중독에 의한 증상이 있다. 예로는 우리가 흔히 아는 알코올에서부터 시작해 경마, 인터넷 등이 있다. 중독에 의한 외톨이 증상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옆에서 말리는 것이 싫어서 사람을 피해 외톨이가 되거나 또는 중독되는 것을 말려주는 사람이 없어서 자연스레 외톨이가 되는 경우들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여러 가지 정신질환 때문에 외톨이가 되고 나아가 은둔하게 되면서 ‘은둔형 외톨이’가 되는 것이다. 그러면 은둔형 외톨이에게 나타난 증세는 무엇일까.
남들과는 다른 라이프스타일

은둔형 외톨이들은 보통 사람들과 다른 라이프스타일을 가지게 된다. 이들은 주로 집 그것도 자기 방에서 은둔을 하기 때문에 학교를 안 간다. 당연히 직장도 없다. 그래서 이들은 낮과 밤이 바뀌는 생활패턴을 가지고 있다.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싫어하고 두려워하다보니 TV에서처럼 머리도 길고 씻지도 않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가족과의 대화가 단절된다. 외톨이들은 겉으로 봐서는 크게 문제를 발견하기 힘들다보니 가족들이 이들을 윽박지르게 된다. 그러면 외톨이들은 더 자신의 방으로 그리고 구석으로 도망가게 된다.
외톨이들은 퇴행하게 된다. 방 안에만 있다 보니 점차 부모에게 응석을 부리게 되고 의존하게 된다. 심해지면 공격적인 성향을 띠게 된다. 이들은 윽박지르는 가족과 마찰을 빚으면서 폭력을 행사하게 되는데 이들의 폭력대상은 대부분 가족에 국한된다. 집안에 기물을 파괴한다거나 고함을 지르고 협박, 폭행 등 증상이 다양해진다.
심해지면 가벼운 관계망상에 빠지기도 한다. 관계망상이란 남의 아무 의미 없는 말이나 행동 등에 무슨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여 자기와 관련짓는 것을 뜻한다. 우울증상에도 빠진다. 은둔형 외톨이는 점점 절망에 빠지고 자책하고 공허감을 느낀다. 특히 자기의 동급생 혹은 예전 친구들에 비해 ‘뒤쳐졌다’라는 생각이 들면 자살같이 극단적인 수단을 택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은둔형 외톨이들은 ‘난 더 이상 상처받지 않겠다’라는 생각에 방어기질이 강하다. 이는 남들과의 접촉으로 인해 생긴 마음의 상처 때문에 그 상처에 대한 두려움이 행동으로 나타난 것이다. 또 이런 이들의 마음은 가족 혹은 부모들도 이해하기 힘들다. 그래서 점점 더 집안에 은둔하려는 증상이 심해지는 것이다.
실수를 두려워 않는 자세 심어줘야
아이들은 약한 존재들이다. 기댈 사람만 발견해도 자신감과 자기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가질 수 있다. 따라서 은둔형 외톨이의 치료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가족들의 인내와 여유가 필요하다. 부모가 아이에 대해 사랑을 갖고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한다면 은둔형 외톨이의 문제는 해결될 가능성이 높다.
다행히 한국과 일본 두 나라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히키코모리 회의에서 은둔형 외톨이들은 누군가의 구조를 절실하게 기다리고 있다는 보고가 나왔다. 자신을 이해하고 진심으로 도와주려는 시도만 있으면 이들은 언제든지 자신의 방에서 뛰쳐나온다는 것이다.
또한 예술과 문화 등 남들과 어울려 무엇인가를 이루었다는 체험을 하게 하면 내면의 두려움에서 벗어나 자신감을 회복하게 된다고 전문가들을 전한다.
마지막으로 가족 구성원 모두 책망보다는 주님께서 우리를 바라보시는 사랑으로 감싸안을 때 은둔형 외톨이는 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소흔·오정선·정승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