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를 처음 믿기 시작한 어느 날  교회에 갔는데 목사님이 ‘하나님의 사랑’을 얘기하는 설교 중에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우주 삼라만상의 섭리를 관장하시는 하나님께서는 선한 자의 땅에 비를 내려주시는 것처럼 악한 자의 땅에도 마찬가지로 생명의 단비를 내려주십니다. 그런 분이 바로 하나님이십니다”
 그 얘기를 듣는 순간 내심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지금까지 막연하게 내가 알고 있던 하나님은 ‘착한 사람은 축복 주시고 악한 사람은 벌주시는 권선징악의 재판관’ 정도로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날 목사님의 말씀을 통해 나는 우리 인간의 제한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선악의 잣대에 비해 인간존재에 대한 하나님의 사랑 스케일은 얼마나 광대무변한 것인지를 어렴풋이나마 깨닫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교회에 다닌다는 것은, 우리가 하나님의 말씀을 공부하고 배운다는 것은 결국 하나님 말씀의 핵심인 사랑을 배우고자 하는 것인데 우리는 많은 경우에 있어서 하나님의 우주와 같은 사랑을 자기 잣대만큼 한 크기로 축소하거나 왜곡해서 자기 반대편에 선 사람을 무참하게 벌주기를 주저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는 과정에서 대개 목격되는 것은 그 ‘벌주기’라는 것이 하나님의 깃발 아래서 자행되는 ‘매우 도덕적인 테러’이기 쉽다는 점입니다. 길바닥 돌멩이보다 도덕의 돌멩이가 당사자의 가슴에 얼마나 더 깊은 상처로 기능하는지를 미처 생각하지 않는 결과가 혹 아닐는지요.
 젊었을 적에 미국 작가 피츠제럴드의 작품 <위대한 개츠비>를 읽었는데 작품의 첫머리가 주인공 아버지의 말씀으로 시작되었던 기억입니다. “아들아, 네가 누군가를 비난하고 싶거든 그가 당시 너처럼 유리한 처지에 있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먼저 하고 보렴”
 언제부터인지 우리 믿는 이들의 사회에 우리 반대편 사람들을 향하여 공공연히 욕하고 돌멩이 던지는 풍조가 만연해가고 있음을 봅니다. 종파와 교파의 이름 아래, 진보와 보수의 이름 아래, 정의와 사명의 이름 아래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사냥터를 향하는 마녀가 되어가고 있는 것은 혹 아닌지. 하나님께서 내려주시는 빗줄기를 보면서 혼자 생각해 봅니다.

이만재 (카피라이터,‘막쪄낸 찐빵’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