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아들인 하규의 소아암 3기 투병 소식을 듣게 된 새벽, 나는 가슴이 무척 아프고 머릿속이 하얘지는 것 같았다. 이웃인 나의 마음도 이런데 그 부모와 가족들은 어떤 마음일지는 굳이 전해 듣지 않았어도 짐작이 갔다.
 그 소식을 들은 때가 마침 특별새벽기도회 기간이었던지라 곧바로 교회에 가서 기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외마디소리로 하나님 앞에 부르짖는 것 이상의 기도를 하지 못한 나의 모습이 부끄러웠다. 소아암 3기인 하규를 위해 과연 나는 어떻게 기도해야 하는 것일까?
 며칠 후 어린 하규의 치유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진심으로 알고 싶어 기도하던 중 하나님께서는 ‘주여！ 나의 병이 나았나이다’(기도스쿨 간행) 라는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인도해 주셨다. 이 책은 환우들이 기도를 통해 치유되고 위로를 얻게되었는가 적힌 간증과 기도문이 실린 책이었다.
 이번 일이 아니더라도 환우들 문병을 가서 어떻게 이 사람을 위해 기도해야 하는지 알지 못해 애태웠던 적이 있었다. 환자들은 나에게 무엇인가를 기대하는 눈빛이었지만….
 ‘주여！ 나의 병이 나았나이다’에 수록된 믿음의 선배들 기도를 통한 치유의 경험들은 나로 하여금 성경의 약속들을 붙잡고 기도할 수 있는 길잡이가 되어주었다. 또한 ‘믿음을 방해하는 유형’의 생각을 가지고 하규를 위해 기도하고 있는 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면서 주님은 회개할 수 있는 은혜를 허락해 주셨다.
 내가 비록 선한 뜻을 품고 기도하고는 있었지만 하규의 병이 나은 모습을 마음속에 그리지 못하고 ‘의학적 상식’에 사로잡혀 기도하고 있었다는 것, 이러한 기도를 통해서는 하나님의 크신 능력이 발휘될 수 없음을 알게 하시고 충만한 믿음으로 기도할 수 있도록 인도해주신 하나님께 너무나도 감사했다.
 지금 나는 건강한 하규의 모습을 그리면서 기도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간구하는 가운데 은혜 받은 자의 도리를 다할 수 있을 것 같은 기쁜 마음으로 말이다.
 더불어 모든 이웃들과 함께 “주여！ 나의 병이 나았나이다”라는 고백할 그날을 기대하며 날마다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노용숙 (숙명여자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