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꽃으로 선교한다

23년째 여의도순복음교회 꽃꽂이 봉사
해외 선교사들 위해 작품집 350권 기증

 장맛비가 새벽부터 내리던 9일.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 대성전은 은은한 꽃내음으로 가득했다. 형형색색의 꽃들을 정신없이 바라보며 네다섯명의 여성들이 꽃꽂이에 한창이었다. 성전 꽃꽂이 봉사자들이다. 이들 사이를 분주히 오가며 꽃꽂이를 거드는 사람이 있다. 노경옥 집사다. 그녀는 (사)한국꽃예술작가협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솔그린 꽃예술중앙회 회장이다. 여의도순복음교회 꽃꽂이 봉사를 23년째 해오고 있는 노 집사의 꽃이야기를 들었다.
 “원래는 경영학을 전공했어요. 그때까지는 꽃과 관련된 일을 할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죠. 서울에서 신문기자로 일하고 있던 언니를 따라 무작정 상경했어요. 어릴적부터 꿈이 많아 더 큰 세계를 동경하고 있었거든요”
 전남 구례에서 나고 자랐던 노 집사는 꿈을 가지고 서울로 오긴했지만 자신의 앞길에 대해 어떤 낙관도 할 수 없었다. 또 고향이 그리웠다. 특히 자연이 너무나 그리웠다. 그래서 그녀는 꽃들과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우연하게 꽃을 배우게 됐어요. 손재주가 있었던 모양이에요. 한번 본 꽃꽂이나 장식은 금방 따라할 수 있었으니까요. 지금도 그렇지만 꽃을 잡고 밤을 꼬박새도 전혀 피곤하지 않았어요. 남들이 제 작품에 감동하면 더욱 신나서 열심히 일을 하게 됐죠”
 그녀의 손에는 굳은살이 박여 갔다. 하지만 기쁨이 있었다. 또 이렇게 재미있는 것을 남들에게도 가르쳐주고 싶었다. 노 집사는 사범 자격증을 취득한 후 중·고등학교에서 꽃꽂이를 가르쳤다. 대상은 교사들이었다. 또 반포에 학원을 운영했다. 노 집사의 강의는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강의요청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국회에서 강의 요청이 들어왔다. 여성부에서도 꽃꽂이를 가르쳐달라고 했다. 경희대 신흥대 등 대학에서도 틈틈이 강의를 하고 있다.
 “플라워 디자인과 마케팅 경영을 가르치고 있어요. 꽃꽂이만 가르쳤다면 이만큼 오지는 못했을 것 같아요. 경영학 공부했던 것이 도움이 됐어요”
 그녀에게 배운 제자들은 3000여 명이 넘는다. 그들은 곳곳으로 흩어져 꽃향기와 솜씨를 뽐내며 플로리스트 스타일리스트로 활약하고 있다. 
 “27세때부터 강의와 일이 끝나면 친구와 여의도순복음교회 금요철야예배를 드렸어요. 통행금지가 있었던 때라 예배가 끝나면 해제될 때까지 앉아서 기도하거나 의자에 누워서 잤죠. 하루는 기도를 하는데 헌신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게 생기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무엇을 드릴 수 있을까요’라고 하나님께 되뇌였어요. 그랬더니 강대상 꽃들이 눈에 확 들어오더라구요”  
 1982년 노 집사는 성전 꽃꽂이 봉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는 무슨 일이 있어도 토요일은 하나님께 드리기로 결심했다. 그로부터 23년 후 그녀는 성전 꽃꽂이 전문가가 됐다. 여의도내에서만 아니라 지방에서도 일본에서도 그녀에게 성전 꽃장식을 배우러 찾아왔다.  
 그래서 노 집사는 작년 10월 국민일보 CCMM빌딩에서 ‘순복음성전 꽃예술 작품 전시회’를 개최했었다. 교회절기와 강단 꾸미기 등 여러가지 작품을 전시회를 통해 선보였다. 그리고 그 작품을 담아 한권의 책으로 엮어냈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일년에 한번씩 선교사님들이 들어오게 해요. 이번에도 많은 선교사님들이 한국에 오셨죠. 선교사 사모님이 저에게 성전 꽃꽂이를 가르쳐 달라고 하시는 거예요”
 노 집사는 선교사들을 돕고 싶었다. 그래서 선교사들에게 작품집 350권을 전달했다. 
 “꽃으로 선교하고 싶어요. 지금 생각하면 교회에서 봉사하라고 꽃을 배우게 하신 것 같아요. 꽃장식은 예배의 분위기를 한층 높이죠. 교회절기와 목사님 설교에 맞게 강단 꽃장식을 해요. 성전 꽃꽂이를 할 때마다 하나님은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지혜를 주시는 것 같아요”
 어떤 꽃을 제일 좋아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노 집사는 리시얀사스와 수국이 가장 좋다고 대답했다. 이 꽃들은 항상 봐도 우아해서라고 한다.
 꽃과 30여 년을 함께한 노경옥 집사. 그녀는 꽃을 배우고 가르쳤다. 옆도 돌아보지 않고 한 길로만 지금까지 걸어왔다. 그녀는 리시얀사스와 수국을 많이 닮았다. 그의 열정과 사랑은 꽃보다 아름답다.

글·이소흔/ 사진·김용두 기자

아름다운 부활의 시작(소재:말패, 칼라, 호엽란, 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