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숙(가정문화원원장)

부부는 사랑하면서도 서로 상처를 주고 받으며 살아간다. 결혼 전에는 자기와 다른 것이 좋아 보이고 매력이었다. 그러나 결혼을 하고나면 달라지기 시작한다. 말이 없고 과묵한 그는 남자답고 듬직해 보였다. 그런데 막상 결혼 생활을 하면 말없는 남편처럼 답답한 노릇은 없다. 날이 갈수록 숨이 막힌다. 보이지 않던 작은 결점들도 크게 보이기 시작한다. 자기와 다른 것에 불평을 하기 시작한다. 나와 다른 것이 매력이어서 결혼했는데 이제는 그 다른 것 때문에 고통스럽다. 그래서 자기 취향대로 상대를 변화시키려 하고 심지어 자기 입맛대로 사람을 길들이려고까지 한다. 우리도 데이트 할 땐 뭐든지 잘 맞았다.
 “등산 가자” “오케이, 가자”
 “음악회가자” “그래, 가자”
 “눈꽃 보러 고궁 갈까?” “좋지”
 그랬었는데 지금은 “등산 가자” 그러면 “거 내려 올 거 뭐하러 올라가” “음악회 가자” “잠이나 좀 자자”

도대체 낭만이고 재미고 찾아 볼 수가 없다. 나를 위해 배려하고 사랑하던 자상한 사람 맞아? 왠지 속았다는 생각이 들고 잘못된 결혼인가 회의하다 보니 어느덧 여기 까지 오게 됐다. 아이들도 자라가고 속내한번 속 시원히 내비치지 못하고 여기까지 온 게 갑갑하고 답답하다.

내가 남편에게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우리는 맞는 게 없어” “우리 부부 맞아?” 그러면 남편은 “나는 대충 맞는데” 하고 맞 받는다. 맘에 안 들어서 바꾸어 보려고 잔소리도 하고 바가지도 긁어보았지만 갈등만 깊어갔다. 잔소리나 불평으로 고칠 수 없다. 그냥 인정하고 칭찬하는 것이 오히려 남편을 바꾸는 지름길이다. 나와 달라서 그러려니 해 버리자. 사랑이 식어서가 아니다. 서로 조금씩만 상대방을 더 이해 할 수 있다면 좋겠다. 몰라서 그렇다. 아내와 남편은 서로 다른 것이다. 틀린 것이 아니다. 서로 다른 것을 틀렸다고 우겨대는 한 갈등은 피할 수 없다. 사실 남편의 일터는 능력과 지식과 기술, 충성, 생산성, 경쟁, 논리적 사고, 완벽성 등을 요구 받고 있는 곳이다. 마음이 늘 일에 있으니 아내 말에 친절한 대꾸를 할 수가 없는 것이다. 반면 가정은 사랑, 부드러움, 포용, 배려, 이해가 가득하여 육체적 정서적으로 휴식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직장과 가정에서 요구하는 속성은 이처럼 다르다. 그런데 남자들은 직장에서 가정으로 전환하는 것이 빠르지 않다. 어렵다. 이점을 아내는 깊이 이해해야 한다. 서로 다른 사람끼리 엮어내는 가정생활이야 말로 예술중의 예술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아내들이여! 남편의 다름을 넓은 아량으로 포용하여 우리 가정을 행복하고 아름다운 예술품으로 빚어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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