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월드컵 축구 우승의 주역, 장차 태어날 딸과 함께 디즈니랜드 여행, 한국인으로서 UN의장이 되다, 세계적인 오케스트라 지휘자…”
꿈을 그려주는 화가 김귀식 집사가 그린 꿈 그림 목록이다. 그는 요즈음 꿈을 그려달라는 주문에 밀려 꿈같은 삶을 살고 있다. 그가 꿈 그리는 화가로 전환한 것은 3개월이 채 지나지 않았다. 그는 원래 우리나라 조감도 분야에서 최고의 권위자로 인정받았다. 롯데월드, 제2종합청사, 서울대 미술관, 평화의 댐 등이 그의 손을 거친 조감도이다.
세상에 부러울 것 하나 없던 그에게 몇 해 전부터 서서히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값싼 컴퓨터 그래픽의 등장으로 손으로 하는 조감도 시장은 빠른 속도로 시장에서 밀려나더니 지난해에는 마지막 남은 직원마저 내보내고 혼자서 텅빈 사무실을 지켜야 했다. 생계가 막막해진 그는 할 수 없이 양말을 파는 행상으로 변신했다.
1년여 동안의 행상을 하면서 천직으로 생각했던 그림을 그릴 수 없다는 게 무척 서글펐다. 그의 재능을 안타깝게 여긴 모 교회의 담임 목사는 지난 3월 기발한 제안을 했다. “하나님이 주신 달란트로 성도님들의 꿈을 그려주면 어떻겠어요?” “아멘, 그렇게 하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그는 “바로 이거야!”하면서 그 날부터 꿈을 그리기 시작했다.
교회에서는 “당신의 꿈을 그려드립니다”는 제목으로 예쁜 홈페이지(http://dreamart.cc)도 만들어 주었다. 교회 성도들과 외부에서 꿈을 신청하는 사람들이 많아 번호표를 받아 기다려야 할 정도다. 꿈은 시각화할 수 있으면 반드시 이루어진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꿈을 그저 머릿속에 가두어 놓는다. 그것을 글로 적는 사람은 많지 않다. 더구나 그림으로 그려놓는 경우는 소수에 불과하다. 남들의 꿈을 그려주며 마냥 행복해 하는 김귀식 집사의 모습이 너무 아름답다. 그가 그린 꿈들을 보고 있노라면 꿈이 살아서 움직이며 현실로 다가오는 것을 느낀다.
꿈을 꾸고 그 꿈을 그림으로 그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무더운 여름도 꿈과 함께 행복하기를 기원해본다.
양병무(인간개발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