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자리에 있을 때 하나님의 일을 해야죠”

최고 기타리스트에서 음반회사 사장으로
크리스천 음악 패턴과 흐름 바꾼 뮤지션

 국내 최고의 편곡자이며 기타리스트였던 유지연. 한때 국내 가요계에서는 그의 손을 거치지 않고서는 히트곡이 나올 수 없다는 소문이 퍼지기도 했다. 지금까지 그가 편곡한 곡은 줄잡아 3000여 곡. 조용필 김창완 김범룡 이선희 임창제 임지훈 신형원 정태춘 등이 부른 노래의 편곡과 기타 연주는 아예 그가 도맡았다. 한국 최고의 어쿠스틱 기타리스트, 정상급 편곡자였던 유지연 장로. 그는 남달리 ‘유명’이라는 것이 불편하고 귀찮기까지 했다. 그래서 연예인이 아닌 음악인을 택했다. 그리고 빈야드, 힐송 뮤직 등 세계적인 워십뮤직을 수입하는 음반회사 사장으로 변신했다.
 후암동 휫셔뮤직에서 만난 유지연 장로는 세상에서 최고의 자리에 있을 때 하나님의 일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하나님은 누구나 품어주십니다. 제가 지금 나와도 주님은 반겨주셨을 겁니다. 하지만 최고의 편곡자, 기타리스트였을 때 하나님이 부르신 것에 감사합니다”
 편곡자로 잘나가던 그는 세상 유명세를 뒤로하고 교회 음악에 치중하기 시작했다. 두란노 ‘경배와 찬양’ 뮤직 디렉터가 된 그는 ‘전하세 예수’ 1집부터 4집까지의 찬양을 편곡하고 연주해 음반을 내놓았다. ‘전하세 예수’는 그동안 복음성가로만 일관해 오던 국내 크리스천 음악의 패턴과 흐름을 바꿔놓았다. 그의 열정은 계속돼 온누리교회에 열린예배 도입을 시도했다.
 “우선 미국 윌로우클릭 커뮤니티 교회에 가서 열린예배를 배웠어요. 또 CCM과는 다른 워십뮤직에 예전부터 관심이 많았죠. 70년대부터 마라나타 예배를 드렸고, 빈야드 워십스쿨에서 공부도 했어요”
 한국에 돌아온 유 장로는 먼저 밴드를 구성했다. 그리고 열린예배를 셋업한 후 그 자리를 후배에게 물려줬다. 그리고 1994년 휫셔뮤직을 설립했다. “‘휫셔(fisher)’는 어부예요. 음악을 통해서 사람을 낚는 어부를 의미하죠. 하지만 이름 때문에 힘든게 많았어요. 주위에선 무엇보다 회사 이름은 부르기 좋아야 한다며 이름 바꾸라고 권유했죠. 하지만 기도하는중 ‘휫셔뮤직’이 나에게 필요하다는 응답을 받아 그대로 갔죠”
 물고기 모양의 로고도 유 장로가 만들었다. 컴퓨터도 없던때 직접 자를 대고 디자인했다. 그리고 본인의 연주곡을 음반으로 만들어 시장에 내놓았다.
 “하나님은 계속 외국으로 눈을 돌리게 하셨어요. 크리스천 엑스포같은 CBA(Christian  Bookseller Association)에 참석하게 됐어요. 전세계의 크리스천 비즈니스 관계자들이 모여 물건을 사고 파는 자리였죠. 그때 미국의 아카펠라 복음성가를 우리나라에 들여왔어요. 제가 ‘휫셔뮤직’이라고 하니깐 그들은 친숙해 했어요. 마태복음까지도 이야기 하면서 말이죠. 휫셔는 외국 비즈니스를 하기엔 그만이었죠”
 유 장로는 그 다음 빈야드, 킹스웨이, 서바이버, 힐송 등의 세계적인 워십음악을 수입했다. 그때마다 그의 전문적인 음악성과 전에 했던 워십뮤직 공부가 도움이 됐다. 하나님이 미리 준비를 시켰던 것이다.
 힐송과 빈야드를 수입하고, 음반이 잘 알려지지 않아서 반품도 많이 들어왔다. 유 장로는 좌절하지 않았다. 음악을 알리기 위해 여기저기 뛰어다녔다. 그러던 중 힐송 ‘Shout to the Lord’(주님께 외치라)가 급속히 알려지게 됐다. 지금은 찬양예배에서 불려지는 워십송 중 80%가 그가 들여온 음반에 있는 곡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 장로는 음반을 계약을 할 때마다 간증이 있다고 했다.
 “빈야드와 계약할 때죠. 쟁쟁한 여러 회사가 사업제의서를 제출했어요. 저는 창고 같은데서 직원 2명이 전부였어요. 그래서 제의서에 회사 규모보단 워십뮤직 공부한 것과 빈야드의 음악만이 아닌 철학을 전하겠다는 내용을 써서 보냈어요. 미국에서 빈야드 계약 담당 2명이 한국에 시장조사를 나왔어요. 한명은 폴 마틴, 다른 한명은 지금 다윗의 장막을 이끄는 스캇 브래너 목사였어요. 그들은 제게 직원이 몇명이냐고 묻는거예요. 순간 목이 탔죠. 고민을 하다 ‘two(2명)’라고 대답했죠. 그때 제 마음속에서 망했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안 망했다’라는 음성이 들리는 거예요”
 그들은 사무실로 가보자고 했다. 유 장로는 속으로 진짜 망했다며 창고같은 사무실을 보여줬다. 들어서는 순간 스캇 브래너 목사는 “뷰티풀”이라고 말했다. 유 장로는 자기를 놀리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는 주님께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한달 뒤 유 장로는 미국으로 오라는 전화를 받았다. 계약하자는 것이었다. 계약 후 그는 한 관계자에게 ‘왜 다른 큰 회사를 제치고 작은 휫셔뮤직과 계약을 하게 되었느냐?’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관계자는 “계약을 하기 전 기도로 준비했다. 다른 회사들과 만났을 때 하나님이 주신 각각의 말씀이 있었다”고 귀뜸했다. 그리고는 “우리의 몫은 정직한 사람과 일하는 것이고, 앞으로 증가시키는 것은 하나님의 몫이다”라고 말했다.
 그들의 말이 맞았다. 증가는 하나님의 몫이었다. 휫셔뮤직은 이후 힐송 등 전세계 프레이즈 워십뮤직사들과 손을 잡게 된다. 유 장로는 왜 이름을 휫셔로 하게 됐는지,왜 본인이 음악을 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왜 워십을 공부했는지 깨닫게 되었다. 취재를 하면서 그의 사역은 이미 준비된 바울과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는 “다윗과 같다”고 표현했다(실제 영어 이름도 데이비드이다). 다윗은 물맷돌을 던지지만 본인은 음반을 던진다면서 말이다.
 유 장로는 FGTV 찬양마을에서 한해동안 칼럼을 썼다. 그의 글은 각편당 1만여 명이 넘게 접속했고, 매니아도 생겼다. 그래서 그 글들을 묶어 책을 만들고 있다. 제목은 ‘잃어버린 보화들’. 유지연 장로는 잃어버린 보화를 찾아 나선 보물선 ‘휫셔호’선장이다.

글·이소흔 / 사진·김용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