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해 여름, 지방 소도시에 사는 옛 친구네 집에 방문할 일이 있었습니다. 빈손으로 가기 뭣하여 거리의 과일가게에 들렀습니다. 가게라고 해봐야 정식 점포도 아니고 차라리 노점이라고나 해야 옳을 그런 천막가게였는데 커다란 수박을 잔뜩 쌓아놓고 주인남자는 걸상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었습니다. 나는 다가가서 약간은 큰 소리로 주인남자에게 물었습니다. 

 “아저씨, 이 수박 잘 익었습니까?”  물건을 사는 사람의 입장에서 졸고 있는 주인을 깨운다는 목적으로 그냥 해본 소리였습니다. 
 그러자 조는 줄 알았던 주인남자는 번쩍 눈을 뜸과 동시에 내 목소리보다 곱절은 더 될 커다란 목청으로 “잘 익었냐구유?  와따, 지가 수박 속에 들어가 봤간디유?”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광경이 영판 코미디 같아서 우습기도 하고 또 주인남자의 순박한 심성이 그대로 잘 드러나기도 한 대목이어서 나는 군말없이 수박 한 덩이를 샀습니다.   수박을 사들고 가면서 나는 생각했습니다. 
 만약 서울의 수박장수한테 같은 질문을 했다면 어떤 대답을 들을 수 있었을지를 상상하면서 말이라는 것의 본질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던 기억입니다.   

 우리 속담에 보면, “말 한 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라는 말도 있고, “세 치 혀끝이 석 자 큰 칼보다 무섭다”라는 말도 있습니다. 말 한마디 잘 하고 못하고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일 것입니다. 말의 중요성은 실제로 얼마든지 강조되어도 지나치지 않겠지요. 그래서 요즘 보면 말 잘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관련 학원 같은 곳에 다니는 사람도 있고, 언변을 좋게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는 책을 파는 곳이 있다는 것도 들어서 압니다.  
 그렇다면 말을 잘 하는 방법은 과연 따로 있는 것일까요?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대답하고 싶네요. “거짓이나 꾸밈이 담기지 않은 진실된 마음의 말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말입니다”라고 말이지요. “마음은 하나님이 만드는 것이고 말은 사람이 만드는 것입니다”라는 말을 믿기 때문입니다. leehouse21@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