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자(작가, 광주순복음교회 정원희 목사의 사모))

이 집사는 손자들이 보고 싶어 오랜만에 딸네 집을 가고 있었다. 버스에 앉아 멍하니 밖을 바라보았다. 길가는 가지가지 아름다운 색들의 봄꽃들이 봄을 장식하고 햇빛을 받은 가로수의 초록 잎들은 물비늘처럼 반짝거렸다. 하늘은 깨끗이 닦아 놓은 유리창처럼 맑았다. 이 집사에게 날씨가 참으로 좋다는 생각이 들어오면서 기도하고 싶은 마음이 뜨겁게 일어났다. 그리고 이 집사는 기도해야겠다는 마음이 급해졌다. 가방에서 손수건을 꺼내 입에 대고 작은 소리로 방언으로 기도하기 시작했다. 30분이나 기도했을까 눈을 뜨고 창 밖을 바라보면서 급하게 기도할 문제가 없는데 하는 생각이 들어오자 이 집사는 기도를 그치고 한강변의 아름다움을 즐겼다. 그때 전화벨이 울렸고 딸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엄마, 금방 책상 유리가 깨졌는데 새끼손가락이 생선 포 뜨는 것처럼 되었어요. 피가 줄줄 흘러요”

이 집사는 빨리 병원으로 가라는 말을 하고 회개하며 기도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이 집사는 마음이 평안해졌다. 가슴에서 물밀 듯 밀려오는 찬송을 부르기 시작했다. “주 예수 내가 알기 전 날 먼저 사랑했네 그 크신 사랑 나타내 내 영혼 거듭났네…“(찬송가 98장) 이 집사는 자기도 모르는 눈물을 줄줄 흘렸다.

사람은 내일 일 아니 조금 후의 일도 모른다는 사실 앞에 이 집사는 고개를 숙였다. 하나님은 우리의 일생을 아시고 계시므로 기도하라고 성령님을 통하여 말씀하셨는데 미련하게 깨닫지 못했다는 것에 부끄럽기까지 했다.

딸네 집에 도착했으나 딸은 없었다. 마루바닥에 툭툭 떨어진 피를 닦고 있을 때 딸이 들어 왔다. 딸이 이 집사를 보자 병원에서 있었던 일을 말했다. 의사는 손가락에 유리조각이 박혀 있는지 보기 위해 너덜거리는 살을 빨듯이 하고 에스레이를 찍고 유리조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자 10바늘을 꿰맸단다. 그리고 의사가 했던 말을 했다. 조금만 더 깊게 잘렸으면 큰일 날 뻔했다고. 아마 손가락을 쓸 수 없게 되었을지도 모른다고.

이 집사는 버스를 타고 오면서 있었던 이야기를 딸에게 했다. 하나님께서는 성령님을 통하여 미리 말씀하셨는데 순종하고 기도했으면 딸 네가 고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도 했다.

우리의 길이 되시고 진리가 되시며 생명이 되신 참 좋으신 하나님께서는 마음에 소원을 두고 기도하게 하시고 피할 길을 주신다는 것을 새삼 느끼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