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보영 집사(해피 메이커)

“따르릉, 따르릉” “네, 아가페 전화입니다”
“아, 여보세요?” “네, 아가페 전화인데요?”
“저기요. 음, 얘기 좀 하려고 하는데요” “아, 네. 말씀하세요”
“저기 다름이 아니라…” 상대는 어렵사리 말문을 연다.

처음 몇 마디 들려오는 음성 속에 들려오는 소리보다 더 많은 소리가 들어 있다. 가능한한 상대의 진실을 들을 수 있어야 그의 사연을 나누며 도울 수 있다.

매일 나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 말을 한다. 아침에 눈을 뜨면 남편과 두 아들, 밖에 나가면 앞집 아주머니, 경비아저씨, 김 집사님, 이 권사님, 그리고 이웃들까지. 그런데 나는 얼마만큼 내가 만나는 사람들과 진실로 만나고 있는 것일까. 상대방의 소리안에 들어있는 더 많은 말들을 들을 수 있는 나의 청력은 어느 정도일까.

소리는 잘 들으면 쉽게 알 수있는 소리도 있지만 잘 살펴야 들을 수 있는 소리도 있다. 사람들은 많은 것들을 동원하여 자기를 말한다. 옷차림으로, 표정으로, 말로, 행동으로 눈빛으로. 그런데 우리는 의외로 너무나 많은 소리들을 스쳐버리거나 잘 듣지 못한다. 왜일까.

내가 나로 꽉 차 있거나 나의 원하는 소리만 골라서 편청한다면 나는 말들을 놓치거나 내 방식으로 왜곡해서 듣기 쉽다. 그 때는 전혀 읽을 수 없었던 수 많은 무언의 함성들을 시간이 지난 나중에야 알아듣고 ‘아 그렇구나’ 하고 안타까워할 때가 있다.

우리는 무수한 소리 속에 살고 있다. 그 것은 기다림의 소리, 아픔의 소리, 외로움의 소리, 억울함과 분노의 소리들이다. 내 주변에서 맴돌며 기다리는 이 소리들 중에는 천천히 알아들어도 괜찮을 소리도 있지만 가금씩은 촌음을 다투는 절박한 소리도 있다. 과연 이러한 것을 들을 수 있는 나의 청력은 얼마나 될까.

내 속에 많은 나를 내려놓고 나의 모습을 보면 이기적인 생각과 욕심으로 가득하고 앞뒤가 맞지 않을 때가 있다. 겉과 속이 다르고 두서없이 우왕 좌왕하고 오래된 쓸모없는 자존심과 어줍잖은 지식으로 적당히 덧입혀진 오만과 편견까지, 이런 나로서는 다른 사람의 소리를 들을 수 없다. 물론 도울 수도 없다. 문득 지금 나의 청력이 혹 마이너스는 아닐까 하는 당혹감이 밀려온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밝을 수 있는 이유는 내가 아닌 주님께서 나를 선택하시고 나의 좋은 것을 사용하심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주님은 나의 어리석은 청력을 탓하지 않으시고 주님께서 필요한 곳에 나를 두사 때를 따라 들을 수 있는 귀를 열어 주시고 도울수 있는 힘을 공급해 주신다. 이는 주님의 능력 때문이요, 또한 나를 향하신 주님의 사랑의 표현이라 믿는다. 이 때문에 나는 나의 말이 아닌 주님의 사랑을 듣고 싶어하는 그들에게 주님을 알려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