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나에게 행복한 일이 하나 추가 되었다. 큰 딸이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매주 한 번씩 편지를 쓰는 시간이다. 벌써 9주가 지났다. “이 번에는 무슨 말을 해줄까?” 딸의 상황을 고려하면서 우선순위를 정하다 보면 그 자체도 기쁨이다. 처음에는 편지 쓰기를 망설였다.

매주 한 번씩 쓴다는 것이 크게 부담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달에 한 번을 생각해 보았다. 편하긴 한데 효과가 클 것 같지 않았다. 그렇다면 2주에 한 번, 무언가 아쉬움이 있다. 결론은 일주일에 한 번이었다. 생각할수록 부담이었다. “과연 계속할 수 있을까?” 괜히 딸에게 약속했다가 지키지 못하면 큰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입학식 전날 딸에게 약속을 했다. “매주 아빠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1년 동안 편지로 보낼께” 편지를 쓰기 시작하니 왜 그렇게 일주일이 빨리 돌아오든지. 그런데 이상했다. 부담보다는 기쁨이 많았다. 사랑이 무엇인가를 깨달았다. 그 동안 아빠가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게 사랑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사랑은 함께 하는 것이었다. 시간을 투자하는 것, 그게 바로 사랑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더욱이 편지를 쓰는 동안 오히려 내 자신이 넘치는 은혜를 받았다. 하나님의 사랑을 느꼈기 때문이다. 딸을 통해 발견한 하나님 아버지, 그 사랑을 생각하니 눈물이 흘렀다. “하나님이 나를 이렇게 사랑하셨구나”하는 마음이 저절로 생겨났다. 

만나는 사람들에게 딸에게 편지쓰는 이야기를 했다. 감동을 받은 몇 분이 자녀들에게 편지를 썼다. 자녀에게 처음으로 편지를 써 보았다는 사람도 있다. 편지를 받고 자녀들이 감격하는 모습을 전하면서 편지의 위력을 증언한다.

‘자녀에게 편지 쓰기’ 가정의 달 5월에 다정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말보다는 편지가 감동을 일으킨다. 봄맞이 행사의 일환으로 사랑하는 자녀에게 편지라도 한 통 써보면 어떨까. 펀지를 통해 하나님 아버지를 더욱 가까이서 만나는 기쁨과 감동을 맛볼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양병무(인간개발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