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 위에 좌정하신 하나님 체험

문제인생에서 신실한 신앙인으로 거듭
지난해 추락사고… ‘첫 신앙’ 회복계기

어린 시절에 대한 추억을 돌아보면 가슴을 짠하게 만드는 애닮은 기억도,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좋은 기억도 그리 많지 않다. 아버지는 소위 말하는 주먹 인생을 사셨고, 어머니는 무속인의 길을 걸으셨다. 집안 사정이 이렇다 보니 보고 듣고 배우는 것 역시 주먹질이 말보다 앞섰다. 형제들은 성장하며 아버지와 비슷한 길을 걸었고 이는 나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학교는 공부를 위해 다니는 곳이라기보다 내가 배운 싸움기술을 시험해보고 써먹는 자리였으니 지금 생각하면 학교 친구들에게 미안한 마음뿐이다. 이렇게 문제아(?)로 살았기에 어느 곳에서도 나를 인정해주지 않았다. 그럼에도 어머니만은 못난 아들이라도 한 번도 함부로 대하지 않으시고 언제나 바른 길로 돌아오도록 위로하고 격려해주셨다. 때문에 20대 초반까지 문제인생으로 살면서도 어머니께 죄송한 마음을 잊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철없이 지내던 내게 고모가 따끔한 권고를 해왔다. 이제 적지 않은 나이인 만큼 철이 들어야 할 것이라며, ‘교회에 다니자’고 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어머니에게 잘 하는 것이라고 하셨다. 다른 말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내가 교회에 다니는 것이 어머니에게 잘 하는 것’이라는 한 마디에 마음을 잡아 교회에 가기 시작했다. 무당 일을 하던 어머니도 고모의 말에 따라 교회에 나가셨다. 오랜 세월 무당으로 살아오셨기에 쉽게 교회에 가지 않으리라 생각했는데 어머니는 가족을 위해 무속인의 삶을 내려놓으셨다.

그렇게 나가기 시작한 교회는 내 삶을 돌아보게 했다. 하나님은 철저히 회개하도록 하셨다. 기억나지 않는 것을 생각나게 하시며 잘못을 뉘우칠 기회를 주셨다. 그러자 세상이 다르게 보였다. 이전까지의 삶이 원망과 불평으로 점철된 삶이었다면 다시 보게 되고 살게 된 삶은 감사할 것으로 가득했다. 싸움 말고 제대로 된 일을 해본 적이 없었지만, 이전처럼 살 수 없어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일을 하며 여러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기도 했다. 예전 같으면 주먹으로 먼저 해결했겠지만, 교회에 다닌 후부터는 그들을 위해 기도했다. 그리고 옛날의 내 행동 때문에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2003년 아내와 딸을 데리고 상경했다. 당시 나는 부산에서 방수(防水) 관련 일을 배워 올라왔는데 하나님의 은혜로 6개월도 지나지 않아 경쟁업체를 제치고 자리를 잡는 등 많은 수익을 올렸다. 하지만 망각은 하나님의 은혜까지 잊게 만들었다. 한정된 수요를 놓고 하는 사업이니 경쟁업체로부터 견제도 많이 받았다. 사업의 성공이 하나님의 은혜로 얻은 결과임에도 마치 내가 한 것 인양 내 마음에 허세를 채웠다. 사업은 그렇게 승승장구를 거듭했지만 인생에 있어 더욱 소중한 그 무언가를 잃어버리고 있었다. 딱히 겉으로 타락했다 할만한 것은 없었지만, 물질이 없을 때 목놓아 찾고 기도하던 하나님을 잊어버렸다. 그래서일까.

지난해 8월 뜻하지 않은 사고를 경험했다. 방수작업 도중 바닥유리가 깨지며 추락했다. 떨어진 높이는 그리 깊지 않았지만 이 사고로 목 깊숙이 유리가 박혔고, 정강이뼈 골절, 무릎인대 파열 등 중상을 입었다. 수술과 치료비로 모아 놓은 재물 대부분을 탕진해야 했지만 하나님의 은혜를 다시 한번 체험한 기회였다.

병상에서 겸손하지 못했던 내 모습을 회개했고, 물질을 모으느라 잊고 있던 교회식구들의 따뜻한 사랑을 경험할 수 있었다. 당시 젊은부부선교회 전형철 목사님과 임회원 그리고 교구식구들은 나를 위해 전심으로 기도해주었고 병원비를 모아주었다. 의료진은 ‘목에 박힌 유리가 조금만 더 깊이 박혔어도 생명이 위험했을 것’이라며 ‘기적’임을 강조했고, 부러진 다리와 무릎도 힘든 고비를 지나 회복세에 들어섰다. 할렐루야.

무엇보다 감사한 것은 ‘값비싼 과외비를 치렀지만 세상 그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는 믿음을 회복했다는 것’이다. 오랜 기도 끝에 형제들이 교회에 나오고 있고, 사고 후 지난달까지 이렇다할 수입이 없어 가정형편이 어려워졌음에도 하나님은 필요할 때마다 생각지 못한 방법으로 필요한 물질을 주셨다. 최근에는 더 이상 할 수 없어진 방수일 대신 새로운 직장도 허락해 주셨다. 소망하기는 나와 우리 가정을 변화시키신 주님을 사람들 모두가 만나기를 기도한다.

사진설명: 왼쪽부터 아내 김명연 집사, 딸 브니엘, 하근호 집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