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함께 그린 <서로에게 주고 싶은 선물>
엄마와 아이 그림작업 통해 서로 이해
각자의 위치에서 존재 가치 확인 필요
은서(가명)의 두 번째 만남은 엄마와 함께 이루어졌다. 엄마를 어려워하는 아이를 위해 작업은 각자 다른 방에서 이루어졌다. 길(치료사의 의도)이 그려진 종이를 절반으로 나누어 각자에게 주고 상대방에게 주고 싶거나 받고 싶은 것(선물의 개념)을 그림으로 표현해보는 것이었다. 종료 후 나누어졌던 종이를 다시 하나로 붙였더니 눈앞에 놀라운 일이 펼쳐졌다. 다른 곳에서 그려진 그림의 내용이나 표현들이 마치 쌍둥이가 그린 것처럼 닮아 있었다. 가장 놀란 사람은 엄마였다. “아빠와 많이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자신과 똑 같은 그림을 그려 놓다니…” 나무가 되어 주고 싶은 엄마 자신(그림 오른쪽) 그리고 엄마에게 나무를 선물한 아이(그림 왼쪽). 흔히들 나무는 ‘자아상’이라고 한다.
각자 자신이 선물이 되어 주고 싶은 마음이 무의식적으로 표현되어 졌다. 그림 속에는 깊은 사랑과 애정이 느껴진다. 그러나 부모로서 해주어야 하는 교육적인 의무감의 이행에 사랑의 존재가 가려져 그 체온을 잃어버린 것이다.
직장을 가진 엄마 대부분은 아이와 함께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막연한 죄책감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 물질이나 다양한 교육적 보상으로 대치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는 늘 체온이 있는 사랑에 배고파한다. 그 배고픔을 적극적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성향을 지닌 아이-스스로 다가갈 용기와 자신이 없는 아이-의 경우는 기다리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단정짓고 엄마가 자신의 존재를 알아보고 꼭 안아 줄때까지 조용히 묵묵히 기다릴 뿐이다.
아이들이 정말 원하는 것은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엄마의 따뜻한 체온과 심장박동을 듣고 싶어한다. 즉, 몸으로 표현해 주는 사랑을 원하는 것이다. 은서 모녀 경우는 자신과 너무 닮은 아이의 모습을 통해 더 많은 기대를 하게 되면서 부족하다고 생각되어지는 부분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채찍질을 하게 된 것이다. 엄마의 목표에 끌려가는 아이에게 자율성과 창조성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은서도 그래서 늘 변화를 두려워하고 불안해하며 행함에 앞서 걱정을 많이 하는 성향을 지니게 된 것이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번 체험을 통해 은서의 어머니는 딸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자각하게 되었고, 은서 역시 엄마의 표현되지 않은 딸에 대한 사랑을 그림을 통해 확인하고 직장생활의 어려움을 이해하게 되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을 것이라고 믿는다.
미술치료사 이난주(한울타리 심리치료연구소.crikee7 @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