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소나무의 꿈
                
갈바람이 솔씨 한 알을  품고 높은 산등성이를 오르고 있었어요.
“아가, 너를 살기 좋은 땅에 내려줄게. 거기서 아주 큰 나무가 되렴”
솔씨는 큰 나무를 그려보았어요. 새들이 날아와 노래하고 구름송이들이 쉬어 가는 큰 소나무…… 솔씨는 행복한 꿈에 푹 젖어들었어요.
“아쿠!!”
바닷가 벼랑을  타고 오르던 갈바람은 그만 솔씨를 떨어트리고 말았어요.
어두운 바위틈에서 겨우내 솔씨는 몸을 웅크리고 울기만 했어요. 좋은 땅에서 뿌리를 든든히 내리고 큰 나무가 되겠다던 꿈도 안개처럼 사라져버렸어요.
“얘야! 이제 곧 봄이 온단다. 싹을 틔울 준비를 해야지?”
바위가 나직한 목소리로 솔씨를 달랬어요.
“이런 곳에서 어떻게 싹을 틔워요? 다리 뻗을 곳도 없는데”
절망에 빠진 솔씨는 기운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어요.
“생명을 주는 햇빛이 있고 물이 있지 않니? 가만가만 찾아보면 뿌리내릴 곳도 있을 거야. 네가 자라면 널따란 바다와 갈매기의 춤도 볼 수가 있단다”
솔씨는 못들은 척 눈을  감았어요.
어느덧 새들이 노래하고 따뜻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어요.
“아, 목말라!”
솔씨는 목을 축이려 고개를 들어보곤 깜짝 놀랐어요. 바위가 한 방울 두 방울 물을 모아 틈새로 흘려 보내고 있었어요.
“바위님 고마워요”
바위는 빙그레 웃으며 따스한 눈빛으로 솔씨의 가슴을  물들였어요.
솔씨는 싹을 틔우기 위해 쉴 새 없이 물을 빨아들였어요.
바위틈으로 고개를 디민 햇살 몇 올을 품으며 힘껏 다리를 뻗었어요.
햇빛을 바래느라 아기소나무는 목과 등이 꾸불텅해 졌지만 키는 쑥쑥 자랐어요.
“아!”
이젠 까치발을 하지 않아도 출렁이는 큰 바다가 보였어요. 파아란 물결 위를 힘차게 나는 갈매기도 보였어요.
하지만 소나무가 자라는 만큼 바위틈은 점점 벌어져 갔어요.
“어떡하면 좋아요? 제 몸이 더 이상 자라지 말아야 하는데”
아기 소나무는 울상이 됐어요.
“아니다, 얘야. 내 반쪽이 벼랑으로 굴러 떨어져도 나는 네가 튼튼히 자라는 것이 더 좋단다”
반쪽의 바위는  금방이라도 굴러 떨어질 듯 벼랑 끝으로 밀려나 있었어요.
“제발 떨어지지 마세요. 제 꿈은 이제 바위님과 오래오래 사는 거예요!”
아기소나무는 있는 힘을 다해 벼랑 쪽의 바위를 감싸안았어요. 한쪽 뿌리로 바위를 칭칭 감는 동안 안쪽의 바위는 아기소나무의 한쪽 발을 꼬옥 끌어안았어요. 아무도 둘 사이를 떼어놓지 못했어요.

문화예술인선교회 조임생 집사

약력: 창조문학 시 등단
         월간문학 동화 당선
         한국일보 여성생활수기 당선
         한국아동문학회 작가상 수상
         2004 문예진흥 지원금 수혜
시집: 사랑한다는 말은
동화집: 하늘개가 달을 삼킨 날
            물차 운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