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드려 쪼구린 자세로 불쌍한 부랑노인의 발을 씻어주는 한 종교인의 선행이 텔레비전에 방송되자 이 감동적인 광경에 반하여 어렵사리 그분을 찾아간 착한 청년을 알고 있습니다. 자기도 그분 곁에서 함께 부랑노인의 발을 씻겨드리겠다는 게 목적이었습니다. 그러고는 청년을 까마득히 잊고 있었는데 어느 때 지방에 가는 고속버스를 탔다가 우연히 그를 다시 만나 같이 가게 되었습니다. 문득 그때 일이 떠올라서는 아직도 그분을 도와 함께 귀한 사역을 하고 있는가 물었습니다.   

 청년의 얼굴이 붉어지면서 난처해하는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그게?그게 말이죠?가서 실제로 보니까 그게 말이죠?”   더듬거리기만 할 뿐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는 것이어서 괜한 질문을 했다 싶었습니다.
 방송에서 보던 어느 한 부분의 감동과 실제로 가서 현상을 보고 느낀 소회가 아마 조금 달랐지 않나 그렇게 여겨졌습니다. 나는 그 종교인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부랑노인의 발을 씻겨 드릴 정도면 아주 훌륭한 분이 맞겠지요.   그러나 그럴 리는 없겠지만, 만의 하나라도 그 문제의 ‘감동장면’이 피치 못할 사정에 의한 일회성 방송용이었다면 착한 청년이 받았을지도 모를 마음의 작은 상처. 이것을 누구 탓으로 돌려야 할까를 잠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당연히 그 책임은 극적 감동 포착 및 연출에 혈안이 되어 움직이는 방송 카메라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우리 주변에 보면 하나님의 사업을 한다고 하면서 지나치게 매스컴의 반응에 신경을 쓰는 그런 경우가 가끔 있습니다. 감동을 찍어야 하는 취재측과 감동을 내보이고 싶어 하는 피취재측의 의중이 서로 맞아떨어져서 그야말로 눈물 없이는 못 볼 그런 ‘감동대박’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경우가 이론상으로 쉽사리 가능한 세상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이 죽으신지 사흘만에 제자들한테 나타나셔서 “이 세상이 끝나는 날까지 너희와 함께 하리라”라고 하신 말씀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주님은 우리 곁에 함께 계십니다. 상(賞)을 받고자 한다면 주님으로부터 받아야지 매스컴이라는 세상 평판으로 받고자 해서는 곤란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만재(카피라이터, ‘막쪄낸 찐빵’저자) leehouse21@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