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말하려고 노력할께”
7년 동안 막혔던 말문 트여  
회개와 간절한 기도에 응답
           
 7년만에 내 아이에게 들은 ‘엄마’라는 소리. 주체할 수 없는 그 감격은 겪어보지 않았다면 상상도 못할 것이다. 내 목숨보다 소중한 큰아들 원진(사진 오른쪽)이는 7년 동안의 기도 제목이었고, 지금의 기쁨과 영광도 함께 누리게 해주었다. 1996년 6월 건강하게 태어난 원진이 덕분에 우리집에 웃음이 피어났다. 그런데 점차 자라면서 다른 아이들과 조금 다른 모습을 보였다. 다른 아이들은 돌만 지나도 말을 시작하는데 이상하게 우리 아이는 ‘엄마’ 한마디도 못했다. 성장이 조금 더디나 보다 하고 넘어갔지만 3년이 지나도 5년이 지나도 마찬가지였다.

 시댁식구들의 눈치가 보이기도 했고 아이에 대한 걱정은 태산같이 쌓여만 갔다. 감정을 표현할 수 없으니 아이의 태도도 점점 난폭해져갔다.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물건을 집어던지기도 했다. 어린 것이 얼마나 답답했으면 그럴까?하는 마음에 나는 더 안쓰러워 볼 수가 없었다. 아무리 책을 읽어주고 말하기를 가르쳐도 소용없었다. 병원에 가봤지만 아이가 감정을 표현하기 때문에 큰 이상은 없다며 간혹 말을 늦게 배우는 아이가 있으니 기다려보라는 얘기만 듣고 돌아와야 했다. 내가 신앙생활을 바로 하지 못해서 아이가 고통받는다는 생각에 늘 미안했다.

 나는 모태신앙으로 오래전부터 하나님을 섬기고 살았지만 결혼을 한 후에는 신앙생활을 계속 유지하기가 어려웠다. 시댁식구들은 오래도록 다른 종교를 가지고 있었고 내가 교회가는 것을 못마땅해 하셨다. 시부모님을 모시고 살아 주일날 교회에 가는 것도 어려운 일이었다. 종가집이라 일년에 꽤나 많은 제사를 드려야 했다. 제사음식을 준비할 때면 크리스천 며느리라고 눈밖에 나기 싫어 더 열심히 식구들을 도왔다. 하지만 시댁식구들은 예수쟁이 며느리가 들어와서 집안이 제대로 안돌아간다며 걸핏하면 화살을 돌려댔다. 무당이었던 시증조할머니가 아무말도 없이 나를 빤히 쳐다보고 계실 때면 숨이 탁 막혀버리는 듯 했다. 늘 두렵고 불안했다. 항상 십자가 목걸이를 하고 있었지만 그것도 시댁식구들에게는 못마땅한 일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큰 아이 원진이가 태어났다.

 결혼하고 1년이 지나 분가를 하고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내 신앙을 점검해야할 필요를 느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지역장이라는 분이 전도지를 가지고 우리집을 찾아왔다. 꼭 이 집을 방문하고 싶었다며 같이 교회에 가자는 것이다. 나는 내 마음을 하나님이 다 알고 계시나보다 생각하며 그대로 순종했다. 아이를 유아부에 보내놓고 주일예배에 참석했는데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울면서 그렇게나 많이 회개했던 적은 별로 없었던것 같다. 내가 의지할 곳을 찾았다는 기쁨이 마음속 깊이 솟아났다. 기회는 이때다 싶어 기도에 매달렸다. 둘째 아이를 갖고서도 힘든 몸을 이끌고 교회 문턱이 닳도록 예배에 참석했다. 갓난 둘째 아이를 안고 원진이의 손을 잡고 철야예배에 나와 하나님께 부르짖었다. “하나님 저를 용서해주십시오. 아이를 통해 하나님을 만나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하나님께 모든 것을 맡깁니다. 원진이를 주님께서 책임져주세요” 매일 밤마다 잠든 아이를 끌어안고 눈물을 쏟으며 기도했다.

 한번은 꿈에 조용기 목사님이 나에게 안수기도를 하고 교회 뱃지를 달아주시는 꿈을 꿨다. 곧 기도가 응답될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더욱 열심히 기도했다. 하지만 원진이는 7살이 되도록 말을 못하니 또래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할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감정을 행동으로 표현하기 때문에 난폭해져 유치원에서도 늘 혼자였다. 2002년 어느날 여느때처럼 아이를 끌어안고 울면서 기도하고 있는데 원진이가 울음을 터뜨렸다. 그러더니 갑자기 “엄마∼말하도록 노력할께”라고 하는게 아닌가?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지금 엄마라고 했니?” “엄마…” 할렐루야! 7년만에 듣는 엄마 소리였다. 내가 그 얘기를 듣고 싶어 얼마나 많이 울었는데. 내 기도를 잊지 않으시고 응답해주신 하나님께 너무나 감사했다.

 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이 된 지금은 귀찮을 정도로 말이 많아졌다. 아무리 책을 읽어줘도 따라하지 못했던 아이가 한글과 수학을 빨리 깨우쳐 공부도 잘하고, 성격도 차분해져 친구들도 많다. 다른 아이보다 모든게 늦었던 우리 원진이에게 하나님께서 총명함을 더해주셔서 시험을 봐도 거의 100점을 맞아온다. 의사가 되겠다는 원진이를 보면서 내 신앙이 바로 설 때 아이도 하나님께서 바로 잡아주신다는 것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