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리고는 예루살렘 동북쪽 30킬로미터 거리에 있었으며 교통의 요충지일 뿐아니라 유명한 향료의 산지로 경제적으로 부요한 고장이었다. 이 고장에 삭개오라는 세리장이 있었다. 그는 부자였지만 같은 유대인들에게는 환영을 받지 못했다. 깨끗한 부자가 아니라 자기 동족의 세금을 받아 착취하며 살았기 때문이다. 당시 세리는 특수한 직업이었다. 로마의 지배자들은 유대인으로부터 직접 세금을 받지 않고, 유대인의 세금징수 청부인을 통해서 가혹한 수탈을 했으며, 그것은 교묘한 지배체제였다. 세금징수 청부인은 청부금액만 로마에 납부하고 나머지는 자기의 소유가 되었다. 세리도 하급인은 가난했지만 삭개오는 세리장으로서 부자인 것으로 보아 상당히 악랄했으며, 유대인들로부터 증오와 모멸을 받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신비스러운 가르침과 기적, 병고치는 것으로  명성이 자자했던 ‘예수님’의 소문을 들었다. 바로 그 분이 자기가 사는 여리고 마을을 지나가신다는 정보였다. 그래서 그는 어떤 분인가 궁금하고, 예수님의 얼굴이라도 보고 싶었다. 그러나 그는 키가 작아 군중들 틈에서는 불가능하므로 뽕나무에 올라갔다. 이것은 예수님을 보기 위하여는 지위나 체면도 돌보지 않은 결단성이다. 지나가시던 예수님께서는 삭개오의 마음을 아시고 “삭개오야, 속히 내려오라. 내가 오늘 네 집에 유하여야 하겠다”라고 그를 부르셨다. 이 말씀은 삭개오를 깜짝 놀라게 하였다. 이제까지 아무도 그를 상대해 주는 사람이 없었는데, 이게 웬일인가. 더구나 예수님이 자기집에 머물러 쉬시겠다는 게 아닌가. 그는 비로소 ‘친구’를 얻은 것이다.

‘삭개오’는 이 말씀을 듣고 얼른 나무에서 내려와 기쁜 마음으로 예수를 자기집에 모셨다. 지금까지 그가 접촉한 인간이란 돈을 빼앗기 위한 대상뿐이었다. 그래서 예수님을 ‘손님’으로 대접하면서 비로소 사람을 대하는 기쁨을 알았다.  

유대인들은 삭개오를 ‘죄인’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예수님을 만난 다음 인간성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아마도 주님의 심오한 구원의 말씀을 통해 인간존재의 가치와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받은 인간답게 사는 것이 참 행복임을 깨달았을 것이다. 진리를 깨달은 그가 말하기를 “주님, 저는 제 재산의 절반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남을 속여 먹은 것이 있다면 그 네 갑절을 갚아 주겠습니다”하고 언약하였다. 그는 처음 예수님을 만났을 때 뽕나무 위에서 그저 예수님을 바라보기만 하였다. 그러나 그것이 친구가 되고, 손님으로 영접하게 되고, 마지막에는 ‘주님’으로 맞아들이게 된 것이다.

그는 예수님의 제자들처럼 자기 직업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르지 않았다. 그리고 자기재산 전부를 가난한 자에게 나눠주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는 출애굽기 22장에 기록된 율법(도적질한 것은 갑절로 갚으라) 이상의 것을 자기의 자유의지로 실천한 사람이 된 것이다. 회개하고, 사랑의 실천을 한 삭개오에게 주님은  크게 만족해 하시면서 “오늘 구원이 이 집에 이르렀으니 이 사람도 아브라함의 자손이다. 인자가 온 것은 잃어버린 자를 찾아 구원하려 함이라”고 말씀하셨다(눅 18:2∼10).

‘잃어버린 사람’은 ‘인간 실격’ 다시 말해 ‘인격 상실’이다. 이기적인 사람, 편협적인 사람, 이해심이 부족한 사람, 파괴적인 사람 등이 그러하다. 그러나 이런 사람도 사람이다. 인격을 잃은 사람이라도 그의 마음 속 깊은 곳에는 ‘순수한 것’이 있다. 예수님은 삭개오의 이 순수한 마음을 끌어올려 그를 새사람으로 만든 것이다. 과연 예수님이야말로 위대한 스승이었다.    

                                     김경문 목사(순복음영성훈련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