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만평 규모 갈대밭 영화 촬영지로 유명세
동백꽃·주꾸미 축제 상춘객 발길 붙잡아

몇달 동안 우리 주변에 자리잡고 있던 회색빛 겨울 분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봄의 전령사인 동백꽃을 찾아 나섰다. 반짝 꽃샘추위가 밀려온 12일, 봄기운을 맞으러 천연기념물 제169호로 지정된 500년 수령의 동백나무숲이 있다는 충청남도 서천군 마량리로 향했다.
 봄을 시기하는 동장군이 눈발을 뿌리기도 했지만 남쪽에서부터 밀려 올라오는 봄기운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동백나무숲은 마량리에 있는 화력발전소 뒷길 언덕에 자리잡고 있었다. 총 85그루의 동백나무는 막 봉오리를 터뜨릴 참이었다. 이번 한파로 봉오리들이 많이 떨어졌지만 파란 잎 사이로 점처럼 보이는 빨간 봉오리들은 곧 만개할 것만 같았다.
 약 300평방미터 밖에 안되는 작은 언덕 위에는 동백정이란 누정(樓亭)이 있다. 누정 위에 올라서면 시원하게 펼쳐진 바다와 그 위에 앙증맞게 떠있는 오력도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특히 26일부터 다음달 8일까지는 서해 앞바다에서 갓 잡아 올린 신선한 주꾸미와 선홍빛의 동백꽃이 어우러지는 ‘동백꽃 주꾸미 축제’가 펼쳐져 동백나무숲의 인기는 절정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동백숲 인근 해안도로에 즐비하게 늘어선 횟집들이 결코 이 기회를 놓칠 리 없다. 이 기간 동안에는 주꾸미를 재료로 보지도, 듣지도 못한 맛깔스러운 음식을 만들어 관광객들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동백나무숲을 찾아가는 길에 10분 정도만 투자하면 보물 제224호로 지정된 ‘비인오층석탑’을 볼 수 있다. 비록 시골 마을 한 구석에 자리잡고 있어 좁고 구불구불한 길을 지나는 수고(?)가 따르지만 추억 속의 사진 한 컷과는 맞바꿀만 하다. 그러나 보물로 지정된 탑에 대한 관리는 허술한 것 같아 아쉬움이 남았다.

서천군의 또 다른 명물 중 하나는 바로 한산면에 위치한 ‘한산모시관’. 지명에서 붙여진 한산모시는 백제시대 한 노인의 현몽으로 건지산 기슭에서 모시풀을 발견한 이래 1000여 년 동안 나라의 진상품으로 이어져 왔다.
 백옥같이 희고 우아하며 잠자리 날개처럼 섬세하고 가늘어 여름철 옷감으로는 ‘최고’로 여겨진 한산모시는 고려시대에는 명나라 공물로, 조선시대에는 진상품으로 그 명성을 떨쳤다. 모시관 내에는 전수 교육관, 저산팔읍 길쌈놀이 전수관, 전통공방, 모시각, 상업시설, 어린이 놀이터 등의 시설이 갖춰져 있다.
 무엇보다 한산 모시짜기 기능보유자 나상덕(충남무형문화재 제1호)씨의 모시짜는 과정을 직접 볼 수 있고, 요청만 하면 전시관 내에서 설명도 들을 수 있어 여유를 갖고 천천히 둘러봄직하다.
 서천군에는 독립운동가이며 민족주의자로 잘 알려진 월남 이상재 선생의 생가가 있다. 도기념물 84호로 지정된 월남 선생의 생가는 현재 군에서 관리하고 있으며 문화해설사도 있어 생가 건물과 유물전시관을 직접 돌며 자세한 안내도 해준다.
 그러나 초행길일 경우 유의할 점이 있다.
 문화해설사의 물 흐르는 듯한 쉬운 안내와는 달리 생가를 찾아가는 이정표는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 길을 잃었거나 잘 모를 때는 넉넉한 시골 인심에 기대보면 의외로 금방 찾을 수 있다. 기자 또한 “이 길 따라 낮은 산 하나 넘으면 금방이어유”라는 친절한 안내덕을 톡톡히 봤기 때문.
 이번에는 좀더 남쪽으로 내려갔다. 한산면에서 강경방면으로 300미터 가량 직진하면 삼거리가 나온다. 삼거리에서 금강방면으로 나있는 작은 길을 따라 4킬로미터를 달려가면 보는 것만으로도 ‘와∼’하고 탄성이 저절로 터져나오는 신성리 갈대밭을 마주하게 된다. 폭 200미터, 길이 1킬로미터, 면적은 무려 6만여 평에 이른다.
 갈대밭 입구에 있는 영화 ‘JSA 촬영지 기념비’에서 기념촬영한 후 광활한 갈대밭에 어우러진 금강변을 따라 걸다보면 마치 영화 속 주인공이 된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더욱이 사람 키를 훌쩍 넘는 약 3미터 높이의 갈대밭 곳곳의 나무판에 새겨 놓은 시 한 수를 읽으니, 이젠 시인이 된 듯 싶다.
 

또 갈대밭 곳곳에는 긴의자와 조그만 원두막이 있어 쉬엄쉬엄 여유 있게 다닐 수 있다.
 우리나라 4대 갈대밭 중 하나인 이곳은 영화 공동경비구역(JSA) 촬영지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최근에는 ‘동해물과 백두산이’, ‘늑대의 유혹’ 촬영지로 유명세를 더하고 있다.
 안내 지도에만 표시돼 있는 마지막 여행지인 ‘한국최초성경전래지’를 찾기 위해 마량포 해돋이 마을로 향했다. 도착해보니 1816년 9월 5일 영국 해군 머리 맥스웰 및 버슬 홀 대령에 의해 마량진 첨사 조대복에게 국내 최초로 성경이 전해졌다는 간략한 내용의 돌비석만 덩그러니 세워져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돌비석 인근으로 부지를 확보해 기념 박물관 계획도 있다. 군청 담당자에 의하면 9월 영국과의 교류세미나 이후 성역화사업 추진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비록 돌비석 하나지만 그 동안 모든 스트레스를 날려버린 서천군의 다른 관광지역에서 받지 못한 뭉클한 감동을 느꼈다.

■ 서천교회  ―  100년 전 성명미상 교인에 의해 설립

서천교회는 미국남장로교 부위렴 선교사의 전도로 군산에 세워진 만지산교회(현 지경교회)의 성명미상의 교인이 1901년경 군사리에 세웠다고 추정된다. 현 담임 김대곤 목사의 설명에 의하면 “1903년 미국의 선교 미션지에 서천교회가 소개됐다. 미국까지 소식이 전해지기까지의 시간과 지경교회 설립 이후를 추정해 보면 1901∼1903년 사이에 창립된 것이다. 교단법 절차에 따라 정식적인 설립예배는 1904년 10월 10일에 드려졌다. 그래서 우리교회에서는 1901년 10월 10일을 창립일로 선포해 기념하고 있다”는 것이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서천교회에서 주일출석인원만 400명이 넘어(장년기준) 명실공히 서천지역 제일 큰 교회로 성장하고 있다. 지역사회를 섬기는 교회로서도 제몫을 하고 있다.

<Tip>

■ 서천은?

 인구 7만여 명이 살고 있는 충청남도 서천군은 기름진 옥토와 서해가 조화를 이루는 충절의 고장이다.
 문화적 가치가 높고 경관이 뛰어난 8곳-마량리 동백숲과 해돋이, 금강하구둑 철새도래지, 한산모시마을, 신성리갈대밭, 춘장대해수욕장, 문헌서원, 희리산 자연휴양림, 천방산 풍광마을 등 서천 8경-을 지정, 관광유치에도 힘을 쏟고 있다.
 마량포에서는 동해의 정동진 못지 않은 일출을 감상할 수 있다.
 동남쪽 바다에서 검붉은 해가 솟기 시작해 남쪽방향으로 기우는 듯 하면서 해가 떠오른다. 이같이 신비한 현상은 지구의 공전과 자전 현상에 의해서 나타나는데 동짓날인 12월 22일을 전후로 각각 50일 동안만 볼 수 있다. 일출은 11월에서 2월 하순까지 볼 수 있다.

■ 찾아가는 길
  마량리 동백나무숲 : 서해안고속도로 → 춘장대IC → 군도2 → 지방도607 → 마량리

  한산모시관 : 서해안고속도로 → 서천IC → 국도4 → 군도23 → 한산모시관

  신성리갈대밭 : 서해안고속도로 → 서천IC → 서천읍 → 군도23 → 국도29 → 지방도613 → 신성리갈대밭

서천=글·사진 이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