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의 깊은 골짜기에서 만난 하나님
30분 넘게 호흡 중단…기적 회생
퇴원 후 결혼, 태의 열매도 주셔

    
 “현석이가 쓰러졌는데 숨을 쉬지 않아” 수화기에서 들려오는 다급한 목소리는 나를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 결혼을 약속한 현석 씨가 쓰러졌다는 소식이었다. 깜짝 놀라 응급실로 뛰어갔고 그제서야 시어머니가 되실 분께 정황을 들을 수 있었다. 강아지에게 예방접종을 맞히고 집에 들어온 현석 씨가 한참 동안 무릎을 꿇고 있었단다. 통화 중이셨던 어머님은 아들의 행동을 이상하게 여겨 이름을 불러봤지만 호흡이 멈췄고 눈은 이미 풀려있었다. 마치 그 자세로 굳은 사람처럼 말이다. 다급한 마음에 이웃의 도움을 받아 병원으로 뛰어온 것이었다. 

 촌각을 다투는 위급한 상황인데도 응급실에 자리가 없어 시간이 지체됐다. 조금을 더 기다린 후에야 응급처치를 받을 수 있었다. “호흡이 중단된지 30분이 넘었습니다. 이미 동공과 항문이 열렸구요. 뇌에 산소가 공급되지 못해 의식을 찾는다 해도 정상적인 생활은 불가능합니다” 응급처치를 통해 일단 숨은 쉴 수 있었지만 의사의 진단은 가족들을 하얗게 질리게 했다. 병원에서는 부정맥이라는 진단만 할 뿐 쓰러진 이유를 정확히 알지 못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식물인간이 된다고? 바보처럼 평생을 살아야 한다고? 평소에 건강하던 현석 씨가 이렇게 한 순간에 의식도 없는 사람이 될 줄이야” 나는 믿을 수가 없었다. 너무 무섭고 겁이나서 목사님과 전도사님, 교회 성도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교구 지역장님과 성도들은 친 가족처럼 매일 같이 찾아와 기도해주셨다. 현석 씨는 내가 전도해서 98년부터 교회에 나왔지만 현석 씨의 가족들은 오랫 동안 다른 종교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기독교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이었다. 교회 성도들이 매일 같이 찾아와 기도해주는 것도 못마땅해 하셨다. 하지만 아들을 위해 기도해주니 지켜보고 계실 수 밖에 없었다.

 현석 씨는 이틀만에 의식을 찾아 중환자실로 옮겼지만 사람을 알아보지 못했다. 밤낮으로 간호하는 내모습을 지켜보던 병원 관계자들은 결혼은 무리라며 차라리 지금 떠나는게 낫지 않겠냐는 충고까지 했다. 누가 봐도 정상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나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예수님만 의지했다. “하나님께서 현석 씨를 통해 이 가족을 모두 구원하실 줄 믿습니다”라고 고백하며 성경책을 읽어주고 주기도문을 외우게 했다.

 매일같이 병원에 찾아오신 전도사님과 성도들은 어머님을 설득해 집에서 작정예배를 드렸다. 집에서 예배를 드린 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 었지만 아버님과 어머님의 마음속에 조금씩 예수님이 자리잡기 시작한 것이다. 일단 집안에 있는 돌과 죽은 꽃, 인형, 술병, 부적까지 모두 태워버렸다. 그리고 시간을 정해놓고 작정예배를 드리면서 통성기도를 했다.

 작정예배 후 현석 씨는 나와 어머님을 알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좀처럼 눈에 띄게 회복되는 것은 아니었다. 답답하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했지만 오직 하나님만 의지하면 모든 절망이 희망으로 바뀐다는 생각을 버리지 않았다.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우리를 위해 피흘려 돌아기신 예수님을 온전히 믿고 가족들이 바른 신앙을 가질 수 있도록 더 많이 기도하는 것이었다. 현석 씨에게 늘 주기도문을 고백하게 하고 요한복음과 누가복음을 매일같이 읽어주었다. 현석 씨는 발음도 제대로 안되는 상태에서 ‘예수님 사랑합니다’라는 고백을 하며 찬송가를 따라 불렀다.

 상태는 호전됐고 일반병실로 옮길 수 있었다. 점점 정상인으로 회복해가는 모습을 보자 의사들도 놀랐다. 퇴원을 앞두고 혹시나 이상이 생길 경우를 대비해 심장 제세동기를 가슴에 넣는 수술을 받았다. 정상적인 심장 박동을 위한 보조기구를 넣는 것이었는데 만의 하나에 생길 일을 대비해 병원측의 권유에 따른 것이었다. 그리고 입원한지 한달 열흘만인 지난 해 2월 13일 퇴원을 했다. 놀라운 체험을 한 지금은 하나님의 은혜로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다. 물론 아버님, 어머님께서도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고 계신다. 고난주간을 지나고 있는 요즘은 더욱 예수님께 받은 은혜를 되돌아보게 된다. 우리의 죄를 사하기 위해 십자가에 돌아가신 예수님의 사랑을 생각하면 너무나 감사해 눈물이 흐른다. 이제 남편이 된 현석 씨와 시댁식구들에게 새 생명을 주신 주님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