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복권이 판매된 지 2년이 넘었다.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아보기에 앞서 판매점에 가서 복권을 사러온 사람들과 얘기를 나눠봤다. 대개의 사람들은 1등에 당첨되면 당첨 사실을 공개하고, 당첨금을 불우이웃을 위해 쓰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국민은행에서 1등 당첨자 500여명을 면담한 담당자를 만났을 때, 상황은 전혀 달랐다. 지금까지 1등 당첨자 가운데 공개적으로 자신의 당첨사실을 대외적으로 공표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신변의 위협에 대비해 은행측에서도 가급적 알리지 말라고 당부한다. 행운이 닥쳤지만, 남들에게 축하받지 못하고 쉬쉬하면서 혼자 몰래 당첨금을 쓴다는 얘기다. 
엄청난 행운을 만난 사람들이 처음으로 느끼는 감정은 공포감이다. 토요일 밤에 당첨사실을 알고 부터 월요일 아침에 당첨금을 타기까지, 대부분의 당첨자는 잠도 못 자고 밥도 못 먹는다. 당첨자는 초췌한 몰골로 은행에 와서 돈을 찾고는 바람과 함께 사라져버린다. 거액이 생겼을 때 기쁨보다 불안한 마음이 먼저 생긴다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1등 당첨자들이 상금을 수령하는 곳에 ‘당신의 작은 나눔이 어려운 이웃에게 큰 희망이 됩니다’라는 글자가 새겨진 액자가 걸려 있었다. 대부분의 당첨자들은 그 액자를 못 본체 한다. 극히 일부의 당첨자들이 약간의 돈을 기탁했을 뿐이다. 
로또복권 취재를 통해 세태를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불로소득으로 생긴 수익도 남들과 못 나누는데, 힘들게 일해 모은 돈으로 남을 돕기란 얼마나 힘들겠는가.  
행운이 왔을 때 그 행운을 남들과 나누겠다는 각오를 하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우선 내가 가진 것으로 작게나마 남을 돕는 일부터 실천해야겠다.    이근미 작가 www.rootle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