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
자연 내 있지만 자연질서 초월하는 교회
국가와 교회… 하나님의 세계통치 두 팔
하나님이 창조하신 인간은 서로 상호의존의 관계성을 가진 존재이다. 인간 존재의 원초적 형태는 한 쌍의 남녀가 한 가정을 이루어 공동체적 생활을 하는 것이다. 이것은 하나님이 만드신 창조질서이다. 그러한 관계성으로 형성된 국가는 인간이 구성하는 가장 큰 공동체로서 시민을 위해 존재한다. 이것은 하나님이 제정한 제도로써 법과 질서를 유지하며 시민을 위해 존재하는 공동체이다. 그러나 국가는 죄로 가득한 사람들의 공동체이므로 모든 죄의 종합체이기도 하다.
반면에 교회는 본질적으로 그리스도의 지체요 하나님의 백성의 모임이며, 사랑의 공동체이다. 공동체 구성원은 하나님의 특별하신 부르심을 받아 그리스도의 몸에 접붙임을 받은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하나님의 사랑에 의해서 지배받는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따라서 교회는 하나님이 직접 임재하시고 통치하시는 공동체이다. 또한 교회는 자연 안에 있으면서 자연 질서를 넘어 신적 요소를 소유하는 신비스런 공동체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교회는 신적 질서(Divine Order)이다. 그러므로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가 성육신함으로 인류와 역사와 관계를 가지셨던 것과 마찬가지로 하나님과 함께 하는 신비적 체험의 내용을 이 역사와 사회 안에 구현해야 한다.
그러면 주님의 뜻을 이 세상에 이루어나가는데 있어서 교회와 국가의 진정한 관계는 어떠해야 하는가? 마틴 루터(Martin Luther)는 이 세상에 하나님께서 두 정부(two governments), 즉 영적 정부와 세속적 정부를 세우신 것으로 해석하여 관계를 설명했다. 그는 세속적 정부를 법과 무력으로 통치하는 국가기관으로, 영적 정부를 말씀과 사랑의 영으로 통치하는 교회기관으로 이해했다. 그리고 국가와 교회가 하나님의 세계통치의 두 팔이라고 했다. 루터에 의하면 이 두 기구의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보다 더 우월하다든가, 또는 한 편이 다른 한 편에 종속되어야 한다고 해서는 안 되며, 양자는 다 같은 하나님의 세계 통치라는 큰 테두리 안에서 하나님의 섭리 도구로 이해했던 것이다. 존 칼빈(John Calvin)도 이와 같이 가르쳤으며, 초대교회 교부들과 어거스틴도 역시 동일한 가르침을 주었다.
이와 같이 국가와 교회는 본질적으로 존재목적과 방법이 다르다. 이 두 이질적인 기구를 하나로 만들어서도 안 되고, 언제든지 대립이나 갈등이나 전쟁하는 관계로 가져도 안 된다. 양자의 관계를 창조의 질서와 신적 질서 안에서 하나님의 뜻을 이루어 나가는 관계로 유지해야 한다. 그리고 교회는 국가가 하나님의 뜻에 복종한다는 전제하에서만 교회가 국가에 복종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교회는 필요에 따라 정치에 불복종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항상 국가를 적대시하여 사탄의 도구로 만들거나 무관심하게 내버려두어서는 안 된다. 반드시 교회는 국가를 하나님의 통치의 도구로 이해하고, 또한 국가의 비도덕성을 교정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러므로 교회는 국가가 하나님의 통치의 도구로서 창조질서 속에 있도록 촉구할 뿐만 아니라 간절히 기도를 해야 한다.
김판호 목사(국제신학연구원 교육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