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새만금 갯벌은 얼마일까?
2월초 서울행정법원은 1심 판결에서 새만금 간척사업을 취소하거나 사업계획을 변경하라고 판결하였다. 새만금 간척사업은 전북 군산∼부안 앞바다에 방조제를 쌓아 여의도 면적의 140배에 달하는 농지와 담수호를 만드는 사업인데 법원은, 첫째, 담수호의 수질 문제와, 둘째, 쌀이 남아도는 현재 농지를 조성하는 것이 납득되지 않고, 셋째, 사라질 갯벌의 가치가 제대로 고려되지 않았다고 판시하였다. 여기서 갯벌의 가치라는 것이 과연 무엇인가에 대해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한다.
먼저 가치, 특히 소비자 입장에서의 가치란 상품의 소비가 가져다주는 만족감으로부터 발생한다. 따라서 가치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 첫째, 같은 소비자라도 상품이 다르면 가치는 다르게 되고, 둘째, 같은 상품이라도 소비자가 다르면 느끼는 만족감의 크기가 다르기 때문에 가치도 다르게 된다. 마지막으로 같은 소비자, 같은 상품이라도 소비하는 양이 다르면 가치는 다르게 된다. 이를 요약하면 가치는 객관적인 것이 아니라 주관적인 것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레오나드 다빈치의 유명한 모나리자 그림도 그림을 완성하는데 들어간 재료비와 인건비 등의 합계인 객관적인 가치는 그리 크지 않지만 그것이 주는 주관적인 만족감의 크기가 막대하기 때문에 엄청나게 비싼 것이다.
이런 배경을 갖고 새만금의 가치를 생각하면 새만금의 가치는 크게 인간의 이용과 관련된 사용가치와 새만금 존재 자체와 관련된 비사용가치로 나눌 수 있다. 사용가치란 강과 바다가 만다는 해구갯벌로 유명한 새만금에서 갯벌체험을 하고 조개를 채취하는 등과 같은 직접적 사용가치와 도래하는 철새를 감상하고 경관을 즐기는 등과 같은 간접적 사용가치의 합이 된다.
다음으로 비사용가치는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인데 앞에서 언급하였지만 사람에게 만족감을 가져다주면 분명히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야 될 것이다. 새만금 갯벌의 존재 자체로 말미암은 가치, 즉 비사용가치는 다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지금 당장은 새만금 갯벌을 방문하고 있지 않지만 장차 방문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데서 비롯되는 가치, 둘째, 나는 지금이나 나중이나 방문할 가능성이 없지만 나의 후손이 언젠가는 세계에서 유명한 새만금 갯벌을 방문하여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데서 말미암은 가치, 셋째, 나와 나의 후손이 새만금 갯벌을 방문할 가능성은 전혀 없지만 새만금 갯벌이 존재하고 갯벌생태계 및 해양환경이 유지된다고 생각하는 데서 오는 가치 등이 그것이다.
가치의 주관성 때문에 새만금 갯벌의 가치, 특히 비사용가치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분명히 존재한다. 이를 무시하고 새만금 사업으로 생길 농지와 사라질 갯벌의 가치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실수인 것이다. 정초에 새만금 갯벌에 대한 독자들의 가치는 어느 정도인가 생각하는 것도 좋은 경험일 것 같다. 특히, 자연에 대한 청지기적 사명을 가진 우리 신앙인들이 이에 대한 과학적 인식을 갖고 새만금 문제를 접하는 것은 필요하고도 중요하다고 여겨진다.
*조승국 교수 (한세대, 경제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