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 갔을 때 너무나 다른 환경과 다른 인식에 서아세아선교회원들은 아연실색했다. 인도 사람들은 하나님도 여러 신 가운데 한 분이고, 다양한 신을 믿으면 그만큼 복을 많이 받는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교회에는 연꽃 위에 십자가가 서 있고, 성당에는 연꽃 위에 마리아상이 놓여 있었다.
 인도의 김영자 선교사와 함께 도마성지를 둘러본 회원들은 감리교단 소속인 김대균 선교사의 인도로 벵갈로에 갔다. 회원들은 벵갈로에서 뜻밖에 조용기 목사 소식을 듣게 되었다. 서영옥 장로는 몹시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1964년에 조 목사님이 벵갈로에서 성회를 인도하신 적이 있더군요. 그곳 목사님들이 ‘포올 조’ 교회에서 왔다며 우리를 환영해주셨어요. 인도 사람들이 우리 목사님을 기억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 옛날 뿌려놓은 복음의 씨앗을 가꾸는 데 힘을 보태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벵갈로에서 인도 CGI(국제교회성장연구원) 회장인 조셉 스탈린 목사를 만나고, 스탈린 목사의 사모가 운영하는 신학교도 방문했다. 하춘순 권사는 그곳에서 회원들이 모두 눈물을 흘렸다고 전했다.
 “미얀마에서 21일 동안 걸어서 인도까지 온 신학생이 있었어요. 가족들이 예수믿는 걸 반대하자 몰래 집을 나와 걸어서 인도까지 왔다는 겁니다. 돈이 없어서 거의 굶다시피하면서 ‘오직 예수’만 부르짖으며 걸어왔답니다. 그 분을 보고 모두들 각오를 새롭게 다졌지요. 저렇게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주님께 헌신하는데 우리가 못할 게 뭐가 있느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아세아선교회 회원들은 신학교부설 기도원 건립기금으로 1000달러를 전달하고, 현지 선교사들에게도 500달러씩 지원했다.
 회원들은 인도가 작가나 여행객들에게 의해 ‘신비의 나라’로만 알려진 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했다. 인도는 10억 인구 가운데 5%인 5000만 명이 최상류층, 1억5000만명이 중산층이다. 나머지 80%는 하층민이며 그가운데 4억명은 극빈층이다. 그 4억명 가운데 불가촉천민(不可觸賤民)은 3억명 정도이며 아예 길에서 태어나 길에서 죽는 사람이 1억명에 이른다.
 양철과 판자, 천막쪼가리를 이어 만든 게딱지같은 집들이 도심지 빌딩 사이사이 자리 잡고 있었고, 밤이면 길거리에서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자는 사람이 수천명에 이르렀다. 광야 곳곳에 언터처블(Untouchable)이라고 불리는 이른바 불가촉천민이 무리를 지어 살고 있었다. 불가촉천민은 ‘건드리기만 하면 터진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다. 그들의 주거지는 거대한 쓰레기더미를 연상케 했다. 비닐과 나무쪼가리로 만든 움막에 불이 나면 걷잡을 수 없이 번진다는데, 가끔 몇만명이 모여 사는 그들의 주거지가 순식간에 잿더미가 되곤 한다.
 이런 나라에 선교를 명령받은 서아세아선교회원들은 ‘기도하면서 나아가는 길밖에 없다’는 결의를 다졌다. 하춘순 권사는 “한국에서 태어나 복받은 것이 감사했다. 불쌍한 영혼들을 위해 열심히 선교해야겠다고 각오를 다졌다”고 말했다. 정순자 권사는 “미국을 통해 복음을 받고 그 복음이 나에게 까지 와서 정탐꾼으로 파견된 게 감사했다. 내가 받은 복음을 이 지역에 전해야겠다는 각오를 했다”고 했다. 윤탁순 집사는 “그동안 너무 편하게 신앙생활했다. 이제 ‘보내는 선교사’로서 각오를 다지며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주로 문서선교를 했던 미주선교회 때는 돈이 많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서아세아선교회로 개편한 뒤 회원들은 선교현장 방문, 성회 참석 등을 모두 자비(自費)로 해결하면서 지출이 많아지게 되었다. 돌이켜보면 모든 게 ‘기적의 연속’이었다며 서아세아선교회원들이 들려준 얘기다.
 “스리랑카에서 인도로 갈 때 인도항공사가 장기 파업을 하고 있어서 비행기표를 구할 수가 없었어요. 12명 중에서 5명이 표가 없었는데, 마침 여자들만 표를 못받은 겁니다. 말도 통하지 않는 곳에서 여자들만 남게 된다니 얼마나 무서워요. 공항바닥에 다들 주저앉아서 합심기도를 했지요. 기도를 한 뒤 돌아가면서 시편을 큰 소리로 읽으니 마음이 평안해지더군요. 사람들이 모두 우리를 쳐다봤지요. 그런데 기적적으로 다른 팀에서 우리들에게 티켓을 양보했어요. 그쪽은 일행이 15명이었는데, 몇 자리가 부족했답니다.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15일만에 구한 티켓을 우리에게 양보한 거죠. 비행기 이륙하기 30분 전에 결정된 일입니다. 그 일을 시작으로 선교현장에서 시시때때로 기적을 체험했습니다” (계속) 

이근미 작가 www.rootle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