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시골여행을 좋아합니다. 그것은 카피라이터 말고 내가 가진 또 하나의 직업이 디지털사진작가(약칭:디카작가)이기 때문입니다. 집사람을 옆에 태우고 전국 각지를 돌아다닐 때가 많은데 시골길에서 자주 눈에 띄는 간판들이 뭔가 하면 바로 음식점 간판들입니다. 지구상에서 우리나라만큼 음식점이 많은 나라가 또 있는지 궁금할 정도로 우리 주변에는 음식점들이 많습니다. 음식점이 많다 보니 자연히 경쟁도 치열해지는 탓이겠지요. 행인의 눈길을 잡아끌기 위해 고안되었을 것이 분명한 기기묘묘한 음식점 간판들이 참 많습니다.

  ‘쭈꾸미 휘날리며’(쭈꾸미 요리집)나 ‘위풍닭닭’(통닭구이집)은 기본에 속하고 ‘선영아 머리해’(미용실), ‘국밥에 인생을 걸었다’(국밥집), 죽이는 동치미국수(국수집) 등이 있는가 하면 KBS, MBC, SBS 등 이름난 텔레비전 방송국의 무슨무슨 프로그램에 소개되었다는 식의 간판이 대문짝만하게 내걸린 집들도 수없이 많은 것을 보게 됩니다.

 그런 가운데는 커다란 글씨로 ‘KBS-TV’라는 글씨를 크게 쓴 다음 그 밑에 아주 작은 눈꼽만한 글씨로 ‘곧 출연 예정’이라 쓴 곳도 있습니다.
 요리조리 비틀어 말을 현란하게 꾸며 장사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상술인지 어떤지는 확언하기가 쉽지 않습니다만 우리가 실제로 겪어본 경험에 비추어 본다면 현란한 언어의 간판과 그 음식점의 음식 맛 수준과는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주변에 식도락 분야에서 일가견을 가진 이들이 몇 있습니다. 이분들을 따라 이른바 명소라고 알려진 곳에 가서 맛있게 음식을 먹을 경우가 가끔 있는데 이 명소들의 공통점은 하나 같이 간판이 요란하지 않고 오히려 허름한 뒷골목 식당인 경우가 많다는 점이었습니다. 우리 인간의 심성이나 신앙도 아마 비슷하지 않을까 여겨집니다. 

 말만 폼나게 잘 하는 떠들썩한 신앙 기술자가 있는가 하면 말없는 가운데 묵묵히 실천하는 것으로 주위에 빛이 되고 소금이 되는 그런 참된 신앙인도 있습니다. 말 잘하는 것도 물론 감사한 달란트지요. 그러나 그 달란트는 그냥 달란트일 뿐일 거라는 생각을 잠시 해보았습니다.

이만재 카피라이터 (‘막쪄낸 찐빵’저자)  <leehouse21@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