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해일이 휩쓸고 간 남아시아 지역에서도 순복음의 선교사들은 어김없이 복음을 전파하고 있으며, 그들을 돕는 평신도들의 활동도 활발하다.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네팔, 부탄을 선교대상지로 삼고 있는 서아세아선교회. 명칭에서부터 약간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된다. 남아세아선교회라고 부르는 게 더 맞을 것 같지만 출발 당시 중동지역까지 선교대상으로 삼으면서 서아세아선교회로 명명했고, 이제 고유명사화 되어 그 이름을 고수하고 있다.

서아세아선교회는 1993년 1월 5일에 창립했지만, 뿌리는 1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0년에 미주선교회로 출발하여 13년 간 미국과 캐나다 호주 선교를 지원하다가 교회 방침에 따라 제3세계 선교 지원으로 급선회했다. 1993년 재출발 당시 회원은 50여명이었다.

 회원들은 생소한 지역에 대해 사전 공부를 한 뒤 선교지 정탐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초대회장이었던 양오현 장로의 인도 아래 서영옥 장로, 하춘순 권사, 정순자 권사, 김희자 권사, 윤탁순 집사 등 12명이 1993년 2월 27일 서울을 출발했다.

밤중에 스리랑카의 콜롬보에 도착하여 호텔까지 가는 동안 사방은 깜깜했고 차는 몹시 흔들렸다. 도로 포장이 안되어 있는 데다 전기 사정이 좋지 않았던 것이다. 서영옥 장로는 날이 밝은 뒤에야 그곳 사정을 확연히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여니 눈앞에 우리나라 1960년대 풍경이 쫙 펼쳐지는 겁니다. 도시가 아주 작고 높은 건물이 거의 없었어요. 이곳 선교를 어떻게 지원해야하나, 슬며시 걱정이 되더군요”  

정순자 권사는 그런 가운데서도 정겨운 느낌이 드는 나라였다고 말했다.

“여성들이 아이를 업고 머리에 물건을 이고 다니더군요. 미용기술이 발달하지 않아서인지 퍼머를 한 여성을 볼 수가 없었어요. 어린 여자나 할머니나 모두 긴 생머리를 묶고 다니더군요. 소가 많았고, 집들이 초라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밝고 잘 웃어서 정겨웠어요” 

스리랑카에는 이미 30여 개 교단에서 파견된 선교사들이 선교활동을 하고 있었다. 감리교 선교사의 주선으로 타교단 선교사들과 현지 목회자들을 만나 두 차례에 걸친 간담회를 했다. 선교회원들은 스리랑카 현지 소식에 대해 질문하고, 현지 선교사들은 과연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어떤 선교를 펼칠지 궁금한 듯 여러 가지 질문을 던졌다. 그곳 선교사들이 회원들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등 따뜻하게 대해주었다.

스리랑카는 인구의 90%가 불교신자이고, 유명한 불교성지가 많은 나라지만 타종교의 선교 활동에 관대한 편이다. 하지만 불교가 너무 성해 과연 선교가 잘 이뤄질지 걱정될 지경이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하다는 불교사원의 지붕은 온통 금으로 치장되어 멀리서도 번쩍거렸다.

서아세아선교회원들은 평신도 선교사들도 만나, 그들의 활동을 눈여겨봤다. 네팔에서 10여 년 간 의료선교를 펼쳐 ‘네팔의 슈바이처’로 불렸던 장로 부부가 마침 스리랑카로 옮겨와 의료선교를 하고 있었다. 서영옥 장로는 그들의 활동을 보면서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의사 장로님은 70세, 간호사 권사님은 65세였습니다. 그분들의 헌신적인 활동을 보며 각오를 새롭게 했죠. 미도파백화점에서 금은방을 운영했다는 평신도 선교사도 만났습니다. 그분은 매일 스리랑카의 유명한 절에 가서 기둥을 잡고 ‘절이 쓰러지라’고 기도하신다더군요. 우리 회원들도 언덕에 올라가서 두 팔을 들고  스리랑카의 복음화를 위해 기도했습니다”

회원들은 준비해간 헌금으로 의료선교를 펼치는 장로부부에게 1000달러, 현지교회 두 군데에 500달러씩 전달했다.

회원들의 다음 방문지는 인도의 첸나이였다. 스리랑카의 가난한 사람들을 보고 가슴아파했던 회원들은 인도에 가니 ‘스리랑카는 천국’이라는 생각을 들었다고 한다. 인도 사람들은 대개 맨발이었고, 소들이 도로 위를 유유자적 거닐고 있어도 누구 하나 제지하지 않았다. 회원들은 숙소인 특급호텔을 50m 정도 벗어나면 그때부터 땅만 보고 걸어야 했다. 길거리가 온통 오물투성이였던 것이다. 인도 사람들은 누가 보든 말든 아무 데나 앉아서 용변을 본다. 그랬으니 냄새는 오죽했겠는가.

서영옥 장로는 타교단 소속 김영자 선교사를 만났을 때 인도 선교가 험난할 거라는 사실을 쉽게 예상했다고 한다.

“김 선교사님이 8년간 성인은 단 한 명도 전도하지 못했답니다. 성인 전도를 포기하고 버려진 아이 30여명을 데려다 기르면서 그들에게 복음을 전파하신다더군요. 회원들이 그 얘기를 듣고 각오를 단단히 했죠”(계속)   

이근미 작가( www.rootlee.com)